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료

[2006프랑스] ② 신자유주의에 대한 좌우의 시각 (한겨레, 4/13) (2006/06/07)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01:41
조회
1164
**[2006프랑스] ② 신자유주의에 대한 좌우의 시각 (한겨레, 4/13)

프랑스 모델의 위기일까? 최초고용계약제(CPE) 사태를 계기로, 강력한 실업자보호 정책과 35시간 노동제의 프랑스 고용모델에 대한 논쟁이 거세다. 높은 실업률과 비정규직의 급증을 두고 고용모델의 실패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다. 우파 정부 쪽에서는 고용보호 수준은 프랑스보다 낮지만 취업지원과 빈곤층 보호 등 고용안정 쪽에 무게를 둔 덴마크 모델을 본따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고용과 노동문제에 대해 프랑스 내 대표적인 전문가인 미셀 위송 경제사회연구소(IRES) 연구원과 베르나르 가지에 파리 제1대학 경제학과 교수의 의견을 들어봤다. 가지에 교수는 모델의 위기라는 관점에서 덴마크식 유연안정성 도입에 적극적인 반면, 위송 연구원은 덴마크모델의 도입은 프랑스 사회의 맥락과 조건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좌파시각 “교용유연화로는 일자리 못늘려”
미셸 위송 경제사회연구소 연구원

-최초고용계약제(CPE)의 경제적 효용성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고용시장 유연성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고용유연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기업이 (경기에) 빨리 적응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 자체가 일자리를 줄이거나 늘리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쉽게 고용되면, 쉽게 해고하게 되는 것이다.

-최초고용계약제가 결국 고용불안자를 양산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만약에 최초고용계약제를 도입하게 되다면, 청년들의 안정적 고용을 방해하게 된다. 청년들의 안정적, 지속적 고용이 힘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숙련노동자가 되거나 안정적 일자리를 확보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높은 실업률, 특히 20%가 넘는 청년실업률과 관련해 프랑스 고용모델의 위기가 얘기되고 있다.

=프랑스의 청년실업에는 기술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있다. 지난 10년을 보면 고용창출 측면에서 프랑스는 영국이나 덴마크보다 더 높고, 오히려 유럽 평균에 가깝다. 이런 점에서는 프랑스 모델이 실패했다고 할 수 없다. 네덜란드의 경우, 장애인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실업률의 경제활동인구에서 빠진다. 영국 같은 경우, 실업자가 되면 보상도 없으면서 단기간 통계에서 제외된다. 통계만 가지고 비교하기엔 복잡한 문제가 있다.

-우파정부 쪽이 덴마크 모델에서 도입하려는 하는 점은 뭔가?

=다른 맥락이나 조건들을 고려하지 않은 체 전반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모순을 보여주는 사안이다. 예산적자를 줄이기 위해, 사회적 지출을 감축해야 하는 근본적 문제도 안고 있다. 덴마크 모델을 도입할 경우, 유연성 유지를 위해서는 사회적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지출을 줄여야 하는 자유주의 정부에겐 모순이다. 실제로 실업급여를 많이 주게되면 청년들이 일을 안 하게 된다. ‘실업함정’에 빠져 일을 안 하는 ‘사치스런 실업자’가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덴마크 모델에서 정책적 함의를 가져온다기 보다는 자신들의 자유주의적 개혁을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 배우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프랑스 모델과 덴마크 모델은 경제규모나 사회보장의 측면에서 차이가 많다.

=현재 두 모델의 차이가 많이 얘기되고 있지만, 두 모델은 10년 전에 실업률이 비슷했다. 그 이전에도 덴마크에선 그 모델이 존재하고 있었고, 최초고용계약과 비슷한 제도도 시행됐다. 그런 점에서 덴마크 모델이 실업률 감소의 이유라고 할 수는 없다. 프랑스의 실업은 모델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거시경제 상황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계화 과정에서 덴마크 같은 작은 나라는 빨리 적응했고, 프랑스나 독일은 불리한 상황에 있었다.

