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여기당(如己堂) 수필-I ( 서문, 하늘로부터의 초대장, 천사의 발자국)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9-04-30 21:49
조회
4366
여기당(如己堂) 수필-I



소화 21년 (1949년)의 만추의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나가이 씨는 나가사키 시 우에노 초에 살고 계셨고, 나는 오무라 시에 살았습니다. 나가이 씨의 용태는 아주 나빠, 언제 만의 하나의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알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어느 날, 나는, 나가이 씨의 용태가 너무 걱정이 되어서, 나가사키에 가보았습니다.
나가사키 역에 도착한 것은 밤 10시가 넘어, 숙연한 원자벌판[原子野]의 밤바람 때문에 한층 마음에 쓸쓸함을 느끼면서, 우에노 초에 가니, 나가이 씨의 집에는 촛불이 환하게 미닫이 문에 비치고 있었습니다.
아직 원자들판에는 전등도 복구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밤늦게 촛불이 켜져 있는 것 보니 무슨 일인가 있어....”라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안내를 받지도 않고, 나는 드르륵하고 미닫이문을 열고, 조심조심 방안을 들어다 보았습니다.
아직 여기당은 지어지지 않았고, 원래의 건물에 6조 다다미 하나, 구물이지만 기와도 얹은 목조건축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의 집을 지어, 토코노마[床の間; 방 윗목에 장식물을 놓기 위한 작은 마루-역주]의 기둥 등은 어디에서 구했는지 멋부린 목재를 이용했고, 작은 토코노마에는 이 집에는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성모상을 안치해 두고, 그 아래서 자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 눈으로 방안이 보였기 때문에 나가이 씨가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이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어허!”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대로 올라 가 방안에 들어가 침상의 옆에 가,
“살아 있었군요.”
하고 한 숨을 놓는 표정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습니다.
옆에는 영제(令弟)인 모토 씨가 4방 석자 크기의 종이를 몇 장인가 늘어놓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간호부인 요시다 씨가 계속 무엇인가를 노트에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뭐지요? 이게”
“종이연극입니다. 26 성인에 관한.”
나가이 씨는 웃지도 않고 말했습니다.
“종이 연극이요?”
나는 앵무새처럼 되물었습니다.
“누가 부탁했는데요?”
“타가와 선생이요. 타가와 선생은 내일 아침 이것을 가지고 고토[五島]에 가서, 아이들에게 종이연극을 보여주기로 되어 있어, 오늘 밤 안에 그려 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제 두장 만 그리면 완성이 됩니다. 보십시오.”
라고 하면서 후-하고 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몇 장인가를 그렸습니다만, 더 이상 그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동생에게 부탁하여 그려 달라고 하였습니다. 설명은 요시다 씨에게 구술하고 있습니다. 열심히들 하고 있구먼요.”
그때는 그토록 그도 연필을 잡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 있었습니다.
“26 성인의 종이연극도 좋지만은, 당신은 환자이지 않습니까?”
“그래요. 목숨을 걸고 하고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하고 있다니요. 이런 환자에게 부탁한 사람도 부탁한 사람이지만, 받아들인 당신도 당신이군요.”
“그려도 죽고, 그리지 않아도 죽을 것입니다.”
다음날 아침, 친구인 후카보리 호로(深堀保郞] 의학박사가 그의 병상을 방문하였습니다. 타가와 선생의 고토행은 중지되고, 아름답게 완성된 종이연극은 침상 옆에 싸여 있습니다.
“후카보리 선생님, 당신은 의사로서 이 환자가 이 같은 일을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성난 얼굴로 물으니, 의학박사는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는 것은 그리시게 하고 싶군요. 이 분에게 그리지 말라고 하는 것도 무리겠지요.“
나가이 씨는 배게 머리에서 흔들리는 촛불을 보면서 말한 것이었습니다.
“이 촛불이 마치 다 타서 꺼질 것 같이 보일 때, 당신은 ‘어어, 촛불이 다 타서 꺼지는군.‘하면서 하는 일도 손에서 놓고 말겠습니까? 아니면, 촛불이 빛나고 있는 한 하던 일을 하겠습니까? 어느 쪽입니까?”
“나의 생명은 등불은 다 타서 꺼질 지경이 되고 있습니다. 당신들도, 어어- 하고 소란을 피우지 말고, 생명의 등불이 타고 있는 동안, 나에게 할 일을 주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당시, 나가이 씨는 아직 무명의 환자 한 사람에 불과했지만, 그때도, 그리고 나중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된 뒤에도 전혀 똑같은 심경으로 글을 쓰고, 이러저런 일들을 했던 것입니다.
적혈구가 극도로 감소했기 때문에, 걸핏하면 둔해진 뇌신경을 카페인이나 박향초로 흥분시키며 썼던 것이었습니다.
커피가 손에 들어오게 되면서부터는 커피를 사용했습니다만, 점차 쇠약해지는 체력은 마침내 연필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팔 힘을 약화시켜, 4B로 원고용지를 비비는 것처럼 하여 쓸 정도였습니다.
이 책은 나가이 씨의 14번째의 저작으로, 이러저런 잡지에 게재된 것들을 죽기 직전에 모아두었던 것입니다만, 말한 바대로 그의 초인적인 인고와 노력, 그리고 사도적 봉사의 마음에 의해 쓰여 진 고귀한 글입니다.

