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연리포트14호) 차별금지법,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선택

기사연 칼럼
– 차별금지법,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선택

김 영 주 /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

 

봄의 생명력과 여름의 푸르름을 노래하며 기사연 리포트의 서문을 작성한 지도 벌써 여러 달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가을의 풍성함을 찬양하며 우리가 받은 것들에 대한 감사와 나눌 수 있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겠지만, 세상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코로나19의 상황으로 인해 어수선합니다. 새롭게 피어나 푸르게 자라난 그 무엇인가가 마음에 자리 잡지 못했으니 이 가을이 넉넉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삶은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 왔으며, 이제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보다는 생활 방역을 통해 적절한 대처를 해나가는 우리의 지혜를 봅니다. 물론, “일상”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 속에는 그것을 위해 헌신적으로 힘쓰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겠지요. 그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여유를 이기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봅니다.

 

주변을 돌아보는 마음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법”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권익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이에 이번 <기사연 리포트> 14호에는 지난 6월 장혜영 의원의 발의 이후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포괄적 차별금지법”(차별금지법)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담아보았습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와 진실, 주요 쟁점 및 이를 이해하는 올바른 관점을 소개하며 한국 사회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치부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는 특히나 “이웃을 내 몸 같이” 섬기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야하는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리라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장과 관련하여 한국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극명한 입장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논의의 과정은 사라진 채, 나와 너를 구분하고, 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정치적 선동과 힘의 싸움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칫 기독교가 추구해야하는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가치와 이를 담아내야하는 교회의 공공성이 무너지고, 사회적 악영향의 근원이 되지는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시점입니다. 지금 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독교 신앙 위에 정확한 정보를 덧대어 바른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기사연 리포트> 14호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기독교인들이 차별금지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차별금지법을 위시한 기독교인의 태도는 혐오와 차별이 아닌 사랑과 환대여야 하며, 더 나아가 오늘날 한국 사회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다양한 입장들을 고려하여 가장 현실적인 적용의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숙명여대 법학부의 홍성수 교수는 “차별금지법,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라는 글에서 차별금지법의 쟁점과 과제를 소개합니다. 이어서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의 박종운 변호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한국교회에 대한 제언”이라는 글을 통해 이 법안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가져야 바른 태도는 무엇인지를 논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이화여대의 송진순 교수는 “존엄한 삶을 위한 시도, 차별금지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차별금지법이 가지고 있는 기독교적 가치를 소개하고 앞으로 기독교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합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법제화되어 한국 사회 내에서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사회적 절차라는 것의 의미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많은 사람들이 불편한 시선과 언행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의 무게는 감당하기 쉽지 않습니다. 모쪼록 이번 <기사연 리포트>에 실린 글들을 통해 이 무게를 어떻게 짊어지고 가야할지를 고민하는 기독교인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그래서 하나로 모인 교회의 목소리가 건강한 시민 사회의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