사회/시사

민중의 기본적 삶에 대한 살해! 농업·교육 개방을 반대한다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3-03-11 00:20
조회
1229
** 이글은 사회진보연대가 발간하는 [사회화와 노동] 제 171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민중의 기본적 삶에 대한 살해! 농업·교육 개방을 반대한다

- WTO DDA 협상 양허안 제출 시한에 즈음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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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도하개발의제(Doha Development Agenda, 이하 DDA)가 9월 멕시코 칸쿤에서의 각료회의와 서비스 협정 및 농업 협정 양허안 제출 시기(3월말)를 앞두고, 설정된 의제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반면 9월 각료회의를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 사회운동들의 네트워크가 꾸려지는 등 DDA에 저항하는 민중들의 투쟁 역시 거세지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남한 민중들의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해 10월 7일 교사, 학생, 교수, 교육단체 등 교육주체들은 「WTO교육개방·교육시장화 관련 4대 입법 및 양허안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를 출범시켰다. 공투본은 향후 서비스협정에서 교육 부문 개방뿐만 아니라 이를 예비하는 각종 입법안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투쟁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공투본은 3월 6일 국제포럼, 3월 7일 「WTO 교육개방 음모 분쇄를 위한 비상 시국선언」, 3월 15일 「WTO 교육개방음모분쇄와 교육공공성쟁취를 위한 3.15 범국민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도 양허안 제출 시한을 앞두고 투쟁의 의지를 드높이고 있다. WTO DDA 협상뿐만 아니라, 얼마 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까지 체결된 상황에서 정부의 농업말살정책이 그 극단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전농은 3월에 예정되어있는 시·군·구 영농발대식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 반대투쟁으로 만들어가고, 3월 말 열릴 WTO 농업위원회 회의에 맞춘 전 세계 농민들의 투쟁에 함께 한다는 계획이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이미 많은 수입농산물이 들어오고 있고, 2004년 쌀 재협상에서 쌀 개방을 준비하는 정부의 농업포기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목숨을 건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개방화-사유화 정책 일등 국가, 한국

남한 민중들의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WTO DDA 협상에 임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이다. 작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개방할 것은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그만큼 우리가 요구할 것은 요구하겠다"는 것이 WTO DDA 협상에 임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라고 천명했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이 입장은 변할 것이 없다.
현재 DDA 협상에서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의제는 서비스 분야와 농업 분야이다. 서비스 분야는 국가의 공적 서비스 영역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농업 분야는 농산물 수입국과 수출국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있는 상황에서 갈등적인 분야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 두 분야에 있어서도 WTO의 모범생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데, 대다수의 국가들이 아직 양허요청안도 제출하지 않은 서비스, 농업 부문에서 자발적인 자유화 조치까지 취하면서 개방을 꺼리는 다른 국가들에게 자극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 분야와 농업 분야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마무리 될 당시 완전한 협상에 이르지 못한 분야였다. WTO 출범 시(1995년), 이 두 분야는 기설정의제(후속협상의제, Built-in agenda)로 규정되어 5년 이내에 협상을 재개해야하는 분야가 되었다. 이 규정에 따라서 2000년 2월부터 협상이 재개되었으며, 각 국은 올해 3월 31일까지 개방요청 사항을 담은 1차 양허안을 제출해야 한다. 현재 서비스협상의 경우 145개의 WTO 가입국들 중 단지 30여 개 국가만이 시장개방에 관한 양허요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농업협정의 경우도 1차로 제출된 세부원칙이 농산물 수출국의 입장을 강하게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나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저개발국 중 많은 나라가 아직 어떤 양허요구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 또 발전도상국 역시 다자간협상에서 서비스부분을 자유화하는 대가로 얻게 될 이익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지극히 회의적이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 두 분야에서 개발도상국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적극적 개방 입장을 제출했다. 과연 한국 정부는 개방화 조치에 뒤따르는 어떤 특혜를 노리고 자진해서 입장을 제출했는지 사뭇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교육 개방을 핵심으로 하는 서비스 협상의 문제점

