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시사

미국의 대북정책과 노동자정치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2-06-17 00:12
조회
1249
미국의 대북정책과 노동자정치

김세균 교수(서울대 정치학과)

김세균 교수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북한에 대한 봉쇄강화에 기초하여 북한체제를 최종적으로 붕괴시키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진단하고, "한반도 평화군축체제의 수립과 국방비 증액 반대 투쟁과 같은 평화군축 운동을 신자유주의 반대투쟁과 결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미국 자본은 신자유주의적 포섭전략에 기반한 다국적 기업부류와 대결·봉쇄정책을 지지하는 군·산 복합체의 두가지 분파로 나뉜다”면서 “부시정부 이후 군·산복합체의 입김이 강해 군사주의적 노선이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김교수는 또 “미국이 경제공항으로 들어가면서 국내적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군사적 모험주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94년 한반도 위기상황에 버금가는 군사적 긴장상태가 내년 상반기에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 이 글은 『노동일보』가 지난 23일 `노동자의힘' 정치포럼에서 발표한 발제문을 김세균 교수의 동의하에 2회분으로 나눠 기재한 원고를 다시 편집하여 옮긴 것이다./ 편집자


1. 미국의 대외정책변화 과정 - 전세계 대상 `포위·고립정책' 강행

◎ `제한적 주권론·현대적 포위전' 북한에 적용
- 미 중심의 신자유주의 질서 민중 저항에 봉착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의 이상 내지 최종적 목표는 세계 전체에 대한 미국의 지배를 확고히 함으로써 미국의 기업들이 어떤 제한과 도전을 받음이 없이 세계 어디서나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이른바 `자유세계'의 완성 내지 미국중심의 세계자본주의 체제로의 세계 전체의 완전통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의 이러한 이상은 세계사회주의 운동의 신장과 민족해방운동의 고양에 의해 크게 도전 받았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이르러 세계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함으로써 그러한 도전은 약화됐다. 이런 정세 속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전개됐다.

우선 서유럽과 일본이 미국의 세계지배를 위협하는 정치적·경제적 도전자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 것이 미국 대외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서유럽과 일본은 미국의 세계지배에 대한 점재적으로 유일한 정치적·경제적 도전자였다. 그들만이 미국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독자적 축적형태를 조직하고 정치와 경제의 양측면에서 미국주도의 자본주의 세계와 구분되는 대안적인 자본주의적 발전의 길을 추구할 능력을 지니게 됐다.

1990년대에 EU국가들은 경제적 힘을 성장을 배경으로 정치적 지역주의를 발전시키고 자본축적의 지역화된 형태와 결합된 보다 순수한 유럽안보공동체를 추구했으며, 러시아와 유기적 관계를 증진시키는 동시에 동구권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동아시아로의 경제적 진출을 힘쓴 일본은 남한, 대만,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중국을 포함하는 지역적 정치경제질서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EU와 일본의 그러한 노력은 미국의 활동을 제한하고 그에 도전할 수 있는 세계적인 정치·경제질서의 여러 영역에서 새로운 동맹체를 발전시킬 가능성도 있었다.

이에 대해 미국은 1980년대 이후 전세계적 규모로 작동하는 미국자본주의의 힘을 증대시키고 그 활동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힘을 쏟았으며, 이를 위해 중심부 자본주의 국가들의 활동에 대해 강력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해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를 관철시켰다. 이를 통해 미국은 세계경제를 `미국화'하고, 다른 중심부 국가들은 정치적으로 통제하는 데에 일정하게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중심적 지위에 대한 중심부국가들, 특히 EU국가들의 잠재적이지만 중대한 정치적 도전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EU(와 일본)는 국제 제도들에 대한미국의 일방적인 관리에 도전하면서 세계관리에 있어서 보다 동등하고, 규칙에 기반한 제도적 장치의 창출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국제 상공회의소'(ICC)와 같은 민간적 규범에 기반한 국제기국의 창설지지, 교토협약의 방어, 보다 친팔레스타인적인 노선에 입각한 중동정책의 추구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EU국가들은 NMD에 반대하고 있고, 대서양동맹 내부의 순수 `서유럽안보회의'로 스스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서유럽은 또한 코카서스 지역 또는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군사력 사용에 참가하거나 `불량국가들'(rogue states)에 대해 나토를 통한 범세계적 공격을 감행하는 데에 소극적이다. 이런 움직임들은 미국에 대한 강한 충성심을 일반적 수준에서 표현하고 미국과의 어떠한 세계지배를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하고 중국의 국력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사실을 배경으로 부시정부 출범이후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은 중국의 아시아지역 패권국가로의 성장을 막는 것을 중심으로 짜여지고 있다. 미국은 이를 위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고, 러시아와 중국과의 밀착을 견제하고 있으며, 일본과 한국과의 군사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정세의 전개는 중국의 안보에 차지하는 북한의 중요성을 높여 중국이 한국과 수교함으로써 소원해진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를 다시 호전시키는 사태를 낳고 있다. 국제공산주의의 중심이었던 소비에트 블록의 붕괴로 세계의 거의 모든 곳에서 반제운동 등은 혼란을 겪었고 해체됐다. 그런 가운데 미국은 세계의 어느 곳에서도 자신이 주도하여 수립시킨 국제질서에 반대하는 심각한 저항에 직면하지 않았으며, 밀로세비치 치하의 유고슬라비아, 루카센코 치하의 벨로루시, 서구의 영향권을 벗어나 있는 몇몇 산유국과 북한, 쿠바와 같은 일탈적 국가들을 주변화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미국은 위험요소들과 투쟁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1) 국가의 주권성 보장이라는 유엔의 원칙을 약화시키고, 그러한 주권국가들에 개입할 수 있는 국제공동체 -유엔상임이사국이 아니라 중심부 국가들-의 권리라는 새로운 `제한적 주권 독트린'(doctrine of conditional sovereignty)의 확립 2) 위험국가들에 대한 경제봉쇄(economic blockage)와 국내 반란군에 대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과 공중폭격 등이 포함된 `현대적 포위전'(modern siege warfare)의 전개라는 새로운 기법을 동원했다.

