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연리포트11호) 원장칼럼

위기를 기회로

김 영 주 (기사연 원장)

 

 

최근 일본은 수출규제조치를 앞세워 한국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이번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에 대한 문제 제기라는 것”을 숨기지 않고 있다. 더불어 “1965년 한일협정을 통해 한, 일간의 과거사 문제가 다 해결되었음에도 한국 측에서 역사를 다시 쓰려 한다”며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1965년 박정희 군사정부는 한국 사회의 큰 저항에도 불구하고 굴욕적인 한일협정을 체결하였다.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했던 불의한 군사정권이 폭력을 자행한 역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일방적 입장을 그대로 수용했던 것이다. 그 결과 한일관계는 심각한 왜곡의 길을 걸어왔다. 특히 한국 경제는 일본 예속화가 심화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관계의 왜곡과 경제적 예속의 역사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이다. 일본은 지난 한·일간의 역사에 대한 반성 및 수정 없이 경제력을 앞세워 역사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도 이를 계기로 한국 정부는 한, 일간의 경제 문제를 더욱 정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더불어 한국의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혁함으로 역사적, 경제적 종속을 탈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눈 여겨 볼 지점이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군사정보교환협정(GISOMIA)을 종료하고 독도방위훈련을 실시하자, 미국이 일본 편을 드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일본에 기울어져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실 미국의 동북아 정책의 역사는 일본 중심의 역사였다. 가쓰라-대프트 밀약 (1905년 7월 29일)을 비롯하여 샌프란시스코강화회의 (1951년 9월 4일)에서의 한국 배제 등이 그 증거이다. 한국 정부는 평택 미군기지 건설, 사드 배치 기지 제공 등 많은 부담을 졌지만, 미국은 아직도 용산 미군기지 등을 반환하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방위비분담금 증액요구는 무례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사실 우리는 그 동안 미국이 한반도의 민주화 인권운동에 순기능을 하지 않고 오히려 안보를 핑계로 군사독재정권의 뒷받침 노릇을 해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 동안 한국은 군사적으로 미국에 종속되어 아직까지 전시작전권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다.

오늘날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는 경제적으로 일본에 예속되어 있고, 군사안보적으로 미국에 예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각각 다른 문제인 것 같지만, 사실 한 문제이다. 그리고 이번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는 우리 속에 잠재되어있는 문제의식을 일깨워주었다. 역설적으로 일본은 경제보복조치를 통해 일본의 역사인식의 실체를 드러내었다. 이에 한국인들은 그 동안 한국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던 친일세력과 일제 잔재의 청산의 시급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나아가 이 사태를 통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명백히 드러났고, 한국인들은 미국이 순수한 우방이 아님을 확인하게 되었다.

올해는 우리 조상들이 기미독립선언을 한 지 백 년이 되는 해이다. 백 년 전 많은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던 한민족 독립 국가의 꿈은 일본과 미국의 영향으로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 경제적, 군사적 자립이 어렵고, 분단된 나라의 통일도 여전히 난제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한반도의 상황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일본과 미국은 아직까지 그 역사적 죄를 뉘우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의 상황이 우리에게는 전화위복의 기회라 말하고 싶다. 촛불 혁명을 통해 세워진 문재인 정부와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들불처럼 일어났던 한국인들의 헌신과 분투에 큰 기대를 한다. 우리 모두 국민의 한 사람으로 극일(克日), 극미(克美)의 행진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미래 세대들의 당부가 생각난다.

“한국의 미래는 우리가 책임질 테니 어른들은 오늘의 싸움을 이기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