서비스 분야는 12개 분야 155개 사항을 포함하고, 구체적으로는 교육, 의료, 문화, 금융, 건설, 해운, 통신, 법률, 시청각, 에너지 등이 포함된다. 한국 정부는 지난 해 6월말 36개국을 상대로 12개 분야에 걸쳐 서비스 시장 개방에 관한 양허요청서를 제출한 후, 미국, 유럽연합, 일본, 캐나다, 중국 등 18개국과 총 37회에 걸쳐 양자 협상을 가지며 양허요청안에 대해 조율해왔다. 정부는 지난 2월말까지 26개국으로부터 양허요청서를 접수했으며, 3월 3일부터 6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서비스 시장개방 협상의 일환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이집트 등 주요 개도국들과 양자협상을 갖는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양허요청서와 양자협상의 결과에 따라 3월말까지 양허안을 제출하는 것이 개략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서비스 개방 협정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입장이 확연히 갈리는 분야이다. '무역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국제센터'가 지난 2월에 제출한 서비스협정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선진국들은 더 많은 시장개방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저개발국 중 많은 나라는 아직 어떤 양허요구도 하지 않았고, 개발도상국은 다자간 협상에서 서비스 부분을 자유화한다고 해서 그들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회의적"이라고 한다.
사실 선진국의 경우 서비스 협정의 많은 분야가 이미 상당 수준 개방되어 있어서 더 개방할 것도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서비스 협정의 많은 부분이 아직 개방되지 않은 개도국의 서비스 분야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인데, 이에 대한 개도국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갈등으로 협상이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나라들은 이미 서비스 분야의 개방을 이룬 국가들에게 특혜를 주자는 입장을 제출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취한 자유화 조치에 대해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인데, 이 또한 이미 개방을 상당 수준 진행한 선진국의 입장이 강하게 담겨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경우 이 조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이는 이미 남한이 많은 부분을 자발적으로 자유화했다는 것의 반증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한국정부는 아직 개방되지 않은 서비스 영역을 적극적으로 개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의 경우 지난 시기 상당 수준의 자유화 조치를 자발적으로 시행했고, 이제 남은 것은 그나마 공적서비스 영역뿐이다. 미국, 유럽연합 등의 국가들이 남한에게 개방을 요구하는 지점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중 특히 교육의 경우 현재 알려진 바로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이 양허요청안을 통해 한국의 교육시장을 개방할 것을 요구했다고 하며 한국 정부의 의지 역시 비상한 부문이다. 그런데 교육시장이 개방될 경우 생기는 문제점들은 누차 지적된대로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교육의 공공성이 붕괴될 것이다. 교육개방은 국가가 공적인 지원을 철회하고, 영리행위를 추구하는 교육기관에 대한 규제나 조절을 하지 않음으로써 국가의 책임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교육의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다. 개방을 통해 국가의 공적 지원이 축소, 철폐되면 교육비의 부담은 개인에게 돌아간다. 이는 경제적 능력에 따라 교육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외국의 자본이 교육의 영역에 무차별 침투하게 된다. 교육기관의 질적인 책임을 담보할 수 없는 외국교육기관이 난립하면서 학문의 인기도에 따른 단기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교육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투기의 대상,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외국의 대학 또는 대학원이 국내에 설립된 후 파산하게 되면 그간 투자했던 자본들을 고스란히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한술 더 떠 양허안이 확정되기도 전에 교육관련 법령을 정비하여 입법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특구법, 사립학교법 등이 바로 이러한 개방의 흐름에 맞춰 추진되고 있는 실내용들인 것이다.


노무현 정권, 농업 포기를 공식 선언하다

농업분야도 마찬가지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부터 농업 부문을 개방하는 문제는 농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던 분야이다. 그만큼 개방을 반대하는 입장들이 다양하게 제출되었던 부문임에도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개방제안서를 제출했다. 비슷한 시기 WTO 농업협상특별위원회 의장 하빈슨은 DDA 농업협상의 세부원칙에 관한 1차 초안을 배포했다. 세부원칙이 담고 있는 주요내용은, 관세를 감축하고, 감축대상에 대한 보조를 줄이고, 시장접근 물량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및 주요 농산물 수출국은 기대수준보다는 미흡하지만 협상의 기초로 삼을 수 있다고 평가한 반면, 유럽연합, 일본 등 농산물 수입국들의 경우 세부원칙 초안이 수출국 입장에 치우쳐 수입국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한국은 개방제안서를 스스로 제출하는 성의를 보인 것이다. 그 주요내용은 2006년부터 6년 간에 걸쳐 관세감축을 이행하되 품목별로는 최소한 15%를 줄이고 농업 국내보조금 역시 총액기준 55%를 6년에 걸쳐 감축하는 방안이다. 현재 호주, 미국을 비롯한 주요 농산물 수출국 및 유럽연합만이 개방제안서를 제출했을 뿐인데 한국은 제안서를 제출한 유일한 개도국이 되었고, 성급하게 구체적인 개방 수치까지 포함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 당시 국내 농업의 생산기반, 농가소득, 경영규모 등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았고, 현재의 한국 농업 상황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개도국 지위 유지가 가능했음에도, 알아서 개방제안서를 제출해 수출국들에게 개방의 여지를 제공한 것이다.
이번 DDA 협상에서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분야의 개방 제안서를 미리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문화만큼은 협상에서 제외한다는 발언을 한 것 등을 종합해 볼 때 통상당국이 특히나 농업 협상을 포기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UR협정에 이어 WTO DDA 협상이 이대로 타결된다면 우리 농업은 시장개방이 전면적으로 가속화되어 파탄날 수밖에 없는 최대의 위기상황이라 하겠다.


