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중산층 신화 붕괴 ‘갈라지는 일본’ (한겨레, 4/17) (2006/06/07)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01:45
조회
1217
**중산층 신화 붕괴 ‘갈라지는 일본’ (한겨레, 4/17)

1990년대 초 ‘거품경제’ 붕괴로 오랜 불황에 시달리던 일본 경제가 최근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산층 사회’와 평등주의의 전통이 무너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대기업과 부유층 중심 정책을 펴면 사회 저변에도 효과가 퍼질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정책기조가 ‘주범’으로 지목됐다.
일본은행 통계를 보면, 저축이 없는 가구 비율은 지난 5년간 두 배 늘어 지난해 24%를 기록했다.(그림 참조) 사회보장비와 교육비 수급자는 같은 기간에 3분의 1 가량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전체 노동자의 몫은 1980년대 초 55%였지만 최근 51.5%까지 떨어졌다. 경제성장률과 기업 이윤율이 회복되는데도 시간당 임금은 뒷걸음치고 있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경기부양 명목의 규제 완화와 감세, 정부지출 축소 등이 자리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최고 75%에 달했던 개인소득세는 1999년에는 37%로 줄었고, 주식거래세는 양도차익의 20%에서 10%로 줄었다. 거대 자산의 상속도 쉬워졌다. 대신 의료와 연금 혜택은 줄었다.

‘1억 중산층의 사회’가 승자와 패자로 갈리고, ‘온정적 자본주의’를 버리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의 급격한 증가가 일어났다. 1998~2003년 정규직은 10.1% 감소한 반면에 비정규직은 33.6% 늘었다. 비정규직 고용 제한을 대부분 없앤 것은 고이즈미 정부다. 일본 언론은 ‘갈라진 일본’, ‘빛과 어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양극화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교육이다.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려면 2만달러 가량 드는 입시학원에 보내야 하는데, ‘많이 버는 아버지와 자녀에만 매달리는 어머니’를 둔 학생만이 기회를 갖는다. 트럭 운전사인 남편과 함께 맞벌이를 하는 미유키 마츠다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휴가를 냈다간 해고되기 십상이라, 학교 행사에 갈 엄두를 못낸다”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희망이 양분된 사회>를 쓴 마사히로 야마다 가쿠게이대 교수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일본은 불평등 해소책을 썼지만, 이제 그런 수단이 없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구분이 뚜렷한 20~30대에서 양극화가 가장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