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연리포트13호) 대중문화로 살펴본 언택트 시대 사회적 관계

대중문화로 살펴본
언택트 시대 사회적 관계*


김 상 덕 /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실장


들어가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덮쳤다. 그 영향은 실로 막대하며 아직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위기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과 제 2, 3의 신종 바이러스의 침입과 전파 가능성도 높다. 한국정부를 포함하여 세계 각국은 이번 위기(재난/재해)를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른바 ‘포스트-코로나19’, 즉 코로나19 이후의 사회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 중 하나는 온라인 강의나 화상회의와 같은 비대면 접촉이 늘어난 점을 꼽을 수 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있고 부분적 휴업이나 모임 취소 등 좁은 공간에서 다중접촉이 가능한 형태의 모임 등이 재택근무, 화상회의, 방구석 콘서트 등 랜선 미팅으로 대체되고 있다. 사회적 고립감으로 힘겨워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관계 양상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많은 일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짐에 따라 개인정보유출이나 사이버폭력, 피상적 관계 등 부정적인 영향들을 염려하기도 한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은 과연 물리적 접촉이 제한된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를 맺을 것인지 묻게 된다.


1. 사회적 거리두기의 성공?


아마도 코로나19 위기를 지나면서 가장 많이 듣고 사용한 표현이 있다면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일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 간 접촉을 줄이고, 나아가 다중 접촉을 피하기 위하여 휴교, 재택근무, 모임 취소 등의 개념을 포함한다.1 특별히 질병관리본부는 3월 22일부터 5월 5일까지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으로 설정하여 물리적 공간에서의 접촉과 감염을 줄이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했다. 초기대응이 늦은 국가들의 경우, 좀 더 강력한 형태인 이동 금지령(lockdown)이 내려진 사례들도 많았다. 사람들로 북적여야 할 거리는 마치 유령 도시처럼 변하기도 하고, 사람을 피해 숨었던 동물들이 거리를 활보하기도 하는 이색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적어도 시각적인 측면에서는 가히 종말론적인 이미지에 가까우며, 마치 ‘모든 인류가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모든 관계를 온라인으만 한다면 어떨까?’라는 극단적 질문이 잠시나마 현실화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용성에 대한 찬반의 논란이 존재하고 이에 대한 적용이 각 나라마다 다른 실정이지만 무엇보다 이 용어 자체에 대한 이해 또한 부족한 형편이다. 예를 들어, 세계보건기구(WHO) 마리아 반 케르크호베(Maria van Kerkhove) 신종질병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표현 대신 ‘물리적 거리두기’(physical distancing)로 바꾸어 사용하길 제안한 바 있다.2 그녀는 “우리는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서로 계속 연결돼 있을 수 있다”고 말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혹은 물리적 거리두기가 사회적으로 고립을 유발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의 비대면 연결(이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3


사실 ‘사회적 거리’라는 표현에 대한 언급은 세계보건기구(WHO) 기자회견보다 일주일 앞서 한국의 학자에 의해 먼저 언급되었다. 김용찬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3월 13일 한겨레신문 칼럼을 통하여 ‘사회적 거리두기’와 ‘지역사회 감염’이라는 표현에 대하여 비판적 견해를 제시하였다.4 그는 두 표현 모두 공중보건 분야에서 사용하는 것으로서 일반 시민들이 이를 다르게 받아들이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았다. ‘지역사회 감염’이란 지역사회‘가’ 감염되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지역사회를 ‘통하여’ 감염이 된다는 것인지 모호한 지점이 있으며, ‘지역사회’를 감염에 취약하고 피해야 할 곳처럼 부정적으로 여기거나, 이로 인해 사회와 단절되어 개인적인 칩거를 유발하거나, 불특정 다수를 의심과 혐오의 시선으로 보게 될 수 있다는 염려를 내비쳤다.


