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다람쥐의 생리

에세이
단행본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16-08-31 01:33
조회
7696
저자 김관석
자료유형 논문
제목 가시 다람쥐의 생리
간행물명 횃불이 꺼질 무렵 -?가시 다람쥐의 생리
발행처 유림사
발행일 1974-11-30
간행물유형 단행본
범주(형식) 에세이
페이지 382 - 383 ( pages)
주제어 가시 다람쥐 생리 개인 국가 인류의 역사 한일회담

첨부파일: 가시다람쥐의생리.pdf

가시 다람쥐의 생리

두 마리의 가시 다람쥐가 있었다. 겨울이 다가옴올 따라 추위가 심해지자 이 두 마리의 가시 다람쥐는 서로 몸을 비벼대면서 상대 방의 체온으로 약간이나마 추위를 견더내 보려고 애쓴다. 그런데 서로 몸을 비벼대는 순간 상대방의 가시에 찔리어 서로 아파서 움 츠리고 만다. 추워서 서로 몸을 비벼대는,순간 가시에 찔려서 비 명을 올리고 떨어졌다가는 또 몸을 댄다. 이런 동작을 반복하는 동 안 어언간에 한 겨울은 지나가고 만다.

개인이나 단체, 또는 어느 국가에도 가시 다람쥐처럼 상대를 찌 르는 가시를 가지고 있다. 피차가 서로 체온를 주고 받으면 한 겨 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도 있지만 이 가시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그래서 가시가 없는 다람쥐들 끼리 모아 사는 세계를 꿈꾸어 본다. 그러나 그것은 부질없는 꿈에 지나지 않는다.

개인이나 국가는 이 세상에서 서로 의지하고 도와주면서 살아 나 가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추울 때에는 자기의 체온으로 상대방에게 약간이나마 더운 기운을 전해 주곤 한다. 그런데 국가에는 남을 찌 르는 가시가 있다. 이 가시라는 것이 결코 그 국가가 다른 국가를 침략할 수 있는 우수한 무기를 가졌다는 뜻은 아니다. 말하자면 주 권 국가는 스스로의 이권을 주장하며 옹호하려는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 국가가 가시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가시 責 가지지 않은 다람쥐가 없듯이 이러한 권력을 가지지 않은 국가 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국가와 국가 간에는 어떤 공통한 이해 문제를 리해서는 서로 접근하다가도 자신의 생존이나 이해에 상반되는 사 태가 벌어지면 서로 반발올 하여서 분리되어지는 것을 알 수가 있 다. 그렇기 때문에 가시 다람쥐 한 마리만 사는 세계를 꿈꾸는 일 이 하나의 환상인 것과 마찬가지로 가시가 없는 다람쥐끼리 모여 사는 일도 이에 못지 않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점점 생각하는 일이 원숙하여짐을 따라서 이렇게 찌르는 립을 통해서 피차가,체온을 얻는 경험을 배워 나가야만 할 것이다. 최근 한일 회담이 빠른 속도로 진전되어지는 것을 본다. 찌르는 가시 때문에 한 동 안 서로 몸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막상 다급한 처지에 몰려서 서로 접근하여 보았지만여전히 피차가 그 가시를가 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 가,시의 아품을 없이 하고 서로가 오붓하게 같이 살아 나갈 것을 꿈꾸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앞으로는 그 가시의 찌르는 아품이 더 심해질런지도 모 른다. 그러나 그 아품은 언제나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유일한 중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