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연리포트12호) 4.15 총선 특집 이슈 1_숙의민주주의와 50% 연동형 선거법
4.15 총선 특집 이슈 1
숙의민주주의와
50% 연동형 선거법
채 진 원 /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표는 PDF 파일 참고
1. ‘코로나 19’속 불안하고 복잡한 선거
지금까지 우리는 살아오면서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수많은 선택과 의사결정을 해왔다. 그리고 공적인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를 해왔다. 5년에 한 번씩 대통령선거 그리고 4년에 한 번씩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선거에서 투표를 해왔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일인 4월 15일이 다가오고 있다. 유권자들은 민의를 대표하고, 대통령과 행정부의 입법과 예산을 견제하면서 균형을 잡을 국회의원의 선택을 놓고 고민한다. 선거는 대의민주주의(代議民主主義)의 꽃으로, 국민을 대변하는 국가의 대표자를 뽑는 일이다. 물론, 선거는 기본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평가의 장이다. 열심히 잘한 공직자에게는 승리와 공직을 주고, 그렇지 않은 공직자에게는 패배를 줘서 분발을 촉구한다. 또한 선거는 공감과 소통 및 통합의 장이기도 하다. 선거과정에서 유권자와 대표자간 불통과 불신을 해소하고 서로의 관심과 요구사항에 대해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신뢰를 얻는 통합의 과정이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 5년차 중 그 중간지점에서 치러지는 ‘중간선거’이다. 그런 점에서 민심의 좌표가 ‘정권심판론’인지, ‘야당심판론’인지, ‘좌우양당심판론’인지 아니면 그밖에 어디에 있는 지를 확인하는 장이다. 특히, 중앙정부 내 삼권분립 차원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권력분립 및 견제와 균형의 관점에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하고 이를 보완하는 장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중앙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와 중앙정치에 대한 이슈점검 그리고 지역균형과 지방정치에 대한 이슈를 제시하고 전체적인 견제와 균형의 미를 살려낼 국민의 대표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에서 선거의 의미는 각별하다.
그렇다면 어떤 정당의 후보를 뽑아야 할 것인가? 물론 유권자들은 현명하게 저마다 좋은 후보에 대한 판단기준을 갖고 있고 좋은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좋은 선택을 위해서는 유권자 앞에 조금은 어렵고 난감한 문제가 놓여 있다는 것을 먼저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는 2019년 12월에 바뀐 어렵고 복잡하다고 소문난 ‘50% 연동형 선거법’ 도입에 따른 소수정당의 창당 붐과 합종연횡의 분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유권자들의 생활상의 어려움, 그리고 사사건건 부딪히는 정치권의 대립과 네거티브 캠페인에 따른 정책대결 실종 등이 겹쳐있어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어 있다.
특히, 지난해에 통과된 50%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에 따른 반발로 자유한국당 후계정당인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으로 칭해지는 미래한국당이 창당되었고, 여기에 맞서는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논의와 범여권의 선거연합정당 창당 논의가 유권자의 투표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격인 미래한국당의 창당으로 비례의석에서 미래통합당이 민주당보다 15~20석 정도 더 확보할 것이 현실화 되자, ‘꼼수’라고 비판했던 민주당도 ‘비례민주당 창당 필요성’에 불을 지폈고,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이 미래한국당의 비례의석획득 저지를 위한 목적으로 ‘비례전용 선거연합당’ 창당을 제안했다. 만약 여기에 민주당이 전격 참여한다면 유권자의 정당투표 선택은 매우 복잡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선거가 다가올수록 네거티브 캠페인의 강도는 세질 전망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후보가 자신의 정책과 장점을 설명하는 대신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공격을 당하는 쪽에서는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에서 ‘근거 없는 비방’이거나 ‘허위 사실 유포’ 또는 ‘흑색선전(마타도어)’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공격하는 쪽에서는 ‘사실이다’는 입장에서 ‘검증’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여러 복잡함과 혼란 속에서 유권자들이 과연 각 당 후보자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거나 선거공약을 자기 나름대로 비교하여 좋은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조금은 걱정이 된다. 