스탠포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자밀 자키(Jamil Zaki)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대신 ‘원거리 관계 맺기’(distant socializing)를 주장한다. 뇌과학자 및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포옹과 같은 신체적 접촉은 우리 뇌에서 엔돌핀, 세로토닌, 옥시토신과 같이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을 유발한다. 그런데 물리적 거리와 신체적 접촉이 줄어들면 정서적인 우울감과 같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고 말한다.5 따라서 비록 원거리에서라도 지속적으로 심리적인 관심과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글은 물리적 접촉이 단절된 사회 속에서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소통을 해야 하는 오늘의 상황에 대하여 영화와 대중문화의 시선에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미디어와 SNS를 주제로 한 영화들은 온라인 인간 관계를 어떻게 상상하고 재현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2. 가상의 관계 속으로


대중문화는 가장 빠르고 유연하게 때론 비판적으로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사회변화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한다. 대중문화 속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인간관계 및 삶의 방식의 변화에 대해 다룬 영화들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영화 (2001), (2013), <마더>(2019) 등은 인간과 인공지능기계와의 관계를 다룬다. 영화 <토탈 리콜>(와이즈먼 2012), <레디 플레이어 원>(스필버그 2018) 등은 가상현실 세계를 소재로 한 공상과학(S.F.) 영화들이다. 이런 영화들은 실현가능할 법한 기술을 배경으로 먼 미래의 모습을 상상으로 재현한다.


반면에,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온라인 매체를 통한 비대면 소통이 집약적으로 증가했고 이런 소셜미디어(SNS)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상대적으로 근거리의 미래를 상상하기에 좀 더 현실감을 높인다. 예를 들어, <소셜네트워크>(2010), <디스커넥트>(2012), <아메리칸셰프>(2014), <소셜 포비아>(2014), <언프리티 소셜스타>(2017), <더 서클>(2017), <서치>(2018), <완벽한 타인>(2018), (2020)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이 영화들은 온라인 매체를 통한 사회 관계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지 몇 가지 주제들로 나누어 생각해보고자 한다.


1) 실리적 관계의 욕구를 그럴싸하게 만들어주는


2010년 개봉한 <소셜 네트워크>는 페이스북의 창설자 마크 주커버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살아있는 사람을 소재로 그것도 당시 20대 중반의 CEO를 소재로 영화화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소셜 네트워크>는 주커버그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라기보다는 그가 만든 ‘페이스북’의 등장과 소셜 미디어 플랫폼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영화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흥미롭게도 <소셜 네트워크> 개봉 이후로 이른바 소셜 미디어(SNS)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가 말하는 페이스북의 설립 배경은 무엇인가? 미국 보스턴의 명문대학교인 하버드대학교에 재학 중인 주커버그는 뛰어난 컴퓨터 프로그래머였지만 연애에는 젬병이다. 보스턴대학교(BU)에 다니는 여자친구에게 차인 후 홧김에 만든 하버드대 여학생 미모 배틀 프로그램을 만들어 남학생들 사이에서 공전에 히트를 기록하는데 이는 그가 페이스북을 만들게 배경이 된다. 결국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의 탄생은 하버드대학교 학생들이 내면에 갖고 있던 욕망, 자신들이 원하는 여자들에게 접근하고 싶은 심리와 하버드라는 특별한 인맥을 확장하고 싶은 욕구 등을 실현시켜주는 도구로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주커버그가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친구신청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현실 세계에서는 서툴렀던 그의 인간관계가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는 통할지 궁금증을 남긴 채 연린 결말로 끝이 난다.
2) 피상적이고 단절된 사회를 만드는


