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길

에세이
단행본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16-08-31 01:17
조회
6022
저자 김관석
자료유형 논문
제목 마음의 길
간행물명 횃불이 꺼질 무렵 -?마음의 길
발행처 유림사
발행일 1974-11-30
간행물유형 단행본
범주(형식) 에세이
페이지 366 - 367 ( pages)
주제어 길 질서의 표현 키신저 월남 미국내 문제 고독감

첨부파일:? 마음의길.pdf

마음의 길

집에서 사무실에 출근하고 또 퇴근하면서 늘생각하게 되는 것이 〈길〉이라는 것이다. 외국에 가면 부러운 것이 산의 나무와 길이었 다. 길을 가꾼다는 것은 물론 깨끗하게 쓸고더러운 오물이나 쓰 레기가 없게 하는것을 의미한다. 몇해만에 뉴욕으로갔더니 부로드 의1이는 몸시 지저분했다. 이십년전에유학했을때만해도뉴욕의 부 로드웨이는 낭만이 깃든 곳이었다. 이십년이 지난 그 길은 쓰레기 가 많아졌다는 것이 아니다. 그 길을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픽 피곤해 보였고 이즈러진 인상을 준 것이다. 저녁 때만 되면 보행 하기 그리 유쾌한 거리가 아니다. 길은 보행자나 차량의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그 길에는 교통수단 이상의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본다. 길을 혹사한다는 것은 결코 이 러한 교통수단으로서의 길을 마구 다룬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길만이 가질 수 있는 질서를마구 짓밟는다는뜻이다. 보행자나 차 량이 길만이 가지는질서를터득한다면 그길은픽 아름다운길이 되 는 것이다. 우리 생활 속에서도 길은 가끔 좌충우돌하여 스스로 상 처를받는다. 눈에 보이는교통순경이 없어서 딱지를 받는 일이 없 지만 어쨌든 질서를 벗어난 마음의 벌은 받을 수 밖에 없다. 길 옆에 즐비한 상점 쇼원도에 눈길을 파는 것처럼 마음의 길을 걸어다니느라면 이것저것 유혹하는 것에 마음이 쓸릴 수도 있다. 그러다가 앞에서 다가오는 사람과 마주 부딪혀서 망신을 당하는 수 도? 있다.

질윱질서의 표현이다. 길이 지저분하다는것은 불결하다는것뿐 이 아니라 질서가문란하다는것을말한다. 한걸음 더 나가서 길 위 로 걷는 사람들의 몸가짐과 태도가 길의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길은 이처럼 우리 생활 전체 속에 있는 질서의 표현이다. 이것은 경제나 문화 정치 전반에 걸쳐있는 것이다. 길이 없는 황무지에서 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길을 일은 양은 자아를 잃어버린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요즘 외국 잡지에는 닉슨 대통령 보좌관 키신저의 이야기가 대서 특필로 소개되고 있다. 독일 태생의 유태인 혈통을 이어 받은 그는 지금 미국역사 뿐만 아니라 세계의 역사마저 가늠하는 중대한 역 할을 하였고,또 하게 될 것이다. 그가 하는말가운데 우리가 귀담 아 들어도 좋을 말이 몇가지 있다.

우리가 월남 문제나 미국내 문제에 대해서 심각한 논쟁을 다하고 나면 우리 자신이 직면하는 고민의 원인이 더 깊은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역사적인 노력은 그 자체가 하나의 보 상이라고 생각해왔다. 무슨 일이든 좋은 뜻으로 잘하면 좋은 보상을 받는다는 신념을 가지고왔었다. 유토피어는 우리의 꿈이 아니라 다만 논리적으로따 져서 걸어가는 길에서 찾는 것이라고 믿어 왔다. 그러나지금 우리 시대에 와서 이 길은 끝없는 길임을 알게 되었다. 이 끝없는 길을 걸 어가는 가운데 우리가 유토피어를 찾는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 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고독감을 실감하게 되는 것 은 주로 우리 시대의 좌절과 분노에서 비롯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