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미국이 뿌린 씨앗 불법이민 ‘부메랑’ (한겨레, 4/14) (2006/06/07)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01:42
조회
1210
**미국이 뿌린 씨앗 불법이민 ‘부메랑’ (한겨레, 4/14)

미국이 1980년대에 중남미에 뿌린 내전의 결과물인 불법이민자 처리를 놓고 골치 아파하고 있다.
미국 의회가 1200만명의 불법이민자 문제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큰 시위가 잇따르는 가운데, 55만명으로 추산되는 엘살바도르 출신 불법이민자들의 특수한 지위가 단속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멕시코 다음으로 미국에 많은 불법이민자를 둔 엘살바도르 문제는 198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청년장교들의 쿠데타로 혼란한 엘살바도르에서 미국은 사회주의혁명을 막기 위해 우익 성향의 군부를 지원해 내전에 기름을 부었다. 바로 전해에 이웃나라인 니카라과가 사회주의화된 데 충격을 받은 레이건 행정부는 무기와 돈을 대며 학살극을 키웠다. 1992년까지 계속된 우익 정부와 좌익 게릴라의 싸움에서 5만여명이 희생당했고, 인구의 5분의 1인 100여만명이 목숨을 지키려 국경을 넘었다.

이 때 미국을 피난처로 삼은 엘살바도르인들에 대해 1988년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법이 망명 신청 기회와 법률적 조언을 제공할 것을 의무화한 ‘오란테스 결정’을 내려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 출신 불법이민자들은 간이절차를 통해 신속한 추방이 가능했지만, 90일까지 끌어야 하는 엘살바도르 불법이민자에 대한 추방절차와 수용시설 부족 등은 단속의 손을 놓게 만들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지난해 말 법원에 이 결정을 무효화해달라고 청구한 상태다. 내전이 끝났다는 이유에서다.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 장관은 불법이민 단속에서 엘살바도르 출신자 문제가 가장 어려운 대목이라며 “붙잡았다가 놔주는” 관행을 “붙잡아 추방”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종교·이민 단체 등은 엘살바도르로의 추방은 폭력과 성차별 등에 노출될 위험을 안기는 것이라, 이 결정은 유지돼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