영화 <언프리티 소셜 스타>는 이런 SNS 상에서의 보여지는 이미지와 실제의 자아와의 간극 그리고 정서적 동경이나 낮은 자존감 등의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다룬 영화이다. 특별히 주인공 잉그리드는 자신이 닮고 싶은 SNS 스타 테일러의 삶을 그대로 흉내 내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다. 어머니가 유산으로 남기신 재산을 들고 무작정 테일러가 사는 L.A.로 이사한다. 우연을 가장하여 테일러에게 접근한 잉그리드는 테일러와 친구가 되고 꿈같은 시간들을 지내는 듯 보이지만, 행복도 잠시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나고 테일러와의 ‘랜선 우정’마저 깨지고만다—마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처럼. 결국 잉그리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는데 이마저도 그녀에게 세상의 전부였던 SNS를 통해 그동안 자신의 거짓된 삶의 방식들과 미처 다루지 못한 속얘기들을 털어놓는 것으로 작별인사를 한다. 다행히도 그녀의 자살시도는 미완의 실패로 끝나고 그나마 그녀 곁을 지켜주던 댄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이 영화의 엔딩은 침대에서 깨어난 잉그리드가 자신의 마지막 영상이 SNS 상에서 크게 회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 다소 섬뜩한 결말로 끝이 난다.


온라인 플랫폼과 OTT 시장의 발전으로 TV 드라마도 영화 못지않은 퀄리티의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는 기술 발전과 인간사회의 관계를 비판적인 시선에서 다루고 있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즌 3부터는 넷플릭스에서 제작 및 배급을 담당하고 있는데, 넷플릭스가 제작을 맡으면서 내놓은 첫 번째 에피소드인 [추락]은 개인 SNS의 별평점제도에 의해 그 사람의 신뢰도(자산)로 여겨지는 사회를 그린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의 별평점을 높이기 위해 실제의 삶보다 소셜미디어 속 이미지 관리에 힘을 쏟는다. 온라인 상의 이미지가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속에서 한 사람의 실제 모습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보여지는 이미지로 사람을 평가하게 된다.


SNS 상에서의 자신을 꾸미고 보여지는 모습으로 평가 받는 설정은 조금 확장해서 적용하면 한 개인의 사회적 배경(인종, 성별, 나이, 외모, 학력, 직업, 경제력 등)으로 평가하는 것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여기서 소셜미디어라는 공간은 진정한 자신을 감추고 겉모습을 꾸밀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람들은 이 공간을 진실한 관계가 가능하다고 볼까? 한 설문조사에서 SNS 이용 태도와 관련한 질문에 67.4%가 ‘SNS에서는 모두 자신의 행복한 모습만 보이고 싶어해’라고 응답한 반면, ‘SNS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다’라는 문항에 응답한 비율은 8.2%에 그쳤다.6 소셜미디어는 피상적이고 진실한 소통으로부터 단절된 사회관계를 만든다고 보는 시각이 담겨있는 것이다. 호주에서 모델 겸 소셜 인플루언서인 에세나 오닐은 2015년 당시 18살이었지만 인스타 팔로어 58만명, 유튜브 구독자 26만 명을 이끄는 온라인 스타였다. 그러나 그녀는 돌연 자신의 모든 SNS 계정을 없애고 소셜미디어 속 환상과 가공된 삶을 살지 않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녀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출연한 인터뷰에서 “소셜 미디어는 환상입니다. 모든 사진과 영상은 그저 ‘조회수’와 ‘좋아요’를 얻기 위해서였죠.”라고 말하면서 그런 삶이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한다.7 소셜 미디어는 피상적이고 진정한 자아와 관계를 단절시킨다는 부정적 인식이 담겨있는 사례들이다.


3) 폭력적인 사이버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영화 속 소셜미디어는 범죄의 도구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른바 사이버 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등장하였다. 영화 <디스커넥트>는 2012년에 개봉하였는데 <소셜 네트워크>가 개봉하고 2년 만에 등장한 영화이다. 페이스북이 2004년에 세상에 처음 나왔다는 점을 상기하면 꽤나 빠른 대응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상업적인 요소를 고려해야겠지만)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현대 사회의 변화속도 자체가 빨라진 점도 있겠지만 동시에 그만큼 소셜미디어 사용과 그에 대한 비판적 의식의 대중적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8 또한 최근 미성년자 성착취 동영상 제작하고 유포한 “N번방 사건”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는 소위 보안과 사생활 보호가 뛰어나다고 여겨지던 채팅 어플리케이션 텔레그램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제2, 3의 유사범죄의 가능성이 높아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JTBC 영화전문 토크쇼 <방구석1열> 106화는 사이버 범죄 특집을 편성하였는데 영화 <디스커넥트>(2012)와 한국영화 <소셜 포비아>(2014)를 다루었다.