1951년 6월 30일
카타오카 야요시[片岡彌吉]







하늘로부터의 초대장

보고 싶다, 만나고 싶다, 말씀 나누고 싶다, 가능하다면 오랜 동안 옆에 모시고 싶다, 고 간절하게 생각되는 분으로부터 초대장이 온다면,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나는 하나님이 얼마나 온화하고 아름다고 좋으신 분이시며, 얼마나 나를 사랑해 주시는지를 알고 있습니다만, 이 하나님으로부터의 초대장이 온다면, 얼마나 즐거워하며, 그 초대에 응할 수 있을 것일지?
죽음은 하나님의 초대장입니다. 나는 즐거워하며 죽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죽음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얼마나 사랑해주시는가를 알고 있다면, 아무리 성격이 뒤틀린 사람도 죽음을 싫어한다든지, 두려워 할 까닭이 없습니다. 반면 빨리 천국에 가고 싶어서, 서둘러 자기 마음대로 자살을 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만 그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니까 접수처에서 거절당하고 맙니다.
유리창을 통하여, 안에서 보이는 즐거운 모임의 모습들을 볼 수는 있으나, 아무리해도 들어 갈 수가 없습니다. 밖의 캄캄한 어둠 속에서 ‘이제는 끝났다’ 하고 이를 갈 뿐이겠지요. 이와 같이, 하나님으로부터의 퇴짜를 맞아 실연의 상태에서 고민하는 것이 지옥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나는 요사이, 점차 이 세상에서의 즐거움에 대한 생각이 변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사랑은, 항상 이러저런 형태의 은총이 되어 우리에게 주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계획하고 계신 가장 큰 은총은 그분을 직접으로 만나 뵐 수 있는 천국으로의 초대장이지 않겠습니까? 이 가장 큰 은총, 다시 말해 죽음을 가장 마지막까지 맡아 주시는 것은 역시 부모의 심정에서이지 않겠습니까?
--나 역시도, 무엇인가 좋은 것이 있으면, 숨겨 두었다가 갑자기 아이들에게 내놓아, 그 놀라고 기뻐하는 것을 보고 즐거워 합니다. 하나님도, 죽음의 초대장을 받았을 때의 나의 놀라는 모습을 보시고, 즐거워하시겠지요?



