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연리포트15호) “부동산 정책과 한국 사회, 그리고 한국 교회” 여는 글
여는 글
김 상 덕 /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실장
이번 <기사연 리포트> 15호에서는 현재 한국 서민 경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정책 평가 중 가장 취약한 평가를 받고 있는 부동산 정책은 고질적인 한국 사회의 문제이자 시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특별히 지난 해 말부터 이른바 ‘전세 대란’이 일어나 아직까지도 그 여파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현 정부도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하며 집값안정과 투기금지, 청년 및 노인 등의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확충을 위한 고군분투 중입니다. 하지만 한국사회 속 부동산 문제는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부동산 정책과 관련하여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넓게는 한국의 경제 발전의 궤적이 토지개발사업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좁게는 개인의 자산문제와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어떤 정책도 이 거대하고 장기하며 복잡하게 얽힌 문제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주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모두가 만족할만한 정책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누군가에겐 이득이 되고 누군가에겐 손해가 될 수 있습니다. 과거 부동산 및 토지 개발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결국 현 부동산 정책과 ‘전세대란’에 대해 논한다는 것은 모두를 만족할만한 묘수를 찾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현재의 경제적 불평등과 과도한 투자심리에 따른 잠재적 위협 요소들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안이어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전세대란’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경제적 불평등을 몸으로 느끼는 사안이자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인 주거에 관한 위협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이 사안의 본질은 경제적 정의의 문제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여러 채의 집과 토지를 소유하면서 일을 하지 않고도 호화로운 삶을 영위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평생을 일해도 작은 집 하나를 살 수 없는 오늘의 구조가 옳은 것인지 되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집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쉼과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식처가 되어야 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터전이자, 가족의 울타리, 이웃과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입니다. 이 최소한의 공간이 안정적으로 제공되고 누릴 수 있어야 안정적인 개인과 가정, 이웃과 마을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한 사회가 필요 이상의 경쟁이나 갈등이 줄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한 필요조건이 바로 ‘집’이라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집의 본질은 사람과 공동체를 위해 존재하지 투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오늘의 집이란 재산의 핵심이고, 투자의 대상이며, 부유한 삶과 그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욕망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머리 누일 곳조차 없으셨던 예수의 삶을 떠올려 봅니다. 예수는 진정한 본향을 하늘에 두었으며 어떤 소유도 갖지 않고 사셨습니다. 이는 현대인에게 집을 소유하지 말라는 의미이기 보다는 우리 삶을 오직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으로 살아야 하며, 재물(부동산)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는 가르침과 일관된 것입니다. 오늘 한국 사회의 부동산 및 전세 대란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해봅니다. 내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욕심을 버리고, 집이 자산과 투자의 대상이 된 자본주의 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어떻게 하면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 하겠습니다.
이번 <기사연 리포트>에서는 세 전문가의 분석과 제안의 글을 소개합니다. 먼저 이성영 토지주택센터장은 “전세난 원인 분석과 성찰”의 글을 통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관한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전세 대란을 중심으로 서술합니다. 이어서 김유준 교수는 “희년실천을 통한 한국교회 개혁”의 글에서 토지에 대한 성서의 가르침을 상기하고 한국교회가 나아갈 신학적 통찰을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김승환 박사는 “한국 사회의 전세 대란의 대안으로서 사회(적) 주택의 의미와 가능성”의 글에서 최근 대안적 공유주택 모델 중 하나인 사회주택의 사례를 소개하고 한국교회와의 적용 가능성이라는 흥미로운 제안을 제시합니다. 이번 <기사연 리포트>가 많은 분들에게 읽히고 복잡하고 어려운 부동산 문제를 바르게 이해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