영화 <디스커넥트>는 세 가지 다른 이야기를 엮어놓은 옴니버스 영화인데, 모두 소셜미디어를 매개로 하며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다. 신디는 어린 아들을 잃고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남편과의 대화마저 단절된 상황 속에서 그녀가 선택한 곳은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채팅 사이트였다. 그곳에서 심리적인 위안을 얻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니 이곳은 채팅사이트를 표방한 피싱 사이트였고 그녀는 전 재산을 날리게 된다. 지방 방송국 기자인 니나는 성인사이트에서 미성년자에게 접근해 인터뷰를 하고 특종을 만들지만, 이내 불법취재에 대한 수사망에 오르게 되고 인터뷰에 응한 미성년자 카일은 곤경에 빠지게 된다. 평소 친구가 없던 벤에게 SNS(트위터)는 유일한 소통의 공간이다. 그런 그를 놀리기 위해 제이슨은 가짜 계정을 만들어 벤에게 접근하고 벤이 마음을 이해하는 것처럼 속이고 벤에게 나체사진을 요구한다. 벤의 나체사진을 얻게 된 제이슨은 그 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벤은 수치심에 목숨을 끊는다. 이 영화를 연출한 알렉스 루빈 감독은 세 가지 이야기를 하나의 주제로 잘 엮어내는데 그것은 바로 옆의 사람들(특히 가족)과 소통하려 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한 관계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초래한 (혹은 초래할 수 있는) 비극적 결말을 보여주며 SNS에 의존하는 피상적인 관계를 ‘끊으라’(disconnect)고 주장한다. 일부 연예인들이 인터넷 상에서 악의적인 댓글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다. <소셜 포비아>는 사이버 해킹과 인신공격과 협박 등의 사이버 문화가 실제 폭력과 살인사건으로 연계된 이야기를 통해 사이버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밖에도, 영화 <더 서클>(2017)은 기술발전과 더불어 모든 개인의 신상정보들이 공개되는 상황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개인 사생활 침해문제와 모든 것이 감시와 통제 아래 놓이게 되는 ‘빅 브라더’ 사회를 극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그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한다. 이렇게 영화/대중문화는 온라인 매체로 인한 부정적 사례들을 보여주는 일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9


