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료

[여적] 거지의 막대기 (한겨레, 3/15) (2006/06/07)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01:16
조회
1011
** [여적] 거지의 막대기 (한겨레, 3/15)
  
우리나라에서는 거지들이 깡통을 두드리며 동냥을 한다. 중국의 거지들은 깡통 대신 막대기를 두드린다. 그런데 요즈음 중국에서 거지들의 막대기가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작은 지난해 여름 베이징대 법대 교수인 궁센톈(鞏獻田) 교수가 인터넷에다 ‘거지의 막대기’를 등장시키면서부터다. 궁교수는 당시 중국 국무원이 시장경제 도입의 일환으로 마련중인 물권법안을 비판하면서 ‘거지의 밥달라는 막대기’(乞개要飯的棍子)를 ‘부자의 자동차’(富人的汽車)’와 대비시켰다.

그는 물권법안이 자본주의 국가의 민법을 베낀 것이라며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부자의 자동차와 함께 거지의 막대기도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글은 중국에서 심화되고 있는 빈부격차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후 빈부격차를 다룬 글과 논의가 줄을 이었다.

사실 중국의 빈부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대도시의 거리는 대형 승용차로 넘쳐나지만 그 뒤안길에는 막대를 두드리는 거지의 행렬이 늘어나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빈부격차 등에 대한 불만으로 2004년의 경우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200여건 이상 집단시위가 발생했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공산당원을 대상으로 자아비판 겸 공산주의 사상 학습 운동을 벌이고 사회과학원 산하에 ‘마르크스주의 연구원’을 발족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심지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이 2004년 당 지도부에 북한과 쿠바의 정치 질서 비법을 연구토록 지시했다는 보도도 있다.
어제 폐막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10기 4차회의에서도 거지의 막대기 문제는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전인대는 열흘간의 회기에도 불구하고 중국 국무원이 8년에 걸쳐 마련한 물권법안을 보류시켰다. 거지의 막대기를 두고 고민하는 후정권의 모습에서 바로 앞에 있었던 장쩌민(江澤民) 정권과 차이가 엿보인다.

거지의 막대기는 비단 중국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