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세상이 왜 부패하는가 (2006/06/07)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01:47
조회
1188
<세상이 왜 부패하는가>

다산은 자신이 살아가던 시대를 사회과학적 방법으로 명확하게 진단하였습니다. “세상은 썩은 지가 이미 오래다”(天下腐已久矣 :<上仲氏>)라고 다산은 단호하게 결론 내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다산의 저서는 500권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그 저서의 중심 되는 내용은 썩은 지 오래인 세상에 대한 분석과 처방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왜 세상은 그렇게 썩을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상세한 분석과, 썩은 이유를 규명하여 새로운 처방으로 썩지 않을 방책을 마련했던 것이 다름 아닌 다산의 학문 전체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경(經)의 뜻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해석하여 공자나 맹자의 본뜻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세상은 병들고 썩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사서육경(四書六經)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려 232권에 이르는 방대한 경학관계 연구서를 저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낡고 썩은 법과 제도를 고치거나 바꾸지 못하여 세상은 타락하고 인민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여기고 법제의 개혁을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였으니, 그의 논(論)·의(議)·설(說) 등의 단편 논문을 비롯하여 방대한 일표이서(一表二書 : 경세유표·목민심서·흠흠신서)의 저서가 모두 그 분야에 해당되고 있습니다.  

“분발해서 흥작(興作)시키느라 온 세상 사람을 바쁘고 요란하게 노역시키고, 한차례 숨 쉴 틈에도 안일하지 못하게 했던 분은 요순(堯舜)이요, 또한 정밀하고 엄격하고 각박하여 온 세상 사람으로 조심스럽고 두렵게 하여 털끝만큼이라도 감히 거짓을 꾸미지 못하도록 했던 분도 요순이었다. 온 세상에 요순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이 없었건마는 했던 일이 없다고 속이고, 요순보다 더 정밀한 사람이 없었건마는 엉성하고 오활하다고 속인다. 그래서 임금이 항상 일을 하고자 해도 반드시 요순을 거론하여 스스로 중지하게 하였다. ‘이것이 천하가 날마다 부패해져서 새롭게 개혁되지 못하는 이유다’(此天下之所以日腐而不能新也 : 경세유표 서문)”라고 말했습니다.  

고치고 바꾸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썩을 수밖에 없다는 다산의 주장을 현대인들도 의미 깊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박석무 드림

출처 : <다산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