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시사

미국과 유럽의 주종 관계 - 이라크 전쟁을 에워싸고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2-11-12 00:14
조회
1264
미국과 유럽의 주종 관계 - 이라크 전쟁을 에워싸고


Ignacio Ramonet


제국은 맹우(盟友)를 갖지 않고,봉신(封臣)을 거느릴 뿐이다.거의 모든 EU 가맹국은 이 역사적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같다.우리들의 눈에 비치는 것은,EU 여러 나라를 이라크 전쟁에 말려들게 하려는 워싱턴의 압력 아래에서,본래의 주권국가가 위성국가로 영락한 모습이다. 

2001년 9월 11일의 습격 이후,국제정치에 있어서 무엇이 변했는가에 관하여 많은 질문이 있었다.그 대답은 금년 9월 20일 새로운「미국의 국가안전보장 전략(부시 독트린)」(주1)을 정의한 미국 정부의 문서에서 발견할 수 있다.현재의 국제사회를 지정학적으로 보면 유일한 초대국(超大國)이며「비할 바 없는 군사력」을 가진 미국을 정점으로한 구조로 되어 있다.미국은 「필요하다면 선제(先制) 조치로서 단독으로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도 사양하지 않겠다고 말한다.일단「임박한 위협」이 확인되면「미국은,그것이 실체화되기 이전에 개입한다」는 것이다. 

부시 독트린을 알기 쉽게 말하면 히틀러가 1941년 소련에 대하여,또 같은 해 일본이 진주만에서 미국에 대하여 장치한「예방 전쟁」의 재판(再版)이다.또 이것은 1648년의 웨스트팔리아 조약에 의해 채용된 국제법의 대원칙중의 하나 즉 ‘국가는 다른 주권국가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특히 군사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의 폐기에 다름 아니다(1999년 NATO가 코소보에 개입한 시점에 짓밟힌 원칙이지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1945년에 확립되어 유엔을 감독으로 삼은 국제질서가 임종을 맞이했다는 것이다.1989년의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의 10년간과 달리,미국은 이제 겁먹은 일 없이「세계의 지도자」지위를 자인하고 있다.모멸적이고 오만한 자세를 취한 채...

극히 최근 까지「소박한 반미주의」를 비난하는 대명사로 되어 있던 제국적 상황을,부시 대통령을 둘러싼 매파가 스스로 공공연하게 주장하게 됐다.

9월 20일의 문서(부시 독트린)는 유엔에 관하여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즉 유엔은 아주 장외에 놓여져 있거나 워싱턴이 내리는 결정에 추종해야 할 형식적 기관으로 되어버렸다. 왜냐하면 제국은 스스로가 포고한 법 이외의 어떠한 법에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제국의 법이 보편적인 법으로 된다.그리고 필요하다면 무력에 호소하더라도 이 법을 만인(萬人)이 준수하도록 한다. 이게「제국의 사명」이다. 이렇게 해서 순환이 완성된다. 

영국,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포르투갈,덴마크,스웨덴 및 그 밖의 많은 유럽 여러 나라의 지도자들은 현재 진행 중인 구조적 변화를 그다지 의식하지 못한다. 이미 그들은 미국이라는 제국에 대하여,마치 개가 꼬리를 흔들 듯 충실한 봉신과 비슷하게 비굴한 복종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이 과정에서 그들은 국가의 독립,주권,민주주의를 매도하여 버렸다.정신적으로 유럽의 여러 나라는 맹우와 가신(家臣),파트너와 꼭두각시 인형을 구별하는 경계선을 넘어 버렸다.할 수 있는 일이라면,미국이 승리한 새벽에 이라크 석유의 떡고물이나 얻어먹는 것이다.

내가 이미 언급한 논거를 접어두더라도(주2),이라크 전쟁의 주요 목적의 하나가 바로 석유에 있기 때문이다. 세계 제2의 원유 매장국을 내리누르면,부시 대통령이 세계의 석유 시장을 격변시킬 수 있다.이라크가 미국의 보호국으로 되면,원유 생산량이 곧바로 배증할 것이다. 그것은 곧 원유 가격의 하락을 초래하고,아마 미국경제의 회복을 가져오게 된다.

여기에서 그 밖의 전략적인 목표가 있다.맨먼저 미국 정부의 원수(怨讐)인 석유 수출국 기구(OPEC)특히 리비아,이란,베네주엘라 등 일부의 OPEC 가맹국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멕시코,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알제리아 등의 미국 우호국에도 영향이 미치는 것을 피할 수 없지만). 

둘째, 이라크의 석유를 수중에 넣으면 ‘이슬람 과격파의 성역’이라는 견해가 강해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다.체이니 부대통령이 그려 보인 중동 지역의 재편성(현실성이 약하지만)이라는 윌슨(Wilson)식 시나리오(주3)에 의하면,사우디아라비아는 해체되고 핫사(Hassa) 지방에는 미국 보호하의 수장국이 수립된다.핫사는 주요한 유전을 지니고 있고,인구의 주체는 시아(Shiah)파이다. 

이렇게 전망한다면 이라크 전쟁 이후,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꼽히는 이란에 대한 공격을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새로운 제국 시대의 첫번째 전쟁에서 미국이 탈취하려는 매우 호화로운 전리품으로서 이란에 매장된 원유는 금상첨화(錦上添花)이다.

유럽은 이렇게 위험한 모험에 반대할 수 있을까? 반대할 수 있을 것이다.어떻게 반대할 수 있나? 먼저 유엔 안보리에서 갖고 있는2개의 거부권(프랑스 및 영국)을 행사하는 것이다.그리고 NATO라는 군사적 수단을 저지하는 것이다.미국은 NATO를 제국의 확장에 이용할 생각이지만, 그러한 이용에는 유럽 각국의 동의가 필요하다(주4).어떤 경우에도 유럽 여러 나라는 완전한 미국의 파트너로서 행동하지 않으면 안된다.봉신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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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주1) 「미국의 국가안전보장 전략」의 전문은 http://www.whitehouse.gov/nsc/nssall.html에서 열람 가능.
(주2) 역겹게도 이라크 정권에 대한 비난은,미국의 우호국에도 들어맞는다.예를 들면 이스라엘은 35년간에 걸쳐 유엔에 대하여 도전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대량 파괴 무기,생물 무기,화학 무기,핵무기를 보유한 채로 1967년에 외국의 영토를 군사적으로 점령했다.또 파키스탄은 국제조약을 어기고,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핵무기나 탄도미사일을 갖고 인도령 카시미르 지방에서 폭력행위를 일으키는 무장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
(주3) 이에 대해 터키가 반대할 것 같다.터키는 중동에 쿠르드人 국가를 세우는 것을 결단코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주4) William Pfaff 「NATO's Europeans could say no」『 International Herald Tribune』(2002.7.25)

<번역: 김승국 박사 - 디지털 말 이사. 평화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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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 Monde diplomatique』(2002년 10월호)에 실린 필자의 글 「Vassalit?」를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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