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연리포트12호) 4.15 총선 특집 이슈 2_교회 밖 사람들의 정치 현안에 대한 인식

4.15 총선 특집 이슈 2


교회 밖 사람들의
정치 현안에 대한 인식


이 민 형 /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책임연구원

1. 들어가며

전 세계적인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2020년 4월 15일에 있을 총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 같은 우려가 드는 요즘이다. 온라인, 오프라인 기사들을 살펴봐도 총선을 향한 정치권의 움직임보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정도, 정부의 조치 및 예방법에 대한 글들이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총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4년간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국정을 운영할 후보자를 선택함에 있어 올바른 정보는 그 무엇보다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9년 말,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하 기사연)에서는 개신교인 1000명, 비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19년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의 주요 목적은 여러 가지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을 조사하고, 같은 현안에 대한 비개신교인과의 인식 차이를 분석해 보는 것이었다. 비록 주요 분석 대상인 개신교인의 인식을 중심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지만, 비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자료는 대조군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에 기사연에서는 비개신교인의 인식 조사 내용 중 총선과 관계된 내용을 정리하여 “교회 밖 사람들의 정치 현안에 대한 인식”에 대한 글을 내는 것이 유의미하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본 글은 비개신교인의 인식을 주요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적 관점보다는 사회 전반에 대한 통계 분석을 근거로 조금 더 객관적인 한국인들의 인식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큰 틀에서 보자면, 개신교인을 포함한 한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연구야 말로 기사연의 궁극적인 역할이기 때문에 총선을 즈음하여 발표하는 본 글이 앞으로의 한국 정치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2. 정치 성향 – 귀하의 정치적 성향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응답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문에서 가장 많은 답을 얻은 것은 중도(53%)였다. 중도에 가장 많은 응답자가 몰린 것은 개신교인들(46.6%)과 큰 차이가 없었다. 반이 넘는 수의 응답자들이 중도를 표한 것은 그만큼 정치적 선택에 있어 유동적인 인구가 많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이는 보수와 진보가 극명하게 나뉜 이번 총선에서 이들의 선택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한편 정치적 성향을 확실하게 드러낸 응답자들은 보수 17.6%, 진보 29.5%로 진보적 성향을 드러낸 사람의 수가 더 높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종교 (불교 등)를 가진 인구가 정치적 성향을 보수라고 드러내는 경향이 강했다는 것이다.

[그림] 정치적 성향 (Base=전체, N=1000명, %)

반면 진보적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공통점은 종교보다는 소득 수준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월 소득이 300만원에서 700만원 사이인 사람들이 진보적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것이 “종교를 가진 사람일수록 보수적 정치 성향을 띄고,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일수록 진보적 정치 성향을 띈다”는 객관적 명제를 제시하는 바는 아니다. 다만, 우리는 이번 조사를 통해 정치적 유동층과 부동층의 숫자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과 더불어 부동층의 경우 일정한 기준에 의해 정치적 성향을 구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2020 총선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인구는 결국 부동층이 아닌 유동층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3. 헌법 개정에 대한 의견 – 현행 헌법은 1987년에 제정되었습니다. 이 헌법을 개정하자는 의견과 유지하자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귀하께서는 헌법 개정에 대해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 개헌이 된다면 어떤 내용까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2019년 한국 사회의 정치 영역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단어를 꼽자면 “개혁”일 것이다. 시민들의 움직임으로 만들어진 “촛불 정권”의 수립 이후, 많은 시민들은 변화를 기대했다. 그러한 기대의 일환으로 나타난 것이 사법 개혁과 검찰 개혁과 같은 헌법 및 집행 기구의 제도 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이다. 위의 질문은 그러한 요구의 정도를 조사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사라 할 수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6.5%, 즉 대다수의 사람들이 헌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나 40대 이하의 응답자들이 50대 이상의 응답자들에 비해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나타낸 것으로 보였다.