더 많은 자본유치를 위한 한국 정부의 자해(自害)와 민중에 대한 공갈협박

한국 정부의 '알아서 기는' 협상태도는 남한 자본주의의 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남한 자본주의의 전략은 기존의 중화학·수출중심 발전 국가에서 '자본유치형' 국가로 변모하는 것이었다. 김대중 정권 5년 동안 진행된 구조조정은 기업들의 부실을 처리하여 남한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부실확대를 막고, 공적자금 조성을 통해 위기에 빠진 재벌, 금융사들을 구제함으로써 경제위기가 폭발하는 것을 막았으며, 금융부문의 규제를 없애고, 금융시장을 키우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초민족 자본을 다시 유인하는 것이 김대중 정권이 이야기했던 경제위기 극복이고, 경제성장이었다. 뒤이어 등장한 노무현 정권에게 남겨진 과제는 분명한데, 계속해서 외국인 투자자본을 유치함으로써 '자본유치형' 국가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한이 계속해서 '신흥시장'으로서의 매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따라서 저금리, 연기금 주식투자 등의 증시부양 정책과 금융 및 서비스 분야의 개방, 자유화 조치 등이 계속해서 추진되는 것이다. 금융부문에 있어서 자본의 진입 및 이탈에 대한 규제는 상당 수준 자유화 되어있는 상황이고, 따라서 DDA 서비스 협정에서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남은 분야는 교육, 의료, 문화 등이다. 결국 서비스 협정에 앞장서는 한국 정부의 태도는 더 많은 자본을 유치하여 남한 자본주의의 위기를 지연시키고자 하는 몸부림이며, 이 속에서 민중의 삶의 권리는 투자의 대상으로 쉽게 내어줄 수 있는 것이 된다. 게다가 남한 자본주의의 이러한 전략은 기존 산업의 파괴―특히 농업의 포기―를 동반한다. IT, BT 등 외국자본 유치에 매력적이고, 주식시장 부양책과 연관되어 있는 산업들이 적극 육성되는 것이다. 농업 협정에서 보여주는 정부의 농업포기정책은 외국인 자본 유치를 위해 농업을 대가로 내어놓는 것이라 할 것이다.


전 민중의 투쟁으로 WTO 개방에 맞서자!

남한 민중들이 외치는 저항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 넓은 개방, 더 많은 자유를 외치는 정부의 모습은 민중의 삶을 담보로 남한 자본주의의 위기를 지연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남은 남한 자본주의가 민중에게 돌려주는 것은 더 커다란 궁핍과 배제, 삶의 파탄이다. AIDS를 비롯한 각종 질병이 창궐하는 아프리카 대륙의 비극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지적재산권 협정을 무기로 위세를 부리는 초국적 제약회사들의 횡포 때문이다. 수입 농산물의 싼 가격에 밀려 농업을 포기하고, 생계를 포기해야 하는 소규모 농민들의 비애는 전 세계 농산물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초국적 기업들의 요구에서 비롯된다. 수도사업이 민영화되어 외국자본에게 넘어간 후, 전 국민의 1%도 안 되는 사람들만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 남한에서도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교육, 의료, 문화, 통신 등 각종 서비스 분야 개방은 외국자본을 더 많이 유치해 국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길이 아니라, 자본의 팽창을 위해 민중들의 권리를 팔아 넘기는 것이다. 교육시장개방을 저지하기 위한 교육주체들의 싸움, 농업개방을 막아내기 위한 농민들의 싸움을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전 민중의 싸움으로 만들어가야 할 임무가 우리에게 있다.
자본의 이윤창출을 위해 민중의 삶과 권리를 희생시키는 WTO 개방, 경제특구 등에 맞서 오늘 한국의 민중은 더 이상 양보할 것이 없다. 지난 농민운동의 역사를 모두 바쳐 투쟁에 임하겠다는 농민, 교육의 시장화를 막아내고 교육공공성을 쟁취하겠다는 교육부문, 그리고 개방으로 인해 침해당하는 노동권을 지켜내려는 노동자 등이 선도하고 전 민중이 가세하는 투쟁으로 삶을 지켜내야 한다. 3월 말의 민중대회부터 9월의 WTO 각료회의 투쟁, 11월 전민중 총궐기 투쟁에 이르기까지 전국민중연대를 중심으로 단결항 저항해야 한다.
나아가 WTO를 본질을 폭로하고 WTO 반대와 해체를 주장하는 전세계 민중들과 연대하여 DDA 협상에 대응해야 한다. 초민족적 기업과 국제금융자본에 의해 주도되는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를 반대한다는 것은 결국 '저항의 세계화'의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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