천사의 발자국

카야노의 그림

그 때, 내 베개 맡에는 타가와 씨가 방문해, 고토[五島]의 섬에서 섬으로 동화를 하며 순회했던 이야기 선물을 들려주었다. 고토는 나가사키에서 서쪽으로 480리의 바다 멀리에 가로 놓여 있는, 가톨릭의 섬이다. 섬마다 바다에 그늘을 드리우며 아름다운 교회의 첨탑이 우뚝 솟아있다. 신자들은 모두 가난한 어부들로, 마치 갈릴리 호수에서 그물을 던지고 있는 베드로나 요한과 닮아 마음도 육체도 건강하다.
타가와 씨는 섬에서 섬으로 마리아의 메달리온을 목에 걸고 손목에 묵주를 찬 아이가 젓는 배로 마중 받고 배웅 받으며 성 루드빅 이바라기[茨木 ]나 파비오라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고 돌아 왔다는 것. 과연 동화의 전문가답게 이야기꾼이니까 듣고 있는 나도, 어느새 타가와 씨와 함께 삐걱 삐걱 노 소리를 들으며 섬을 순회하고 있는 것 같은 상쾌한 기분이 되었었다.
그곳에, 갑자기 카야노가 달려들어 온 것이다. 누가 도로 위를 딸깍 딸깍하고 한발 한발 가볍게 뛰면서 나막신 소리를 내며 달려 들어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 소리가 그대로 나 방 안까지 달려들어 와. 베개 맡에서 팔짝팔작 한 발로 뛰고 있어 나는 깜짝 놀랐다.
“무슨 짓이야? 버릇없이. 손님 앞에서.” 하고 나는 날카로운 소리로 꾸짖었다.
카야노는 움찢 몸을 움츠리고, 울상을 지으며 꼼짝 않고 있었다.
타가와 씨는 소학교 1학년생의 교육에 반생을 바친 사람이어서, 이런 장면을 무마하는 데에는 확실히 깊은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아이쿠, 카야노 짱이로구나. 어서 와. 왠지 항상 기쁜 일이 있는 모양이구나! 왜 그렇게 기쁠까? 으음? 아아, 알겠다. 카야노 짱의 얼굴에 다 써있군. 그게, 동그라미 세 개를 받았구나?”
카야노의 얼굴이 타가와 씨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조금씩 펴져 갔다. 동그라미 세 개를 받아 온 것이 얼굴에 쓰여 있을 리 만무하다.. 카야노의 오른 손에 있는 그림에 커다랗게 그려진 동그라미 세 개가 보였다. 이 아이는 선생님으로부터 칭찬과 함께 돌려받은 자신의 걸작을 아버지에게 보이려고, 팔짝 팔짝 뛰어서 학교에서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돌아 온 것이다.
“그래그래, 아저씨에게 보여주렴.”카야노는 보여주고 싶어 견딜 수 없으면서도, 한참동안은 뒤에 숨기고 있다가 마침내 타가와 씨의 손에 빼앗기는 것처럼 넘겨주었다. 이런 사소한 행동으로도, 타가와 씨는 솜씨 좋게 아이들을 달래고 기쁘게 하는 것이었다.
“ 어이구, 잘 그렸네! 아하, 이것은 카야노 짱이로군. 눈이 똥그란 걸 보니까. 풀색 줄무늬 양복이군. 빨간 단추가 달려 있네. 누가 만들어 준 옷이지?........”
타가와 씨와 카야노의 너무나도 즐거운 것 같은 대화를 귀 가까이 듣고 있노라니, 무언지 나의 가슴에는 질투 같은 파도가 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와 같은 식으로 아이들을 기쁘게 하는 기교가 전혀 없었다.
타가와 씨의 손에서 도화를 받아 보아도, 느껴지는 것이란, 몸체나 손발에 비해 머리가 너무 크다든지, 이 코스모스에 꽃술이 여섯 개 밖에 없다는 등 결점만 보이는데 “야, 잘 그렸는데!” 라고 순간적으로 거리낌 없이 칭찬할 마음이 나지가 않는다. 같은 교육에 몸을 담고 있어도, 나는 대학생을 상대로 오래 동안 보내 온 까닭에 카야노와 같은 어린 아이들을 대하면, 먼저 미완성의 점만 눈에 들어 와, 따라서 하찮은 자라고 취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고토의 신부(新婦)

타가와 씨는 전혀 다른 눈으로 어린아이들에게 큰 가치를 인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카야노 짱은 커서 무엇이 될래?”
“미---? 미---가 무얼까?”
“미--술--학--교”
“아하!---미술학교에 가고 싶다고? 그래”
“그리고요, 고토로 시집도 가고 싶어요.”
“무어? 고토에? 그런데 미술학교는 도쿄에 있는데......”
두 사람은 즐거운 이야기를 끝없이 계속하고 있다. 정말로 이와 같이 아이를 무릎 위에 앉혀 놓고 단발머리를 만지면서 매듭이 없는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쁠까? 나는 오랜 동안 연구실에 틀어박혀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애정 표시하는 방법을 연구하지 못하고 지내 온 것이 지금에야 크게 후회가 되는 것이었다.
거기에 대해서도 생각나는 것은 그리스도의 말씀이다. 베레야 지방에서 그리스도가 설교를 하고 계실 때 부모들이 자기 아이들에게 축복을 해 주시도록 생각하여, 앞으로 밀쳐 넣었다. 어린아이들은 웃기도하고 지껄이기도 하고 뛰어 다니기도 하면서 시끄럽게 해서,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있어!”하고, 호통 쳤다. 그러자, 그리스도는 제자들을 꾸짖으며, 더럽게 코를 흘리는 어린아이 하나를 무릎 위에 다정하게 끓어 앉히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느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잘 들어라,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순진한 마음으로 하느님 나라를 맞아들이지 않으면 결코 거기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나는 타가와 씨가 카야노에게 기울이고 있는 깊은 마음을 느꼈다. 악의 없고 순진한 아이를 꾸짖기만 하는 나에게는 어린아이들을 여태까지는 이해하지 못한, 따라서, 하느님 나라는 아직도 멀고 먼 것이다.
카야노는 기분이 좋아져, 접시의 고구마를 두 개를 맛있게 먹은 후, 나의 팔을 잠시 만지다가 다시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은 좋구나!.....”
원자의 불로 4인의 아이들을 잃은 타가와 씨는 나에게 들려준다는 의식도 없이 조용히 이렇게 말하고는, 고토의 타이노우라[?の浦]에서 보고 온 이야기를 해 주었다. 타이노우라의 신부님은 아이들을 좋아하기로 평판이 나 있으나,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그것은 단순히 좋아한다는 정도가 아니고, 더 높이 하느님의 마음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야기란, 이러했다.