[그림] 헌법 개정에 대한 의견(Base=전체, N=1000명, %)

또한 헌법 개정의 범위에 대한 질문에 대다수의 응답자들(78.9%)은 “통치 구조 외 기본권 등 다른 조항들도 함께 고쳐야 한다”고 응답했다. 헌법의 전반적인 개정에 대한 의견은 3-40대 응답자들에게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으며, 이는 헌법 개정에 대한 기본적인 의지가 (20대 이상) 40대 이하의 한국인들에게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것은 “검찰개혁,” “사법개혁”과 같은 직접적 제도 변화에 대한 설문이었다. 2019년 한국사회의 민감한 이슈이기도 했던 이러한 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의를 표하는 응답자들은 대부분 3-40대 시민들이었다. 물론, 소득수준이나 성별에 의해 응답의 정도가 조금씩 차이가 나기는 했지만, 대부분 이 연령대의 응답자들은 검ㆍ경 수사권의 조정이나 특별재판부 구성, 법관 탄핵과 같은 사항에 지지의 의사를 표했다.

[그림] 개헌의 범위(Base=전체, N=1000명, %)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2020년 총선은 20대 이하와 50대 이상의 시민들이 한 축을, 3-40대 시민들이 다른 한 축을 구성해 양분화 된 투표결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흥미로운 것은 20대 이하와 50대 이상의 시민들이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상당한 세대의 차이가 있음에도 이들의 정치적 관점이 비슷하다는 것은 그들이 경험하고 있는 사회적 상황이 비슷하다는 의미이거나 동일한 가치를 추구할 만 한 사회, 문화적 동기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4. 경제 분야 중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분야 – 귀하께서는 다음 경제 분야 중 현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림] 경제 분야 중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분야 (Base=전체, N=1000명, %)

위에서 언급한 20대와 50대, 3-40대의 세대에 따른 인식의 양분화는 경제 영역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는 2020 총선 후보자들의 공약과 향후 정치 행보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나아가 다음 정부의 경제 정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예상이 가능한 조사 결과이다. 우선 현 정부의 시급한 경제 사안으로 “경제 성장”을 꼽은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성장과 분배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연령대가 높을수록 성장을, 낮을수록 분배를 꼽았다. 이는 시급한 경제 사안을 묻는 조사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높은 응답률을 보인 “고용 안정” 사항이 연령대가 낮을수록 많은 지지를 받았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물론 “성장과 분배 둘 다 중요하다”라는 대답이 과반수를 넘어갔다는 점에서 “성장과 분배에 대한 의견이 양극화되고 있다”라고 단편적인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나이에 따라 경제 관점이 차이가 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문항이 한국의 빈부 격차 수준을 묻는 것이었는데, 전체 응답자의 대부분 (87.4%)이 “심하다”라는 의견을 표했다. 그 중 가장 도드라진 것이 40대 인구로 이들은 가장 단계가 높은 “매우 심하다”에 의견을 수렴했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본격적인 사회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3-40대 인구가 체감하는 한국 사회의 경제적 상황이 절실한 시민의 의견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외의 연령대 인구의 경제적 활동이 더디다던가, 대표성을 띠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한국의 경제에 대한 3-40대의 인식이 다가올 4.15 총선에 분명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림]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의견 (Base=전체, N=1000명, %)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한 가지 예로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찬, 반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 수 있다. “기본소득제”란 “재산이나 소득의 유무,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관계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균등하게 최소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에 대한 찬성의 의견이 40대에서 가장 많이 나온 반면 반대의 의견이 60대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는 사실은 정치 현안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 뿐 아니라 경제 현안에 대한 인식 역시 세대 간 차이가 존재한다는 결론에 힘을 싣는다. 이는 인식의 차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수행, 나아가 차기 정부의 구성원 선택에 있어서도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더불어 이는 지속되는 경제 상황의 악화로 인해 지금까지 한국 경제의 중심이었던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음을, 그리고 그 불신이 경제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세대에서 높아졌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분석을 지지하는 설문 조사로 국가의 경제시장 개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을 들 수 있다. 50대 이상의 시민들이 “전적으로 시장,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에 집중한 반면, 40대 시민들은 “사안에 따라 국가가 선택적으로 개입을 해야한다”는 답에 무게를 두었다. 갈수록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부익부 빈익빈의 상황이 악화되는 한국 경제의 중심에서 더 이상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신뢰할 수 없는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러한 세대 간 인식 차이가 결국 다가올 총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점점 더 확신으로 바뀌는 조사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림] 국가의 경제시장 개입에 대한 의견 (Base=전체, N=1000명, %)