그렇지만 부시와 클린턴 행정부는 대중동정책에 크게 실패했다. 중동지역에서 잠재적이지만 중요한 일련의 문제들이 발생했지만 미국의 중동정책의 정치적 측면은 1990년대 내내 자기만족과 표류라는 특징을 지닌 것이었다. 60, 70년대에 미국의 이익에 위협을 준 세속적 아랍민족주의는 시리아, 이라크, 그리고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에서 지배적 흐름이 돼 지금도 지배적 이데올로기로 남아있다. 2000년대에 들어와 세계경제는 언제 파국적 대공황이 발생할 지 모르는 불안정한 장기불황국면의 늪에 빠져들고 있으며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에 대한 국제적·지역적 민중의 저항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위기타개를 위한 미국의 시도는 최종적으로 군사주의 노선의 추구로 집약된다. 국방비의 막대한 증대를 동반하는 미국의 군사주의 노선은 대외적으로 대결상태에 있는 중국과 같은 핵보유국가들을 굴복시키고, 이른바 `불량국가들'로부터 잠재적 위협을 제거하는 동시에 이들 국가들을 최종적으로 붕괴시키며, 다른 중심부 자본주의국가들을 보다 강력한 안보종속으로 편입시킨다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은 9·11테러공격 발생을 계기로 `범세계적 반테러전선'의 구축과 `세계적 공안정국'의 조성을 통해 중심부국가들을 자신의 주위에 묶어두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이라크에 대한 대대적인 군사적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 대이라크전의 성패여부와 아랍국가들과의 확전 여부에 따라 대북한 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 미국 대북정책과 노동자 정치 과제

◎ "한반도 내년 군사적 긴장 위기" - 미 경제적 공황땐 모험주의 펼 수도

북한의 핵개발 의혹으로 불러일으킨 1994년의 한반도 위기를 넘긴 후 미국이 `페리보고서'의 권고에 따라 대북 유화정책을 추구하고, 김대중 정부가 대북 햇볕정책을 추진한 데에 힘입어 남북한 관계는 6·15공동선언의 채택을 계기로 급속하게 호전되었고, 미국과 북한의 관계 역시 클린튼 정부 말기에 국교정상화 일보 직전까지 나아갔다. 그러나 부시정부의 출범이후 사태는 돌변했다.

부시정부 출범이후 이전의 대북정책을 장기간 재검토했는데, 이 결과 겉으로는 남한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고 천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북 강경 노선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런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부시정부는 2002년에 들어와 북한을 이라크와 이란과 더불어 `악의 축'으로 규정함으로써 -미국이 북한을 `악의축'의 하나로 규정한 데에는 북한이 부시정부 출범이후에도 이란 등지에 미사일 수출을 계속한 것도 한 몫을 차지한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그러나 미사일 수출이 가장 중요한 외화 획득원이라는 점에서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하는 한 북한이 미사일 수출을 중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는 악화되었으며 김대중 정부와 미국과의 관계 역시 소원해 지고 있다.