왜냐하면, 그동안 유권자들은 정당과 후보자를 꼼꼼하게 비교하기 보다는 조금은 쉬운(?) 방식으로 정당의 순번을 보고 지름길로 삼아 일괄적으로 줄투표 또는 일관투표(straight-ticket voting)를 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관투표는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여러 명이나 되는 후보들 중에 누구를 뽑을 것인지, 좋은 후보가 누구인지, 서민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복잡한 일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유권자들이 뽑아야 하는 후보들이 어떤 역할을 해왔고 해야 하는 지도 파악하기가 너무 어렵다. 선거에 참여하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좋은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후보자를 뽑는 문제가 여러 측면에서 후보자들에게 정신적·경제적 피로감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투표율이 크게 저하 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는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선거에서 깨끗하고 투명한 사람 그리고 소통 잘하고 신뢰가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과연 있기는 한 걸까? 쉽지 않은 문제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여러 모로 홍보도 해주고, 정보도 주겠지만,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전과기록이든지 경력사항, 공약 등 후보들의 자질을 어느 정도 비교하는 여유와 관심을 갖는 것이 관건이다. 이번 기회에 4·15 선거에 참여하는데 있어 고려해야 할 것들인 정치무관심 증가 요인, 숙의민주주의, 50% 연동형 선거법 의석계산법 등에 대해 토론하는 것은 유권자의 투표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2. 증가하는 무당파․부동층 속 정치바이러스
유권자의 정치 불신은 무당파와 부동층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월 18~20일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총선 투표 의향 비례대표 정당’을 물은 결과, 민주당과 미래한국당에 이어 부동층이 22%를 기록했다. 갤럽 측에 따르면 부동층은 지난해 9월 이후 조사 중 가장 많았다. 무당파는 27%를 기록해 지난해 12월 21%에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양당 지지층은 모여들지만 무당파·부동층은 정치권에 시선을 주지 않고 있는 셈이다.
2020년 2월 셋째 주(18~20일) 현재 지지하는 정당은 민주당 36%,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無黨)층 27%, 미래통합당 23%, 정의당 7%, 바른미래당 4%, 국민의당 2%, 그 외 정당/단체는 모두 1% 미만이다. 총선을 앞두고 여러 정당의 통합, 신당 창당이 본격화되면서 정당 구도가 상당히 혼란스러워졌다. 유권자들이 제대로 인지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동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선거의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어느 정당을 선택할 것 같은지 물은 결과 민주당 33%, 미래한국당 25%, 정의당 12%, 바른미래당 3%, 국민의당 2%, 민주평화당 1% 순이다. 하지만 투표 의향 정당을 밝히지 않은 부동(浮動)층이 무려 22%다. 그리고 정당 득표율만큼 지역구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한 정당에 비례대표 일부 의석을 우선 배분하는 50%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 도입 인지 여부를 물은 결과 55%가 ‘오늘 이전에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새로운 선거제 도입 인지도가 한 달 전(59%)보다 더 높아지지 않은 것은 여전히 생소하고 이해하기 어려움을 보여주는 듯하다. 선거제 변경 인지도(‘알고 있었다’ 응답 비율)는 남성(65%)이 여성(45%)보다 높고, 연령별로 보면 20대 29%, 30대 47%, 40·50대 약 70%, 60대 이상에서는 57%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 등 특정 정당 지지층의 선거제 변경 인지도는 60%대지만, 현재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는 41%로 낮은 편이다.