5. 한국사회 남녀 성 평등 수준 – 귀하께서는 한국 사회에서 남녀 성 평등이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림] 한국사회 남녀 성평등 수준 (Base=전체, N=1000명, %)

한편, 세대 간의 차이를 뛰어넘는 인식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는데,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조사는 남녀 간 성 평등 수준에 대한 질문이었다. 다수의 의견 (66%)이 “여성이 차별을 받는다”는 쪽으로 기울기는 했지만, “남성이 차별을 받는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조사 인구가 약 19%에 달했으며 대부분 2-30대 남성들에게서 나왔다. 이는 사회생활 경험을 시작하는 남성들에게 성 평등이라는 개념이 현실적 상황으로 다가올 때, 다소 민감한 주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개념적 이해와는 달리 개인의 이익과 관련된 현실이 되었을 때에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자기 방어적 태도가 우선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였다.

[그림] 노동시장의 여성차별 해결을 위해 우선 시행해야 하는 것 – 1+2순위 (Base=전체, N=1000명, %, 중복응답)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성 평등 문제 뿐 아니라 성 평등의 확립을 위한 정책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례로 “노동 시장의 여성 차별 해결을 위해 우선 시행해야 하는 것”에 대한 질문 (중복 선택 가능)에 대한 답으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것은 “기업 및 조직 차원의 제도 마련”이었고, 이어서 “정부 차원의 법 재정 및 정책 변화,” “미디어, 교육을 통한 사회구성원들의 인식 변화”가 각각 두 번째, 세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은 답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세대가 높을수록 제도의 변화에 중점을 두었으나,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세대에서는 인식의 변화에 집중했다. 특히나 인식의 변화에 20대 응답자가 많은 것을 놓고 볼 때, 이는 단순히 여성의 차별에 대한 인식의 개선 뿐 아니라 남성의 차별 역시도 인식의 변화에 따라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제도의 변화와 인식의 개선은 정책의 방향이 다른 바, 향후 이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각 정당의 대처가 총선의 결과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다.

6.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시급한 문제 – 귀하께서는 다음 중 어떤 문제가 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바로 남북 관계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다.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60대 이상의 응답자들은 “북한의 제도 및 태도 변화”에 중점을 둔 반면, 2-30대 응답자들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시급한 사항으로 꼽았다. 이는 공산주의에 대한 체험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세대와 북한을 하나의 체제로 인정하려는 세대의 인식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세대가 높을수록 북한의 변화가 없이는 남북 간의 긍정적인 관계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보았는데, 이는 관계 개선의 종착역이 남북의 통일임을 염두 해 둔 대답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공산주의 체제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북한 정부의 변화가 없이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남한과 동행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반면, 공산주의의 폭력성을 체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은 남과 북의 관계가 통일이 아닌 다른 상태, 예를 들어 연방제, 가 되어도 무방하다는 인식을 보이는 듯하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이 먼저라는 응답은 결국 북한 사회 내의 시민 의식이 향상되면, 한반도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국가적 체제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시급한 문제 (Base=전체, N=1000명, %, 중복응답)

흥미로운 것은 위의 대답을 통해 북한에 대한 인식이 세대에 따라 구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신뢰 정도는 또 다른 분포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북한의 개혁 개방을 향한 움직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서 20대와 60대 응답자들은 현재의 국가적 제재를 모면하기 위한 위장된 행동으로 이해하였다. 반면 3-40대 응답자들은 북한 정권의 성격이 실제로 변화하고 있는 증거라고 대답하였다. 이는 북한에 대한 신뢰가 3-4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는 반면, 60대의 부정적 인식이 20대에서 다시금 등장함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결과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60대 이상 응답자의 북한 인식이야 직, 간접적 체험을 근거로 하고 있으니, 부정적일 수 있지만, 이러한 시각을 20대 응답자들이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림]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의견 (Base=전체, N=1000명, %)

