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은 현실 앞에 겸손해야 한다

에세이
단행본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16-08-31 00:02
조회
6452
저자 김관석
자료유형 논문
제목 학문은 현실 앞에 겸손해야 한다
간행물명 횃불이 꺼질 무렵 - 학문은 현실 앞에 겸손해야 한다
발행처 유림사
발행일 1974-11-30
간행물유형 단행본
범주(형식) 에세이
페이지 266 - 268 ( pages)
주제어 한국교회 양심 신학사상 단군신화 신의 죽음
첨부파일: 학문은현실앞에겸손해야한다.pdf

학문은 현실 앞에 겸손해야 한다

한국 교회가 해방후 지루한 과도기를겪어가면서 그래도 인재 양 성의 덕’분에 수 많은 신학교와 신학자들을 가지게 되었다. 다른 학 문분야에 못지 않게 신학을 공부한 학자나 목회자가 늘어나서 어려 운 가운데서도 면무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학자들 의 말이나 글이라면 그것이 새로운 것이라는 한 가지 점 때문에 거 의 그대로통해져 왔다. 그래서‘ 인재가귀한우리 나라신학계에서 다소 과격한 사상을 피력해도 거의 무비판적으로 받아 들여졌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임에 틀림없다.

지난 몇해 동안의 이러'한 일을 훑어 보아도 토착화 문제를 중심 한 단군 신화 문제, 1967년 신도 문제,그리고 신의 죽음과 비속화 문제 등등 심심치 않을 ^ 도 로 외국 신학 사상이 우리 교회의 화제 거리가 되어 왔었다.

그러나 요즘 우리의 관심을 끄는 사실은 한국 교회의 현재나 장 태일을 결정하는모임에서 발제강연을 하는 분들의 강연 내용이 너 무 무성의하고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서구의 신학 사상을 소개하고. 그 문제점을 우리의 현실에 맞추어서 해석을 하는 일보다 오히려 남의 사상을 무턱대고 찬양하고 그것을 자랑하는 나머지 우리가 지 금 당면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는 데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외 국 신학 사상을 배척하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을 서구적인 신학 용어로 표현한다면 몰라도 다른 나라의 학자 들이 생각하는 내용과 용어를 무턱대고 우리의 현실에 뒤집어 씨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언제나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현실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골고루 관찰하고 분석한 뒤에 좀 건 &적인 입장에서 발제강연을해야 할 것이다. 지난번 ?]^(:八에 서 가진 중부 지방 지도자 회의에서는 이러한 무책임하고도 무성의 I& 발제강연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 모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결 &를 초래한 것 같다.

무룻 학문은 현실 앞에 겸손해야 한다. 제아무리 기발한 생각을 가지고 참신한 의국 신학 사상을 이해하였다고 하더라도 오늘 한국 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고민과 애로를 외면한다면 그것은 결국 외래 사치품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교회의 고 민과 미련함에 동합하지 않는신학은가짜 박사못지 않는 학자들의 허영의 산물인 동시에,크리스천들의 침묵속에서 던지는심판을받 지 않을수가 없을 것이다. 대왕 국민학교에 미감아 문제는 여러 모로 우리에게 반성의 기회 를 준다. 이 문제가 터지자 한결같이 학부형들이 무지하다느니 편 견에 사로잡혔다느니 하는 여론이 비등했다. 그러낙 한 차례 여기서 곰곰히 생각해 보면 자식을 가진 자의 입 장에 스스로가 서지 않고서 한낮 남의 일처럼, 설교처럼 떠드는 일 이 얼마나 허황한 일인가를 뉘우치지 않을 수가 없다. 미국의 흑백 분쟁과 비교하는 신문 기사도 있었지만 사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 제이다. 그것은이론으로나명분으로서는어쩔수없는 인간의 마음 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규모는 적으나마 우리의 편견을 저울질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본보기라고도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모든 외형적인 명분이나 이론을 걷어치우고 한 인 간(아니 한어린 학생이)미감아라는 낙인이 찍혀서 교문 밖에 서서 울고 있는 광경을 눈시울이 뜨거워지지 않고서 볼 수가 있었더냐 하는 사실 뿐이다. 이것은 값싼 감상주의가 아니고 쌀쌀한?현실이 한 어 린 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그것이 앞으로는 그 마음을 이즈러지게 해서 불행한 인간, 불행한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뻔한 현실을 내다보는 눈물이 아니고 무엇일까? 여기서 우리는 미감아를 경원하고 박해 하는 학부형들을 나무랄 필요도 없다. 다만 우리 각자가 내 자식을 그 자리에 던져 넣을 수 있겠느냐? 하는 냉혹한 자기 대결을 하 고난 사람이라야만 이 미감아 문제에 대해서 무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손쉽게 의분에 넘치는 어조로써 이 것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양심을 테스트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한국 교회가 얼마나 인도적인 양 심의 결단을 할 수 있는지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 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