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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증오범죄 왜 일어나나 (한겨레, 4/25)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12 23:24
조회
649
**‘묻지마’ 증오범죄 왜 일어나나 (한겨레, 4/25)

부유층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과 소외된 자신의 처지를 비관, 아무런 원한관계가 없는 생면부지의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가 붙잡혀 이른바 `묻지마식\' 증오범죄의 심각성을 또 드러냈다.

이런 범죄는 인과관계가 뚜렷한 다른 강력범죄와 달리 자신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은 사람에 대해 막연한 적개심을 품고 무차별적으로 범행한다는 점에서 `누구든지 범행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 심리를 불러 일으킨다.

증오범죄는 인간성이 상실돼가는 현대사회의 병폐의 산물로 `선진국형 범죄\'라는 분석도 있는 반면 범인이 자신의 비도덕성을 합리화하고 원인을 사회의 부조리에 전가하는 변명일 뿐이라고 진단도 있다.

◇ \"부자 때문에 나만 피해\" = 24일 경찰에 검거된 `봉천동 세자매 살해사건 용의자 정모(37)씨는 초기 수사과정에서 자신의 범행 동기로 \"직장도 못 구하고 결혼도 못해 화가 나 부자만 보면 죽이고 싶어진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인은 극심한 대인기피증과 사회에서 버림을 받았다는 편집증, 자신이 가장 불이익을 당하고 손해만 본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런 수사내용은 2004년 7월 온 나라를 충격과 경악속에 빠뜨렸던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당시 유씨도 \"좋아하던 여자가 내가 싫다고 떠났고 부자들이 싫었기 때문\"이라는 범행동기를 밝혀 사회에 대한 적개심 등을 배경으로 하는 `묻지마\' 범죄의 심각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연쇄살인을 사회에 대한 열등감과 세상을 향한 적개심의 비정상적인 탈출구로 삼았던 셈이다.

2004년 11월에도 부유층의 상징인 서울 압구정동의 한 초등학교에 \"나는 취직도 못 하고 있는데 강남의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고 있다. 강남 8학군 다니는 학생들을 죽이겠다\"는 편지가 배달되기도 했다.

◇ 현대사회 병폐…범행합리화 = 전문가들은 이런 묻지마식 증오범죄의 원인을 점점 심해지는 빈부 양극화에 따른 소외감과 박탈감, 인간 존엄성이 상실된 현대 사회의 비도덕성으로 진단한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양극화가 나타나는데 많이 갖지 못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모든 책임을 사회와 제3자에게 떠넘기려는 심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잇따라 터지는 재벌 총수들의 비리 및 부정과 천정부지로 오르는 부동산 가격 등도 부유층에 대한 불신과 막연한 반감, 계층적 위화감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는 한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그러나 `부유층에 대한 적개심\'을 범행 동기로 내세우는 이들 범죄인의 피해자가 정작 자신과 경제적인 처지가 비슷한 서민층이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가 대부분으로 범행동기와 상반되는 점도 주목해볼 만하다.

이번 사건 뿐 아니라 유영철도 초기에는 부유층 주택의 노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범행 후반으로 가면서 출장 마사지 여성을 집으로 불러 흉기와 힘으로 굴복시키고 연쇄 살인했다.

이와 관련,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직접 해를 주지도 않은 부유층에 대한 적개심을 주장하면서 죄책감을 덜어내고 사회적 동정을 얻으려 하는 심리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임상곤 교수는 \"부유층에 불만이 있는 계층은 막연히 보상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지만 실제 범행은 강자보다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을 대상으로 정하고 모든 책임을 부자에게 떠 넘기려 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범죄를 사회 탓으로 돌리는 것은 범죄자의 일반적인 행동패턴으로 일종의 합리화 과정\"이라며 \"사회적인 동정심을 얻을 수 있다는 상상을 해 죄책감을 덜고, 다른 사람을 대신해 자신이 저질렀다는 식인데 변명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 대책은 없나 = 묻지마식 증오범죄는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쇄성이 큰 범죄인 만큼 신속한 초기 검거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에 기반한 더욱 장기적인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김시업 교수는 \"인명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고 소외된 사람을 지원하는 국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이들을 실제로 도울 수 있는 지역사회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대경 교수는 \"이들의 공격적인 성향은 주변에서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이나 이웃, 친구가 항상 관심을 갖고 따뜻하게 감싸 안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곽 교수는 \"부자에 대한 막연한 사회적 반감이 줄어들도록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