북한의 정부에 대한 20대 응답자들의 태도가 60대 이상의 응답자들과 비슷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체험을 통한 공산국가에 대한 반감이라기보다는 그들이 간신히 누리며 유지하고 있는 남한 사회의 체제 붕괴 혹은 후퇴에 대한 염려가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경제적으로 불안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 불평등이 팽배한 현재 남한의 사정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 (혹은 통일이나 연방제와 같은 체재 변화)으로 인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성적 판단에 근거한 추론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서로 괴리된 사회 인식은 2020년 4월 15일에 있을 총선에서 상당한 혼란스러운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리는, 특히 향후 정부의 집행을 책임질 사람들은 이러한 시민들의 사회 인식에 민감하게 접근하되 분명한 방향을 잡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수행할 필요 역시 있음을 시사한다.

7. 나가며

지금까지 우리는 한국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안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에 대한 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이러한 인식이 2020년 4월 15일 총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기실 사회 현안에 대한 인식조사가 특정 정당의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결론이 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몸 글에서 살펴본 사안만 하더라도 정당마다 추구하는 가치나 계획된 정책의 차이를 보일 수 있으나, 이외로 정당 간의 차이가 없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인식의 표식이 어떤 정당이 총선에서 유리하다 말하는 것은 논리적 연계성이 약하다. 더불어, 본 글은 2019 인식조사에서 조사한 모든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조사 내용 중 총선과 관련된 일부의 문항들을 선택하여 주제별로 정리하여 본 글이기에, 이것이 현재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인식 모두를 대변한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총선에 즈음하여 정부의 정책이나 정당의 선택에 있어 민감한 이슈들을 중심으로 분석을 해본 결과 뚜렷하게 보이는 몇 가지 사항이 있었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 한 사항은 여러 현안에 대한 세대별 입장 차이가 다소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정권의 개혁이나, 경제 문제, 사회 현상과 남북의 관계와 같이 사회 현안으로서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대체로 20대와 60대가 비슷한 의견을 내었고, 3-40대가 또 다른 의견군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2020 총선의 결과 역시 각 사안에 대한 단순히 개인의 의견이나 정당의 선호보다 세대 간에 형성된 일종의 정치적 성향이나 선호에 따른 선택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위에서 언급했듯이 모든 정당이 세대별 구분을 지을 만큼 사회 현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결국 다수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는 정당 (예를 들어 60대 이상이 보수 정당에 선호도를 보이는 것과 같은)으로 투표의 결과가 몰릴 수 있다는 말이다.

더불어 고려해보아야 할 것은 소득 수준의 정도이다. 빈부의 격차가 분명하다는 데에서는 소득의 수준에 관계없이 동의하는 듯 보였으나, 이후 사회의 조정 문제에 있어, 정책의 변화나 사회 인식의 변화에 대한 의견은 소득 수준에 따라서도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일부 종교적으로 민감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질문에 세대 다음으로 극명한 차이를 보인 것이 소득 수준인 것으로 미루어볼 때, 총선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또 다른 변수는 소득 수준이 될 것이다. 소득 수준의 기준이라는 것이 분명하지 않고, 나이와 달리 시시각각 변할 수 있는 조건이기 때문에 고정된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사실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고, 이것이 이번 총선에 반영될 확률 역시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선거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관련 전문 기관에서조차 그 확실성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사항이다. 이 글은 그러한 의도 보다는 2019년의 조사를 바탕으로 작금의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선이 이러하니, 그것이 정당의 태도에 어느 정도 반영이 될 수 있을지, 혹은 개인의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를 가늠해 보는 척도를 제공해 보았다. 보다 많은 시민들의 높은 의식이 반영될 선거의 결과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