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양극화 해법 (2006/06/07)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01:23
조회
1074
<양극화 해법>

소위 양극화 문제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할 중요한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양극화라는 말은 매우 폭넓게 사용되고 있어서 그 뜻이 애매하긴 하다. 그러나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지역간, 계층간 소득과 부의 격차가 심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 문제는 절대적 빈곤을 탈피했다고 평가되는 70년대 이후 지속적인 논란의 대상이었지만, 97년의 외환위기 이후 빈부 격차가 더욱 심해지면서 더욱더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세계적 경쟁과 기술 급변으로 격차 심화

90년대 후반부터 우리 경제의 세계화 속도는 빨라졌고, 우리 산업의 지식집약도는 높아졌다. 97년의 외환위기는 이러한 흐름을 더욱 촉진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기업들의 경쟁 범위는 세계시장으로 넓어졌고, 산업의 구조조정은 새로운 지식을 바탕으로 한 신상품으로의 전환을 방향삼아 이루어졌다. 이것은 기업들이 더욱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야 하고, 이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을 경쟁 기업보다 앞서서 습득하고 응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기술이 급변하고 상품 수명이 더욱 짧아지고 있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일부 기업들은 그 흐름에 적응하여 성장하였고, 일부 기업들은 그렇지 못하고 쇠퇴하거나 도태되었다. 우리 경제가 그동안 침체된 것은 쇠퇴기업의 비중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성장기업과 쇠퇴기업 간의 격차는 크게 벌어졌고, 성장기업에서 요구하는 지식을 가진 인력의 소득과 그렇지 못하거나 쇠퇴기업에서 일하는 인력의 소득간의 격차도 심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성장기업의 요구에 적응할 수 있는 하청기업들은 동반 성장하였고 그렇지 못한 하청업체들은 그 자리를 외국의 보다 경쟁력 있는 중소업체들에게 넘겨주어야 했다. 이 큰 그림 속에 강력하게 조직화된 대기업 노조와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 노조가 있고, 그 결과 나타나는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 간의 소득격차가 숨겨져 있다. 또한 이 격변의 와중에서 실업자가 된 사람들은 더욱 어려워졌다.  

세계화에 따른 경쟁의 심화와 지식기반산업으로의 구조조정에 대한 적응능력의 차이 등에서 발생하게 된 부와 소득의 격차는 정부의 정책 오류와 공정한 경쟁 질서를 유지·관리할 수 있는 능력 부족으로 더욱 더 심화되기도 한다.  
소위 양극화 현상의 원인을 이렇게 본다면 그 완화의 해법도 거기서 찾아야 한다.

     양극화 완화책은 장기적 안목과 세계적 관점에서

우선 기업들이 세계 다른 나라의 기업들과 같은 환경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다른 나라의 기업들은 자유롭게 움직이는데 우리 기업들의 발목에는 각종 족쇄가 묶여 있다면, 어떻게 급변하는 세계적 조류에 적응할 수 있겠는가.  

기업들의 적응과 함께 가는 것이 근로자들의 새로운 지식습득능력이다. 세계적 경쟁과 새로운 지식에 기반을 둔 산업으로의 구조 전환을 위해서, 근로자들은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교육과 훈련의 기회가 가능한 한 많은 근로자들에게 주어져야 한다. 하청업체들의 경우에는 연구 개발 능력의 제고가 요구된다.  

부동산 가격 안정, 주식 시장의 투명성, 정부 정책 수립 과정의 투명성, 법질서의 공정한 적용 등은 공정한 경기 규칙을 통한 빈부 격차 완화에 필수적이다.  

양극화의 완화를 이러한 구조적 과정에서 접근하여 해법을 찾아 정책을 수립, 운용하는 데에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고 그 성과 또한 점진적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정치인들의 입장에서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인들은 당장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방법을 선택하려는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많은 세금을 잘 나가는 기업과 고소득 근로자들에게 부과하여, 어려운 기업과 저소득층에게 나누어 주는 방법이 매우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선택이다. 세계적 경쟁에서 생존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부담을 주려 할 때는 다른 정부들은 우리와 경쟁하는 그 나라의 기업들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근로자에 대해서도 하청업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이나 근로자, 하청업체 모두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양극화는 완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방법은 건설적이어야 한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과, 개인들에게 세금을 중과할 때 그들의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고 그들의 경제 의욕이 살아남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화 시대의 경쟁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글쓴이 / 김광두
· 서강대 교수 (경제학)
· 미국 하와이 주립대 경제학박사
·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  
· 국제경제학회 회장(현) 
· (사)국가경쟁력 연구원 원장(현) 
· 저서: <대외지향형 경제의 정책과제> 등

출처:<다산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