4) 긍정적/도구적 재현의 예


그나마 영화 <아메리칸셰프>(2014)는 소셜 미디어를 긍정적인 시각에서 다루는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유명 요리사인 칼 캐스퍼는 레스토랑에서 메뉴 결정권을 뺏긴 채 음식평론가에게 혹평을 받게 되고 이에 평론가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그 장면은 레스토랑에 있던 손님들에 의해 녹화되고 트위터를 통해 생중계되고 또 리트윗되어 퍼져간다. 하루 아침에 해당 레스토랑은 물론 다른 곳에서도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푸드 트럭에서 쿠바 샌드위치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혼한 전 부인의 도움과 그간 바쁜 일로 인해 사이가 멀어졌던 어린 아들과 그 여정을 같이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캐스퍼는 요리하는 기쁨을 찾게 되고 아들은 그 과정을 트위터에 소개한다. 그의 음식과 반전 이야기가 트위터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그는 욕쟁이 요리사에서 다시 일약 유명 셰프가 되고, 그에게 혹평을 쏟았던 음식평론가마저 그를 찾아와 좋은 조건의 새로운 일자리를 제안 받게 된다. 트위터는 사람을 순식간에 망치기도 하지만, 다시 일으키기도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영화 <서치>(2018)는 화면 구성을 컴퓨터 모니터와 스마트폰 모니터 등으로만 연출하고 긴박하고 몰입감 높은 이야기 구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으로 꼽힌다. 영화 속에서 아내를 잃은 슬픔을 겪은 후 데이빗은 딸 마고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마고 또한 아빠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한다. 어느 날 마고에게 걸려온 부재중 전화 3통 이후 연락이 되지 않자 데이빗은 딸이 실종된 사실을 알게 된다. 마고의 친구들에게 수소문 해보지만 마고를 찾을 길이 없다. 영화 속에서 마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친구들은 학교 친구들이 아닌 SNS를 통해 알게된 친구들임을 알게 되고, 데이빗은 딸의 노트북과 소셜미디어 계정 등을 통해 딸의 행방을 추적해 가며 놀라운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감독의 시선은 소셜 미디어 자체를 부정적으로 재현한다기 보다 딸이 현실을 도피해 온라인 친구를 찾아가는 통로, 그러다가 범죄에 이용당하게 되기도 하고, 또 딸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즉 온라인 미디어는 그저 도구로서 존재할 뿐이다. 결국 이 과정을 통해 부각되는 것은 아버지 데이빗과 딸 마고의 상처, 깨어진 관계, 후회와 회복을 위한 노력 등임을 알 수 있다.


이상으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영화 및 대중문화가 소셜 미디어와 그곳에서 일어나는 관계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재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영화들의 문제의식에는 동의하지만 비판점도 존재한다. 일단 매우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사례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 속 비극들이 가능하지만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모두에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이버 공간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소수의 특수한 사례들의 부정적인 면만을 두드러지게 함으로써 사회적인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에 대한 영화적 성찰은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해져 간다. SNS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사회변화의 모습에 무지와 두려움이 컸으며 그 결과 SNS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재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SNS 이용과 환경에 적응하면서 SNS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대신 양가적 기능이 존재함을 받아들인다. 결국, SNS를 활용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3. 수용자/사용자의 역할의 중요


대중문화는 이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인류 사회의 모든 것을 바꿀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온라인 미디어와 같은 기술 환경의 변화는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변화가 기술의 변화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매체(기술)결정론적인 주장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매체 혹은 기술결정론이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이 소통의 방식을 결정짓는다는 주장이다.10 예를 들어, 과거 공중전화를 사용하던 시기에는 사람들이 전화를 사용하려면 줄을 서야했고 동전을 넉넉히 준비해야만 했다. 하지만 휴대폰이 발명되면서부터는 그런 풍경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매체가 모든 것을 결정하진 않는다. 여전히 공중전화도 존재하고 집전화도 존재한다. 개인 휴대전화가 생기면 (기술적으로는) 더 이상 만나서 얘기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전화보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전화로는 알 수 없는 비언어적 소통들, 얼굴, 몸짓, 냄새, 분위기, 반응속도 등은 기술의 발전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술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user)이 결정하는 것이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사용자의 역할은 점차 중요해져 간다. 과거 청중(audience)은 컨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역할에 그치곤 했다. 반면에 오늘 날 뉴미디어 환경에선 컨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동시에 누구나 컨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 사용자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최근 ‘1일 1깡’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수년 전에 사라졌던 노래와 영상이 어떤 이유로 다시 회자가 되고 유행이 된다. 반면, 부정적 사례도 존재한다. 영화 (2020)은 미국의 유명 만화캐릭터인 페페(Pepe the Frog)가 온라인 상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변화하는지 과정을 보여준다. 페페가 ‘기분 조타’(Feels Good Man) 말하는 이미지는 온라인 상에서 많은 화제가 되고 이른바 ‘밈’(meme), 번역하면 ‘짤’, ‘유행’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게 된다. 문제는 페페의 이미지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특히 미국 내 극우적인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페페의 이미지를 백인우월주의와 혐오의 아이콘으로 만들어 공유하기 시작한다. 만화가는 청년 시절 소소한 우정의 순간들을 만화로 그렸지만, 그 의도와는 달리 온라인 유저들은 페페의 이미지에 자신들의 욕망을 투영시켰다. 작가의 의도나 모니터 속 페페 보다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선택이 그 성질을 결정하는 것이다.


