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화해

동북아문제, 미·일동맹만으로 풀 수 없다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5-03-22 23:47
조회
2005
[사설] 동북아문제, 미·일동맹만으로 풀 수 없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일본, 한국, 중국 순서로 순방한 뒤 워싱턴으로 돌아갔다. 그가 3국에 전달하려 한 메시지는 그의 말을 잘 살펴보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외교에서는 여전히 상징적 행위가 중요하다. 그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한·미연합사령부의 지휘통제소가 있는 지하 벙커를 방문했다. 미국이 북한과 진지한 대화자세로 전환해주기를 바라는 한국의 의사에 맞서 그는 북한위협을 부각하고, 대북경고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마친 직후에는 교회를 찾음으로써 ‘자유의 확산’ 의지를 드러냈다. 한·중 두 나라간에는 이렇게 상징적 행위를 통해서라도 전달해야 할 그 무엇이 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일본에서는 상징이 아닌, 명료한 개념을 통해 ‘미·일동맹의 현대화’를 강조했다. 일본의 유엔안보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고, ‘세계속의 미·일동맹’을 주장했다. 일본군대가 동아시아 지역은 물론 전세계에서 미국동맹군으로 활약하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은 자위대의 족쇄를 풀어줄 평화헌법개정도 환영하고 있다. ‘미·일동맹의 현대화’는 현재 이론상의 문제가 아니다. 양국은 얼마전 대만문제를 공동 전략목표에 포함시킴으로써 이미 현실화했다. 그 역효과도 드러나고 있다. 일본이 ‘미국의 힘’에 안주하면서 지역 협력자 역할을 방기하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일본이 최근 독도문제 및 과거사의 민감성을 무시하고, 우경화로 치닫는 배경도 어느 정도 설명될 수 있다. 한국과의 문제만이 아니다. 북한과는 언제 화해하고 협력할 것이며, 중국과의 적대관계는 언제 해소해서 동북아 협력의 동반자가 될 것인가. 주변국과의 협력관계 구축 없이는 안보이사국은커녕 보통국가화도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미·일동맹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라이스 장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심사숙고하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경향신문 2005-03-21 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