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인생

에세이
단행본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16-08-31 01:28
조회
6237
저자 김관석
자료유형 논문
제목 어설픈 인생
간행물명 횃불이 꺼질 무렵 -?어설픈 인생
발행처 유림사
발행일 1974-11-30
간행물유형 단행본
범주(형식) 에세이
페이지 376 - 377 ( pages)
주제어 한국 근대화 문고판 인생 구직광고 조국 근대화

첨부파일:? 어설픈인생.pdf

어설픈 인생

이른 새벽에 "변소 푸소오一”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서울의 한 복판에서 밤에는 참쌀떡 장수의 구슬픈 소리에 잠들고,새벽이면 변소 치라는 고함 소리에 잠을 깨야 하니 하고 혀를 차보았자 별 도리 없는 노룻이다.〈한국 근대화〉를 뺨치는 소리인지도 모른다. 주섬주섬 옷을 갈아 입고서 조간을 들여다 본다. 대문짝만한 제목 이 담긴 기사 내용들은 한결 같이 우리 주변의 답답한 사정을 그대 로 반영해 주고 있는 것이다. 심심풀이로 보던 버릇으로 광고난도 훑어본다. 굵직한 테두리 속에 힘든 한자로 꽉 찬 부고가 봄 가을 에는 유난히 많이 실리는 것을 보고 아마도 저 세상에도 봄 가을에 는?꽤 붐비리라고 생각된다. 사십 고개를 넘어서면서부터 괜히 조 갖에 나오는 부고에 마음이 끌리곤 한다.

어떤 작가가 "문고판 인생”이라는 책 제목을 붙여서 신문에 광고 를 낸 것을 본 기억이 있다. 문고판 인생보다 더 협소하고 기막히 는 인생이 아마도 1단 5행의 인생인 것 같다. 진학, 졸업기에는 으 례 바둑판처럼 광고난을 메우는 기사는 가정 교사 구직 광고이다. 고리타분한 단간하숙방 안에서, 찬란한 (?) 미래의 꿈을 씹어 가 면서 가정 교사 자리를 구하는 것이 이 1단 5행이 그대로 반영시 켜 주 는 것 같다. 이 1단5행의 뒤에도 이 정도로 키워준 부모들 의 한숨과 눈물어린 사연이 엉켜 있으리라고 짐작해 본다. 국민학 교부터 중고둥학교를 치열한 경쟁을 치투어 가는 동안에 술한 고생 을 겪고 나서 구직 광고를 내는 저들의 사정에 서글퍼진다.단간 하 숙방이 그대로 1단 5행의 삶을 담고 있다고나 할까?모든 것이 몹 시 어설프게 보인다. 조국 근대화를 외치면서 각박한 생존경쟁 속 에 우리 자신의 마음을 좀먹는 것은 이러한 어설품이라고 하겠다. 해마다 가지가지의 비극과 미담을 빚어내는 한국의 교육이 우리에 게 주는 것은 이러한 어설픈 교육이 지니는 모순 당착의 농도를 더 짙게 해준다. 자기 나라의 땅을 파헤치느니 보다 남의 나라의 탄광 갱도 속에 가서 땀 홀리기를 자진하는 교육 받은 사람들,또이렇 게 자기 나라의 젊은 사람들을 남의 나라 품팔이로 보내놓고 국빈 으로 찾아가서 의젓하게 만나고 오는 분들, 모두가 어쩐지 어설픈 것만 같다.

아침 햇살과 더불어 스며드는 영하의 추위가 등골에 스며드는 것 을 느끼자 나는 조간을 놓았다. 이 추위에 어설픈 인생을 뒤에 남 기고 주의 품에 안겼을 친구 한 사람의 영결식을 생각하면서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