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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을 위하여 기독교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0-02-29 21:16
조회
791
새 천년을 위하여 기독교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정리 : 목사 김오성(기사연)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고 있다. 한국 사회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새 천년'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에라는 말이 모든 사람의 입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기독교도 예외는 아니다. 새 천년을 맞이하기 위하여, 각 교단과 신학계, 연합단체 등에서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기독교계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이 과연 새 술을 담기에 알맞은 '새 부대'일까?
우선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와 새천년준비위원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제시된 내용을 살펴보자. 이 토론회는 다음세기 우리나라를 세계 일류 국가로 만들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연인원 약 2천명이 참석하는 사상 최대규모 정책 모임을 열었고 여기에서 토의된 내용은 기독교계의 논의에 대해 참조해볼 수 있는 내용으로 보인다(국민일보 99.11.09). 두 위원회는 지나온 20세기를 반성하면서 우리나라의 미래상으로 '세계 일류 한국'을 상정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 높은 수준의 자유와 인권, 삶의 질을 영위하고 경제적, 지적, 문화적 경쟁력을 보유한 상태를 말한다. '세계일류 한국을 향한 혁신'이라는 제목의 총론을 발제한 임혁백(任爀伯)교수(고려대 정외과)는 새천년이 우리에게 주는 도전으로 세계화와 지식정보화, 민주화 등 세가지로 규정했다. 임교수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5대 비전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10대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5대 비전은 다원적 민주주의, 역동적 시장경제, 창조적 지식정보국가, 협력적 공동체사회, 아시아 중추국가다. 10대 전략은 생산적 화합정치, 지속적 경제개혁, 생산적 복지체제, 공생적 환경공동체, 평화적 민족통합, 선도적 정부혁신, 지식정보화와 교육의 혁신, 민주적 시민생활세계, 문화적 다원주의, 진취적 세계참여가 해당된다.
기독교계의 대부분 단체들도 이러한 예측에 동의하고 있는 듯 하다. 그것은 새 천년에 기독교가 해야 할 일을 표명하는 것에서 나타난다. 어느 교단이나 단체를 막론하고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은 "정보 시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이다. 이것은 임혁백 교수가 말하는 세계화와 지식정보화의 규정과 맞물리는 부분이다. 기독교계에서는 정보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인터넷을 활용하려고 한다. 세계화와 지식정보화에 대처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변화의 양상을 수용하려는 노력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 놓여있는 부분을 숙고하고 있는 흔적은 보이지를 않는다. 다만 WCC와 일부 단체에서 세계화의 이면에 놓여있는 신자유주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으나, 한국상황에서 구체적인 대응방안은 아직 보이고 있지 않다.
또한 기독교계가 공히 이야기하는 것은 "어떻게 연합을 이룰 것인가?"하는 점이다. 연합과 일치운동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새 천년을 준비하는 기독교의 대처방식으로 WCC의 문서를 살펴보는 것이 유용하다. WCC는 'WCC의 비전과 공동이해'라는 정책문서를 통하여 21세기 일치운동의 6가지 포괄적인 주제를 '함께하는 예배와 기도, 그리고 영적인 삶을 통한 마음의 일치운동', '여성, 청년, 원주민, 장애인 등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포용적인 공동체', '온갖 종류의 폭력을 극복하기 위한 비폭력과 화해운동', '서로 다른 도덕적 입장을 논의하기 위한 인간의 성(性)과 관련된 문제', '세계화라는 흐름에 대응하여 하나님의 참 뜻을 분별하고 실천하는 일',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부채청산운동'으로 들고 있다. 이러한 주제들을 구현해내기 위한 개념적인 기초를 '교회로서 바로서기', '생명을 위한 돌봄', '세계화'의 3가지로 정하고 있다. 세계 교회의 일치운동은 교회간의 친교를 보다 강화하면서 영적인 차원의 교류와 갱신운동을 펼쳐 나가고, 기구적인 틀과는 상관없이 생명을 위협하는 모든 종류의 요인들에 대한 공동의 대응을 강화해나가며, 세계화로 인해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눈물을 씻어 주는 활동을 계속해 나가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일치운동도 한국 사회의 특성상 '민족통일과 평화'라는 주제가 첨부되어 있을 뿐 WCC와 대동소이하다. 이와 함께 눈여겨 볼 대목은 '일치 운동의 저변확대'와 관련된 대목이다. 이 문제를 풀어 나가는 단초는 '일치운동의 과제'와 관련된 담론을 어떻게 형성해 나갈 것이냐의 문제가 먼저 정리되어야 한다.(기독교 신문, 2000.1.2).
각 교단이나 단체에서 표방하고 있는 내용도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나 WCC 정책문서의 내용을 벗어나지 않는다. 화해와 용서를 기초로 한 연합운동(기감, 한기총, 한장연)이나 평화통일운동(통합, 기감), 생명운동(통합) 인권운동(교회협) 등이나, 교단이나 교회의 정체성(통합, 고신, 개혁, 기성, 하나님의 성회) 복음화 운동(기장, 성공회) 교단 성장 등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새 천년을 위하여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교단으로는 예장통합측이 21세기 종합정책사업계획서를 발간한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기장에서 새천년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예장합정 '21세기 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러한 위원회에서 준비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새 천년을 준비하면서 주목해 보아야 할 대목은 앞으로 기독교계를 짊어질 신대원 학생들의 관심사이다. 신대원 준비생들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로 실천신학(35%)를 들고 있으며, 졸업후 목회 형태도 기성교회 교역자(25%)를 지목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물론 이 내용은 총신대 신학대학원 학생들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으나, 사회의 전반적인 보수화 경향과 맞물려 타 신학교에서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상에서 간략하게 살펴본 바와 같이 새 천년에 대하여 'WCC의 비전과 공동이해'라는 정책 성명서를 넘어서는 내용을 가진 단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새천년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모색을 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실천과제나 대안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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