-한국에선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얘기가 거론되고 있다. 좌파와 신자유주의는 함께 갈 수 있는가?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정권들이 사회주의와 자유주의 시장경제정책의 화해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1997년 유럽연합은 암스테르담 조약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유럽의 사회정책을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잘 작동되지 않았다. 애초에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하고, 그 결과로 사회보장을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를 도입한 결과, 신자유주의정책을 더 밀어붙여야 하는 (모순된) 논리로 바뀌었다. 그 정책을 ‘사회자유주의’라고 부른다. 그 시기 15개 유럽연합 회원국 중 11개국의 사민주의 정권이 지금은 줄어들었다. 사회자유주의 정책은 실패했다. 독일의 경우, 사민당과 녹색당이 연정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극단적으로 강화한 결과를 초래해, 선거에서도 졌다. 한국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사회자유주의를 생각나게 한다. 두 가지가 함께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은 유럽이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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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시각 “사회안전망 확신 못준게 실책”
베르나르 가지에 파리 제1대학 경제학과 교수


-최고고용계약제의 고용 창출효과에 대한 경제학자로서 평가는?

=많지는 않지만 고용창출 효과는 있다. 동료 경제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7년 동안 7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연간 1만개꼴이다. 이것이 줄어들 수는 있다. 들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나오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영국에서 마거릿 대처 총리가 88년에 최초고용계약제과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 1999년 블레어 총리가 해고가능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영국에서는 대화를 통해 이런 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2년간의 시험기간은 너무 길고, 고용계약서의 형태에만 매달리기보다는 고용정책이나 연수시스템에 개혁에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용이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비정규직만을 늘리는 것이다. 고용불안은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편견을 갖는 것을 피해야 한다. 불안정한 일자리를 만든다고, 단순히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현재 불안정한 일자리라도 안정적인 일자리로 바꿔갈 수 있다. 드빌팽 총리가 사회 전반에 불신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국민들에게 유연한 안정성을 제시했지만, 사회안전보장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다. 덴마크는 유연한 고용제도를 적용하면서, 국민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보장책을 제시했다. 드빌팽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덴마크 모델이 거론되지만, 프랑스와 덴마크는 경제규모나 고용보장 등에서 차이가 많다. 덴마크 모델에서 어떤 점을 도입하겠다는 것인가?

=덴마크 모델을 프랑스에 적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점은 세 가지로 지적될 수 있다. 덴마크는 인구가 파리의 절반 수준인 500여만명에 불과하다. 대기업이 거의 없는 중소기업의 나라이다. 또 80%가 노조에 가입해 서로 연대가 잘 되어있어, 직업의 유연성과 생활의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다. 프랑스는 국가나 기업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를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국가가 안전보장을 해준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고용의 유연성을 국가가 기획해 제시하기보다는 경제주체들이 협상과 대화의 상호작용을 통해 창출하도록 한다면 가능하다.

-사회당 등 좌파와 대중운동연합 등 우파의 노동정책의 차이는?

=자유경제체제에서는 경제의 주체들이 가격을 정하거나, 수요공급을 유연하게 정해 유연성을 찾게 된다. 프랑스에선 경제적 유연성을 정부가 이끌어간다. 좌파든 우파든 비슷하다. 프랑스적인 공통점이다. 프랑스는 정부가 모든 것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사회집단, 노동조합, 고용주의 의사결정이 약화됐다.

좌파정부가 택한 대표적인 노동정책은 노동시간을 35시간으로 줄인 것이다. 휴가를 많이 늘리고 대직자를 써 고용을 창출하는 방법도 있는데,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또 사회부담금을 면제해주는 시스템도 썼다. 좌파정부는 대학졸업장이 필요없는 저임금의 일자리에 대해서는 기업의 사회부담금을 줄여주고 보조금을 주는 시스템을 보통 써왔다. 좌파정부는 35시간제를 국가의 희망처럼 제시했다. 좌파의 정책엔 겉으론 드러나지 않았지만 밑바탕에 케인즈적 사고가 깔려있다.

우파정부는 좌파정부의 고용정책을 비판하면서, 고용을 위한 투자를 줄이고 청년직업창출 제도를 없애기까지 했다. 경제의 유연성과 시장자유화를 통해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파정부로서도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좌파의 직업창출을 위한 고용정책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에서는 우파의 고용정책 역시 불안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