축복받은 아이들

타이노우라의 천주교 성당의 사제관에는 항상 아이들이 모여 있다. 그것도 원근의 여러 섬에서 작은 배들을 저어 와 모여 있는 것이다. 어떤 아이들도 새까맣기 때문에 서로의 얼굴을 구별할 수 가 없었다. 기움투성이의 셔츠와 팬츠. 목에는 빨간 리본에 알루미늄 메달이나 양은(洋銀) 십자가를 매달고 있다. 사제관의 현관에 몇 십 짝의 짚신이 나란히 정리되어 놓여 있는 것으로 볼 때, 가난한 어부들의 아이들이 예절바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짚신에 모래가 묻어 있는 것은, 모래해변을 걷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
사제관은 소나무 숲 속에 있었다. 가지가 무성하여, 해변을 치는 파도의 소리가 철썩.....철썩.... 하고 가까이 울려오지만, 파란 바다색은 여기서는 보이지 않았다.
사제관 큰 방에는 신부님이 아이들에게 깔려 부셔질 것 같이 둘려 쌓여, 땀투성이가 되어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야기는 어떻게 하면 저 덩치 큰 사나이 그리스도폴로가 여행자를 어깨에 짊어지고 유속이 빠른 강을 건널 수 있을가에 대한 것인 같았다. 신부님의 손짓 몸짓 표정을 놓치지 않을 작정으로 뒤쪽에 있던 아이는 앞의 아이의 등에 올라타려고 했고, 앞의 아이는 그것을 흔들어 떨어트리려 하며, 재미있는 이야기 솜씨에 이끌려 일어나는 웃음이나 한숨나 큰 갈채가 엉클어져, 잠시 동안 사제관이 폭발할 것 같은 소동이 일었다.
이야기가 끝났다. 아이들은 짧은 기도를 하고, 삼삼오오, 소나무 숲 속을 사방으로 흩어져 갔다. 그 후는 오로지 고요만이........
신부님은 땀에 흠뻑 젖어 큰 방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녹음 속에 서서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부엌 살림하는 할머니가 걸레를 가지고 나타나, 복도에서 큰 방까지 쓱쓱 걸레질을 하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작은 발자국이 무수하게 나 있었다.
신부님이 다시 돌아 와, 할머니에게 말했다.
“닦지 않는 것이 좋아요. 아름다운 발자국이 아닌가요?”
할머니는 생각도 않고 닦는 손을 멈추고, 의아해 하는 얼굴로 신부님을 올려다보았다.
“천사---천사---”
신부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예배당 쪽으로 갔다. 그러나 할머니는 모래투성이인 발자국의 넓은 방을 그대로 둘 수 가 없어서, 누군가 손님이 오기 전에, 하며, 쓱쓱 닦아나갔다.
거기에 다시 세 의 남자 아이들의 왔다. 세 사람 모두 끌어 안을 수 있을 만큼의 많은 양의 흰 산차화(山茶花)를 가슴에 안고 현관에 서 있었다.
“할머니, 이것을 제단에 꽂아주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할머니의 손에 꽃다발을 전해주고는 재빠르게 소나무 숲 속으로 사라졌다.
할머니는 예배당에 들어갔다. 신부님은 제단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성모 마라아의 제단 앞에는 여자 두 사람이 앉아, 로자리오를 굴리며 기도를 받치고 있었다. 예배당 안에는 창문에서 창문으로 들어왔다 나가는 소나무 바람의 소리와 파도 소리가 끝없이 기도의 반주를 하고 있는 듯했다. 할머니는 흰 산차화를 가득히 제단에 꽂고, 잠시 그곳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며, 그 아이들 위에 축복이 있기를 기원했다. 할머니는 예배당을 나와, 복도로 돌아 왔다. 그러고 보니 복도 끝에 작은 발자국 하나가 닦이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 왔다. 그 옆에 가, 그 위에 쭈그리고 앉아 곰곰이 내려다 보며 말했다.
“오호! 정말 아름다운 발자국이로구나! 천사의 발자국이구나, 이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