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사설] 베트남 여성 국제결혼 상품화 지나치다 (경향,5/26)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14 21:19
조회
1521
**[사설] 베트남 여성 국제결혼 상품화 지나치다 (경향,5/26)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세요’란 현수막은 이제 우리 국민의 눈에 너무나 익숙하다. 농촌에서 시작됐지만, 요즘엔 서울 등 대도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베트남 여성의 국내 유입은 최근 몰라보게 늘어났다. 한국인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이 2000년 95명에 불과했으나 이후 큰 폭으로 늘어 지난 5년 사이 1만여명에 이르렀다. 장가 못 가는 농촌총각 문제는 정부의 큰 고민이었는데 베트남 여성이 들어오면서 소리없이 수그러들었다. 신부를 보내준 베트남 정부에 정중한 감사의 인사라도 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베트남 정부가 한국 등 외국 남성과 결혼하는 자국 여성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는 보도다. 혼인 신고 때 부부의 동반 서약을 의무화한 것이다. 호찌민의 한 신문은 “무질서한 국제 결혼을 정상화하기 위해”라고 규제 이유를 분석했다.

사실 베트남 여성을 알선해주는 결혼정보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이들의 영업 행태는 도를 넘어섰다. 베트남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수준을 넘어 인권침해 요소가 짙다.

예컨대 이들 업체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신붓감으로 등록된 베트남 여성의 전신 사진과 동영상이 즐비하게 올라 있다. ‘나이 21살, 키 155㎝, 몸무게 45㎏’과 같은 신상정보도 적혀 있다. 베트남 여성과 결혼할 의사가 있어 등록한 남자 회원들만이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개방돼 있다. 한 업체는 ‘고2 재학 중’인 여성을 소개하며 ‘성혼가능한 여성회원’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제라도 당국이 나서서 업체들의 이런 그릇된 행태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인권침해 요소가 다분한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란 현수막부터 철거토록 하는 게 좋겠다. 인권위가 나서야 할 사항이다. 생각해 보라. 미국 농촌에 ‘한국처녀와 결혼하세요’란 광고물이 있다면 우리 국민이 참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