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법제(法制)를 개혁하자 (2006/06/07)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01:25
조회
1092
<법제(法制)를 개혁하자>
 
물은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옵니다. 자연도 변하기 마련이어서 녹음이 짙었다가 가을이면 누렇게 단풍으로 변해서 낙엽은 모두 땅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이처럼 모든 것은 변하는 것이 자연적이고 천연적인 이치인데, 요즘 세상에는 이와 다르게 일단 변화시키려고만 하면 무조건 극력 반대하는 것만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어떤 제도나 법도 그냥 그대로만 두어야지 조금이라도 고치거나 손을 대면 난리가 난다고 여기는 것이 일부 인사들의 주장임이 분명합니다. 사학법이나 국보법도 그냥 두어야만 옳고, 북한과의 관계도 그대로만 두고 오랜 옛날처럼 ‘북진통일’이나 ‘멸공통일’만 외쳐야 속이 후련하다는 사람도 나오고 있습니다.  

옛날에도 그런 사람들이 없지 않았습니다. 『논어』에 나오는 ‘무위이치(無爲而治)’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잘 다스려진다고 잘못 해석하고는 임금이나 군주가 무엇을 조금 하려고만 하면 반대했던 그런 부류들이 있었다는 것이 다산의 주장입니다. 공자는 순(舜)의 정치를 찬양하면서 22명의 훌륭한 신하를 적시적소에 배치하여 전문성을 지니고 온갖 정성을 바쳐 행정을 하도록 했기에 본인은 직접 자잘한 일에는 하는 것이 없는 것 같지만 통치는 제대로 되었다는 뜻에서 했던 말인데, 후세의 유자들이 그런 뜻은 모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제대로 다스려진다고 여겼기에, 세상은 날마다 썩어문드러지고 말았다고 다산은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법을 고치지 못하고 제대로 변화시키지 못함은 통치자 본인의 잘잘못 탓이지, 하늘 땅의 이치가 본디 고치거나 변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었다”(法之不能改 制之不能變 一由夫本人之賢愚非天地之理 原欲其無改無變也 : 경세유표 서문)라고 말하여, 하늘 땅의 이치는 본디부터 고치고 변하는 원리를 지녔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세상은 날로 변하고 시대는 자꾸 바뀌는데, 모든 법과 제도를 그대로만 둔다면 어떻게 될까요. 200년 전에 고치고 바꾸기만을 원했던 다산을 본받아서라도, 요즘의 정치인들, 제발 힘을 합해서 세상이 조금 발전하도록 고치고 바꾸는 일에 힘써주면 어떨까요.  

박석무 드림

출처:<다산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