다른 한편 남한에서는 올해 12월에 있을 대선에서 대북 강경책을 주장하는 이회창씨가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정세 속에서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와 관련하여 다음 몇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부시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구사하고 있지만, 경수로 핵발전소 건설과 핵사찰 실시 및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저지 등을 위해 미국이 북한과 일단 대화에 나서는 것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대화가 어떤 결말을 가져올 지는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데다가 경수로 건설 지연 보상문제, 핵사찰의 시점과 기간 등을 둘러싸고 북미간에 현격한 의견차이가 나타나고 있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시험을 재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에 비추어 내년에 1994년의 한반도 위기에 준하는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둘째, 핵사찰 문제에서 북한과 미국이 합의에 도달한다고 할지라도 미국이 대북 강경책을 버리리라고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로 인해 미국이 부시정부 하에서도 북한에 대해 포괄적 타결책을 추구하고 있긴 하지만, 미국이 협상의 대상이 돼야할 사항들(북한 무력의 전방배치문제, 대량살상무기 개발문제 등)을 미국이 대화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북미간의 현안문제 타결을 결정적으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 나아가 미국이 북한에 남한의 전기 지원 등을 반대하는 것은 경제적 제재 완화조치 등을 핵사찰 문제 등에서 북한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부시정부 하에서 핵사찰 문제 등에 중요한 진전이 있다고 할지라도 북미관계가 정상화되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봉쇄강화에 기초하여 북한체제를 최종적으로 붕괴시키는 것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북한을 세계자본주의 체제로 편입시켜 장기적으로 북한체제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1994년 이후의 클린튼 정부의 대북정책과 상치되는 것이다. `일방적 퍼주기 반대', `전략적 상호주의' 등을 내세우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남한 정부 역시 부시정부의 그러한 대북 강경정책을 유보없이 뒷받침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북한이 남한에 대해 대화-협력노선을 추구한다고 할지라도 남북한 관계의 진전을 북미관계 개선의 토대로 삼는다는 것은 불가능해 질 것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러한 정책의 추구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높일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남한)의 대북 강경책은 북한체제의 붕괴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사회를 더욱 피폐화시킬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러한 정책은 북한체제의 개방과 친시장적 개혁 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넷째, 북미관계가 정상화되고 남북한간의 경제협력 등이 진척되면 북한이 중국의 개혁을 모델로 삼는 본격적인 시장 사회주의적 개혁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미관계의 정상화 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북한사회의 그러한 변화 역시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신자유주의적 포섭전략을 버리고 힘의 우위에 기초한 봉쇄·압박전략으로 이미 돌아섰고,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동자정치세력 역시 미군기지 문제, 한국의 NMD체제로의 편입 문제, 미국의 무기강매 문제, 소파개정 문제, 세계전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반미투쟁과 -이 투쟁은 그러나 미국의 지배층을 향한 것이 되어야 하고 가능한 미국의 노동자, 민중을 견인해내는 형태의 투쟁이 돼야 할 것이다.

◎ 노동자정치세력, 평화군축운동은 당면과제

한반도 평화군축체제의 수립과 국방비 증액 반대 투쟁과 같은 평화군축 운동을 자신의 운동의 중요한 당면투쟁 과제의 하나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대북지원과 (비록 온전한 의미의 민중적 교류란 불가능하지만) 남북한 민중적 교류의 확대 등에 찬성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투쟁들은 노동자 정치세력과 반제적 민족주의세력과의 공동투쟁과제이며, 필요할 경우 남북한의 화해·협력을 지지하는 자유주의세력과도 제휴해서 전개해야 할 투쟁과제이기도 하다. 이와는 달리 그러한 반제·반미투쟁 및 평화(군축) 운동을 노동자·민중의 신자유주의 반대투쟁과 확고히 결합시키고, 그 투쟁들이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의 일환으로 전개되도록 만드는 일은 무엇보다 노동자정치 세력이 추구해야할 고유한 과제이다.

미국이 군사주의적 노선을 앞세우고 있고 대북 강경책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그리고 남한정부가 미국의 그러한 노선을 추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 과제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하겠다.

◎ "평화군축운동 공동전선 시급" - 민주노동당·전국연합·민주당 제휴 필요

김세균 교수는 평화군축운동을 위한 공동투쟁 필요성과 관련 "현실적으로 민주노동당, 전국연합 그리고 화해·협력정책을 추진하는 민주당까지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가로막는다는 전제가 이뤄진다면 필요에 따라 제휴할 수 있다”고 답했다. 김교수는 그러나 “이러한 투쟁이 신자유주의 반대 논의에 방해돼선 안된다”면서 “현실적으로 투쟁지점을 어떻게 결합시키고 바꿔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북한이 군사적 공격의 명분을 주는 핵무기를 실제로 개발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무기 포기의 대가로서 안보위협의 제거를 바라고 있으며 북한은 현재 핵카드를 자위권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교수는 “핵사찰, 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문제가 미국이 주목하는 이슈”라면서 “한나라당 집권이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 기조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취재 정리= 노동일보, 우은식 기자 eswoo@labor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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