나가며: Untact 시대, 어떻게 Contact 할까?


우리는 코로나19 위기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즉 어떻게 물리적 접촉을 줄이면서 사회적 관계를 이어갈까? 미디어와 인간 관계에 대한 그동안의 질문은 미디어 기술 환경이 바뀌면 인류 사회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묻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질문을 바꿔야 한다. 대신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우리는 어떤 관계를 선택할 것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김정기(2019)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변화해도 인류가 서로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간의 특성을 소통의 욕구를 가진 존재로서 ‘소통하는 인간, 호모 커뮤니쿠스’로 정의한다.11 인류는 인터넷 및 소셜미디어를 통하여 그 소통의 범위를 확장해 갈 것이며 그 방향은 단절이 아니라 연결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소통의 주체인 우리가 ‘누구와 무엇을 위해 소통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에 미디어 사회 속 관계의 양상은 달라질 것이다.


앞서 살펴본대로 대중문화는 미디어로 인한 사회 관계가 단절될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미디어는 인간 관계를 단절시키기도 연결시키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과거어느 때보다 지나치게 연결되어 있어서 문제인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로 김정미(2018)는 뉴미디어 시대 속 인간을 “연결된 개인”이라고 정의한다.12 기술은 그 연결을 확장하고 증폭시키는 도구이다. 따라서 미디어를 통한 사회적 관계의 미래전망은 양가적일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물리적 접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


아마도 그것은 무엇이 ‘적정한 사회적 거리’(appropriate social distance)인가를 묻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위한, 나의 욕망을 위한 연결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거리로서의 소통 방식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홀로 외딴 섬처럼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연결된 공동체로서 존재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social interest)과 관계맺기(distant socializing)가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김용찬이 말하는 사회과학적 의미로서의 ‘사회적 거리’에 대한 세심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회과학 용어로서 ‘사회적 거리’는 한 사회 내의 다양한 집단들(가령 계층적으로, 지역별로 구분되는 집단들) 사이에 존재하는 가상의 거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회적 거리두기란 말 자체가 집단 간의 분리를 유지하려는 우리 사회의 숨겨진 욕망들에 알리바이를 제공할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노인들같이 사회적 도움이 늘 필요한 사람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생존을 위협하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콜센터 직원들같이 물리적 거리두기 자체가 불가능한 사람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확인시켜주는 아픈 말이기도 하다.13


코로나19 이후 보건당국과 지자체는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을 막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것은 (이제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신체적 접촉 및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물리적 거리두기’를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는 ‘물리적 거리두기’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고 있다. ‘물리적 거리두기’가 가져올 ‘사회적 관계’의 양상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비단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인류사회의 관계 맺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인터넷 환경 속에서 디지털 미디어와 스마트기기의 발전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초연결시대를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특징은 시공간적 한계를 넘어서고 있으며 비대면 접촉을 하지 않고도 연결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다시 말해, ‘물리적 거리’를 두면서 일정한 ‘사회적 연결’이 가능해진 세상을 말한다. 미디어로 인하여 연결의 확장되거나 연결의 단절되는 것을 염려하는 영화적 재현들도 결국 물리적 거리는 변화하여도 사회적 거리(연결)는 유지하길 바라는 의도들이 내재 되어있는 것이다.


어떤 관계를 상상하는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살아야 할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만을 위한 ‘물리적 거리두기’를 넘어 ‘적정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물리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상상하고 실천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 이글은 제17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문화선교연구원 공동주최 시네포럼 “Untact 시대, Contact하다”(2020.06.05.) 발표한 글을 수정 및 보완한 것입니다.


