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정치

에세이
단행본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16-08-31 00:38
조회
6281
저자 김관석
자료유형 논문
제목 책임정치
간행물명 횃불이 꺼질 무렵 -?책임정치
발행처 유림사
발행일 1974-11-30
간행물유형 단행본
범주(형식) 에세이
페이지 310 - 312 ( pages)
주제어 책임정치 68 총선거 여론정치 대중
첨부파일: ?책임정치.pdf

책임 정치

한 마디로 해서 우리 나락의 현 이룩해 나가는데 대단히 비관적인 실정 속에는 진정한 책임 정치를 요소가 많다. 이 짧은지면에다 가 그 이유를 낱낱이 다 열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제일 근본적이 고 긴요한 몇 가지 점을 들어서 언급해 보고자 한다.

첫째로 우리에게는〈책임〉이라는 개념이 분명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들 수가 있다.〈책임〉이라면 무슨 일을 맡아서 끝까지 잘 치루어 나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정도다. 그러나 책임이라는 것 이 그런 정도의 소극적인 의미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누가 내게 맡긴 일을 다하면 책임을 다했다고들 흔히 말하고 있지마는, 사실 이러한 소극적인 책임을 다하는 일보다도 앞서는 일은 자신이 책임적인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 더욱 근본적인 문제이다. 책임적인 존재로서의 자아를 파악하는 사람에게서만 책임을 기 대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책임적인 존재라는 것이 무엇인가 라 고 반문할 수가 있다. 책임적인 존재는 관계의 양상 속에서 자신볼 아는 존재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대화 속에 비추어진 자신의 이미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서 책임적인 존재를 기대할 수 있다. 환상에 사로잡히거나 동키호테 같은 망상에 사로잡힌 사람에게서 책임적인 언동을 기대할 수 없는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개인이나 민족의 자아 발견의 방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 로 민족 신화나, 민족 문화 전통을 되찾아서 자신을 거기에 접합시 I 는 수가 많다. 주체성이니 민족적 민주주의 등은 이러한 민족적 원의 모색을 위한 노력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까 피 우리는 주체성을 자주 말했지 마는 아직 그 주체성의 바탕이 될 진원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해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아를 상실 한 사람에게서 책임적인 행동을 찾는다는 것은 나무 위에서 고기를 판으려는 것과 같은 노룻이다.

; 이번 6 ” 8 총선거에서의 부정 사건은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내면적인 불안이 권력 쟁취를 위해서 싸우는 모습으로 양 성화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권위주의적인 기풍에다가 민주주의 라는 틀을 가지고 강력한 중앙 집권제로 권력 구조를 형성한 데서 부패와 부정이 움튼다. 두 가지 상반되는 정치적 가치 의식을 혼합 해서 속으로는 강력한 권력의 집중에 의지하면서 겉으로는 민주주 의 방식으로 선거를 한다는 데 벌써 모순이 있었고,이 모순을 틈 타서 가지 각색의 .부정이 생겨졌다. 중앙외 지시니, 대통령의 각서 위조 둥의 수법도 여기서 비롯된 현상이다.

현대 한국에서 권력충이나 위정자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과 거의 한국 역사에서 받은 상처와 수치를 우리 민족 감정 속에서 월- 식하는 일이 가장 긴요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근대화를 완수해 나 가는데 있어서도 기본적인 조건이 된다고 생각한다. 반 만 년의 역 사를 자랑하기는 쉽지만 그 기나긴 역사를 가지고 우리는 무엇을 해 왔는가 하고 자문하면 말문이 막힌다. 장마와 가뭄이 조금 지나 쳐도'물난리,기우제 등으로 아우성치지만 이에 대한대책 하나 제 대로 세우지 못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줄잡아서 해마다 같은 수해 와 가뭄을 수천번 되풀이 했어도 산에 나무 한 그루 심어 놓는 일 에 게을리 하고서도4천년 역사만자랑해 왔다. 집안 살림을 엉망 으로 해 놓고도 외국 세력에 대해서는 늘 융숭한 대접을 하려고 든 다. 그래서인지 외국에 나간 한국인들은 그 잠재의식 속에 이러한 수치의 역사에 대한 자책감을 느끼는 것을 보곤 한다. 현재 한국이 위치한 지리적,군사적인 조건은 세계 만방에 떳떳함을 가지고 임 할 수 있는 여건 속에 있다. 그러나 우리가 통탄히 생각하는 일은 이 나라의 정치 지도자들이 이러한 역사에 대한 감각이 무디었다는 사실이다. 정권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부정 선거를 하지 않겠다 고 국민 앞에 다짐을 하던 정권이 어쩌면그렇게도 약속을 어길까? 부정 선거는 국민들에게 심한 수치감을 느끼게 한다. 국민에게 거 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거짓을 꾸며댄 편에게도 손상이 되겠지마는 그러한 거짓말을 듣고도 국민 주考이니 헌정질서니 하고 말하는 일 자체가 한없이 수치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수치의 역사에다가 더 심한 수치를 가해 나가는 자학적인 정치 풍토에 대해서 우리는 통탄히 생각할 따름이다.

이러한 정치적인 무질서에 대한 항거의 수단이 학생 시위에만 집 약되어질 수밖에 없다는사실에 대해서도 이 나라의 지식층 지도자 층은 한충 더 반성해야하지 않을까? 대중의 여론의 무력화를 초래 하게 된 원인을 성실히 조사하고 분석해서, 어떻게 여론 정치의 바 탕을 제대로 이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우리의 긴요한 과제라고 ‘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