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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새천년을 맞이하자(제2차 모임 내용 정리)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0-02-29 21:16
조회
720
기사모2차모임



2차 모임에서 2시간 가량 난상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토론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이 메일과 기사연 홈페이지에 올립니다. 정리된 내용을 읽어보시고, 미진한 부분이나 추가될 내용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기사연 홈페이지에 의견을 개진해주시기 바랍니다.

"솔직하고, 정직하게 새천년을 맞이하자."

1.
지난 1차모임에서 기사모 2차 모임의 주제를 '새천년'으로 정했습니다. 새천년을 맞이하면서 현재 기독교계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신문 기사를 통하여 분석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신문 기사는 특성상 공식적인 성격이외에 물밑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잘알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석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고 계시기에, 비교적 폭넓게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2.
새천년을 맞이하면서, 기독교계의 가장 커다란 화두는 발제에도 나와있듯이 '연합 또는 일치'의 문제입니다. 연합의 문제는 장로교의 교단 통합의 문제나, 신구교회의 일치 등이 그러한 예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새천년을 맞이하면서 세계 교회의 움직임에 대한 한국 교회의 대응으로, 군소 교단의 생존전략의 한 방편으로, 또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새롭게 변신해보고자 하는 심정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일치, 연합'을 말하는 목소리와 현재의 교단과 교회의 실제적인 모습은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한국 교회의 문제점은 '옷로비' 사건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신앙과 현실이 분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열린 예배의 논쟁에서 보듯이 입으로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현실에서는 예배갱신에 대하여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합동총회). 또한 목사와 장로 임기제를 부결시킨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제도적 갱신 노력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문화에 대한 배타적인 교리, 제도적 갱신을 거부하는 교단의 지도층, 신앙과 현실생활이 다른 신앙인들의 모습을 통해 한국교회의 구체적 현실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현재 새천년에 대하여 담론이나 학적인 접근은 무성하나, 교회 현장은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각 교단이나 연합기관 지도자들이 새천년에 대한 확실한 비전과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일치에 관한 문제도 논의만 무성하지, 구체적인 신학이나 방법론,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3.
교단 뿐만이 아니라, 80년대 기독교 운동을 주도하던 기청, 산선, 목협 등도 새천년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기독교 사회선교 단체들도 현실의 변화에 대하여서는 사안에 따른 실용적인 접근만 하고 있을 따름이지, 이러한 변화 양상 전체를 아우르는 의제(agenda)를 설정하고 있지 못합니다. 사회 선교 단체들이 새롭게 변화되는 시대를 관통할 수 있는 의제를 설정하지 못하는 것은 인적, 물적 자원이 열악한 현실에서 개별 단체의 생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단체들의 물적, 인적 자원 여건상 새로운 시대에 대한 의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활동하는 단체들이 함께 모여 공동의 의제를 창출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의제 창출을 위한 연대를 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연대를 통하여 창조적이며 건설적인 의제를 생산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감과 패배감이 개별 단체들 내부에 팽배해 있으며, 90년대 이후 각 단체들이 경제적인 압박 또한 연대 활동을 하지 못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80년대 사회운동을 이끌고 있었던 조직들은 변화되는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실질적으로 해체의 상태이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4.
또한 교회 성장론을 외치는 진영에서도 성장하고 있는 미국 교회의 개별 사례 연구를 통한 개교회의 성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이전과 같이 전체적인 주제로 '교회 성장'을 말하고 있지 못합니다. 극소수의 교회들이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듯이 보이나, 교인들의 수평이동에 의한 성장이지, 실질적인 성장은 멈추어 있거나 퇴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적으로 교인이 50명 미만인 교회가 60%를 웃돌고 있으며, 200명 미만인 교회가 80-85%인 현실에서 교회 성장이라는 허상을 파괴하는 것이 변화된 현실에 적응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로 지적되었습니다. 또한 변화된 현실에서 교회가 성장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생활공동체운동'과 같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현재의 질서를 균열시키는 단초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지적도 있었습니다.

5.
이러한 토론을 통하여 검토해야 할 주제들을 잠정적으로 설정해 보았습니다. (1) 공교회적인 의식을 확충시키는 과정과 단계에 대한 검토, (2) 작은 교회의 네트웤을 통한 지역생활공동체 운동의 모색, (3) 90년대 이후 보수적인 단체와 교회들이 확대재생산되는 경로에 대한 분석, (4) 80년대 기독교운동을 이끌던 단체들에 대한 역사와 현실 검토, (5) 2000년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연합'운동에 대한 분석과 전망. 이러한 주제들을 토대로 기사모 3차모임은 연합운동의 구체적인 활동으로 1월 18일 명동성당에서 있었던 '그리스도인 일치공동주간 기도회'에서 준비위원으로 활동하셨던 이홍정 목사(예장통합총회 기획국장)를 모시고 함께 대화의 시간을 갖자고 하였습니다. 이홍정 목사님에게 신구교회의 일치운동의 한 과정으로 그리스도인 일치공동주간 기도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연합운동의 절차와 과정속에서 드러난 문제점들과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과 전망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함께 되었으면 합니다. 이러한 토론을 통하여 변화된 현실 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이론적, 실천적 전거를 창출하는 것이 우리 모임의 활동이 되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로 2시간의 토론을 끝맺었습니다.
예정일시는 2월 22일(화) 오후 5시 기사연 사무실에서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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