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시사

南美 "시장경제 신물" 확산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1-08-10 23:44
조회
1409
南美 "시장경제 신물" 확산

만성적재정난 아르헨등 자본주의 개혁회의대두

IMF 지원책 영황 미칠듯

“이제 시장 경제를 그만두자.”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높은 실업률로 외채 갚기도 힘에 부치는 아르헨티나에서 자본주의식 시장개혁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자유시장 반대 움직임은 경제 불안을 겪고 있는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남미 주변 나라들로 확산되는추세다.

좌파의 입지가 녹록치 않고 민중주의(populism) 전통이 뿌리 깊은 남미에 번지는 이 같은 움직임은 위기 타개를 위해 이미 개입을선언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미국 등의 추가 지원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6일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여러 국가의노동자들과 정치인, 기업인들이 10년을 넘긴 자본주의식 자유시장개혁의 결과에 실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아르헨티나의 경우 채무불이행을선언하거나 고정환율제를 포기할 경우 시장 개혁에 대한 분노가 폭발, 시장경제와 세계화에 반대하는 좌파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고 전했다.

아르헨티나의 시장개혁에 대한 비판은 이미 사회 전반에 확산됐다. 워싱턴 포스트가인용한 최근 아르헨티나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역 장벽 완화에 대한 반대가 70%에 이르러 10년 동안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영기업의 민영화에대한 지지는 경제가 만성 침체로 접어들기 직전인 4년 전 70%에서 지금은 50%로 낮아졌다.

페르난도 데 라 루아 대통령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용한 도밍고 카발로경제장관에 대한 평가는 여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카를로스 메넴 정권에서 고정환율제로 화폐개혁을 단행, 최고 3,000%에 이르던 인플레이션을끌어내리고 ▦공기업 민영화 ▦외국인 투자 및 무역 자유화 ▦자본시장 개방 등 전형적인 자유주의 시장개혁을 추진해 국민적인 인기를 얻은 카발로 장관은10년 뒤인 지금 비슷한 정책으로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연일 쏟아지는 언론 비판도 모자라 경제개혁의 결과로 서민층은 빈민으로, 빈민은 알짜거지로전락한 사회상을 그려낸 소설, TV 드라마, 연극이 줄줄이 나왔다.

브라질도 비슷한 상황이다. 아르헨티나처럼 재정ㆍ경상수지 적자와 외환보유고 부족에시달리는 브라질에서는 지난 6월 4만 명이 참가하는 자유무역 반대 시위가 열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좌파 진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IMF는 내년까지브라질에 150억 달러의 자금을 제공할 계획이지만 이에 따른 정부지출 및 투자 감소 요구는 국민의 반감을 불러 결국 좌파 야당이 지지세력을 넓히는결과를 낳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민중의 목소리가 신의 목소리이지 시장이 결코 신은아니다”며 자유시장경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IMF 등의 자금 지원도 급하지만 20년 넘게10% 이상의 고 실업률에 시달리며 생활 수준 하락만을 체감한 국민 정서를 감싸 안는 일이 남미 국가들의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 이글은 한국일보 2001년 8월 7일자 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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