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사설] 장애인들이 우울했던 ‘장애인의 날’ (경향, 4/21) (2006/06/07)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01:50
조회
1369
**[사설] 장애인들이 우울했던 ‘장애인의 날’ (경향, 4/21)

특정 직역 종사자들의 노고를 기리거나 사회적 약자들의 어려움을 헤아리기 위해 제정된 갖가지 기념일을 맞을 때면 으레 그 주인공들은 직업적 긍지를 갖거나 외부의 관심에 고마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국군의 날에 장병들이 그러할 것이며, 경찰의 날에는 경찰관들이 또한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어제 장애인의 날을 맞은 장애인들은 그다지 기쁨과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을 듯하다. 이날이 기념일로 제정된 지 벌써 20년이 넘었고,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 상당부분 갖춰졌으며, 사회적 인식도 어느 정도 달라졌다고 해도 이들의 삶이 근본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는 상징적인 일도 있었다. 중증·지체·시각 장애인 5명이 관광명소가 된 청계천을 ‘차별천’이라고 규정하면서 서울시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던 것이다. 청계천변 보도의 폭이 1.5m에 불과해 휠체어가 다닐 수 없는 데다 진출입로 30곳 가운데 23곳이 계단식이어서 통행은 물론 접근조차 쉽지 않다고 하니 ‘차별천’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다.

이뿐이 아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장애인들이 대학에 진학해도 점자교재, 대필자, 문자통역 등 이들의 학습에 필요한 지원이 거의 없어 40%가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다고 한다. 또한 장애인 취업을 보장·지원하는 갖가지 법령과 제도가 있음에도 실제로 국내 30대 기업의 장애인 취업 비율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라는 소식이다.

매년 4월20일 장애인의 날에 그 주인공들이 진심으로 고마움과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갖가지 이벤트와 일회성 정책만으로는 안된다. 장애인들의 구체적인 삶에서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점검한 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을 정상인과 장애인으로 나누는 단선적·표피적 이분법에서 벗어나 장애인과 ‘장애인이 될 뻔한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