1)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딱풀이] ‘사회적 거리두기’란?” (2020. 3. 11) 참조.
http://www.korea.kr/news/visualNewsView.do?newsId=148870168
2) WHO Coronavirus disease (COVID 2019) Press Briefings (2020. 3. 20) 참조. URL
https://www.who.int/emergencies/diseases/novel-coronavirus-2019/media-resources/press-briefings
3) 강민경 (뉴스1, 2020. 3. 21), “WHO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물리적 거리두기’” URL https://www.news1.kr/articles/?3880868 참조.
4) 김용찬 (한겨레, 2020. 3. 13), “[기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지역사회’ 유감” 참조.
5) Harmmet Kaur (CNN, 2020. 4. 18), “Forget ‘social distancing.’ The WHO prefers we call it ‘physical distancing’ because social connections are more important than ever.” (Accessed 2020년 5월 24일).
https://edition.cnn.com/2020/04/15/world/social-distancing-language-change-trnd/index.html
6)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17 SNS 이용 및 피로증후군 관련 인식 조사” 참조. URL https://www.trendmonitor.co.kr/tmweb/trend/allTrend/detail.do?bIdx=1580&code=0101&trendType=CKOREA
7) 허솔지 (KBS뉴스 2015. 11. 4) “[지금 세계는] SNS 스타 소녀의 충격 고백 … “환상에서 나와라”” (Accessed 2020. 5. 26) URL http://d.kbs.co.kr/news/view.do?ncd=3176442
8) 대중문화는 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지점들을 재현하는 장이다. 순수 예술의 경우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과점이나 이를 이전에는 표현하지 않은 형태로 표현하는 예술적 창의성을 추구한다. 대중문화가 이런 창의성을 포함할 수는 있지만 필수로 하지 않는다.
9)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부정적인 사례들이 영화적 소재로서 더 적합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쉽다는 점과 이는 대중들이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 속에서 걱정과 염려, 공익과 윤리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대중적 시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10) 김은미, 『연결된 개인의 탄생: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인간관계』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8), 1-15쪽.
11) 김정기, 『소통하는 인간, 호모 커뮤니쿠스』 (고양: 인북스, 2019), 16장. “나는 존재한다, 고로 링크한다”(340-362쪽) 참조.
12) 김은미, 『연결된 개인의 탄생』, 230-236쪽.
13) 김용찬, “[기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지역사회’ 유감”.


*참고문헌 및 참고자료


강민경. (뉴스1, 2020. 3. 21). “WHO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물리적 거리두기’”. URL https://www.news1.kr/articles/?3880868

김용찬. (한겨레, 2020. 3. 13). “[기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지역사회’ 유감” 참조. URL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32499.html

김은미. 『연결된 개인의 탄생: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인간관계』.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8.

김정기. 『소통하는 인간, 호모 커뮤니쿠스』. 고양: 인북스, 2019.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딱풀이] ‘사회적 거리두기’란?” (2020. 3. 11). http://www.korea.kr/news/visualNewsView.do?newsId=148870168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17 SNS 이용 및 피로증후군 관련 인식 조사”. URL https://www.trendmonitor.co.kr/tmweb/trend/allTrend/detail.do?bIdx=1580&code=0101&trendType=CKOREA

허솔지. (KBS뉴스 2015. 11. 4). “[지금 세계는] SNS 스타 소녀의 충격 고백 … “환상에서 나와라””. URL http://d.kbs.co.kr/news/view.do?ncd=3176442

Harmmet Kaur. (CNN, 2020. 4. 18). “Forget ‘social distancing.’ The WHO prefers we call it ‘physical distancing’ because social connections are more important than ever.”
https://edition.cnn.com/2020/04/15/world/social-distancing-language-change-trnd/index.html

WHO. Coronavirus Disease (COVID 2019) Press Briefings (2020. 3. 20). URL https://www.who.int/emergencies/diseases/novel-coronavirus-2019/media-resources/press-brief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