정치권은 정책대결보다는 네거티브 캠페인의 일환으로 당면한 이슈인 코로나19 대확산을 둘러싼 책임공방을 하고 있다. 책임공방의 주제는 중국인 입국금지다. 야당은 중국인 입국금지를 망설인 문재인 정부 책임을 묻고 있다. 여당과 정부는 코로나19 대확산이 내국인 감염 때문이라며 신천지교회가 대감염의 진앙임을 강조한다. 정치권이 코로나19 책임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코로나19의 책임을 씌울 수만 있다면 선거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생각에서다. 이 같은 정치권의 극단적인 대결과 분열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코로나 혼란을 부추길 정치 바이러스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영논리에 따른 ‘좌우분열의 정치바이러스’가 덮쳐서 대한민국을 멈춰 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정치바이러스의 출현 배경은 뭘까? 아마도 지난 대통령선거, 지방선거에서 이슈로 등장한 “적폐청산 vs 국민통합”을 놓고 벌어진 후보자들 사이에서 그리고 후보자와 유권자들 사이에서 충분이 토론되지 못해 이른바, ‘숙의투표’(deliberative voting)의 효능감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선거과정이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에서 말하는 정당 후보자간, 정당 후보와 유권자간, 유권자와 유권자간에 충분한 대화적 공감과 숙의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선거과정에서 주요 정책에 대한 국민과의 충분한 숙의와 합의과정 없이 탄생한 의회와 정부는 입법부내에서 그리고 행정부와 입법부 사이에서 정책에 대한 정당들 간의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하여 정책갈등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정책갈등은 여야교착과 파행으로 연결되어 국정분열의 정치로 이어지게 된다.
3. 50% 연동형 선거법에 따른 소수정당들의 출현
‘50%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되는 오는 4·15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가치와 정책을 앞세운 신생 정당의 창당 움직임이 활발하다. ‘여성의당’ ‘기본소득당’ ‘교육당’ 등 개별 의제를 전면화한 이른바 ‘의제 정당’들이 잇따라 출현하여 명함을 내밀고 있다. 이들은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던 유권자의 다양한 이해와 욕구를 대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제 정당들은 특정 인물이나 이념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존의 방식에 대한 거부를 천명하고 있다. 여성의당은 세대를 아우르는 페미니스트들이 참여해 기성 정치에서 제대로 대표되지 못했던 여성 주권의 문제를 전면화할 계획이다. 교육당은 교육 문제의 전면적 해결을 내세웠고, 기본소득당은 비례후보 4명과 지역구 후보 2명을 출마시켜 원내 진입을 노리고 있다. ‘플랫폼 정당’과 ‘3040세대’를 내세우는 ‘시대전환’은 기후환경 등 다양한 의제그룹이 네트워크 형태로 연결돼 ‘솔루션’(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의제정당의 출현은 군소 정당이 정당득표율 기준 3%를 넘으면 1석이 아니라 3~4석을 얻을 수 있도록 50% 연동형 선거법이 바뀌면서 크게 동기부여가 되었기 때문이다. 기준점만 넘으면 정치적 발언권이 더욱 세지게 된다. 득표율 3%, 대략 70만표를 넘는 정당이 둘만 연합해도 입법 발의 요건인 국회의원 10명에 가까워진다. 이 때문에 3% 벽을 넘지 못했던 녹색당이나, 득표율에 비해 훨씬 적은 의석에 그쳤던 정의당 등 기존 정당도 신생 정당과의 정책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젠 새로운 투표 양태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종전까지는 사표 심리 탓에 작은 정당을 찍지 못하고 거대 정당에 표를 몰아주었지만, 이번 선거에선 자신의 가치에 입각해 마음에 드는 정당에 흔쾌히 ‘정당 투표’(즉, 진심 투표(sincere voting)를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다양한 의제 정당, 젊은 정당의 출현이 우리 정치의 모습을 확 바꾸기 위해선 유권자들의 응원과 지지가 필요하다.
4·15 총선을 앞두고 탈북민들이 국내 정착 3만3000명의 탈북민 권익을 대변하는 정당 창당 작업에 나섰다. 탈북민 200명은 지난 2월 19일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남북통일당 창당 발기인 대회를 개최했다. 북한 민주화와 탈북자 권익 수호를 기치로 내걸었는데 총선 참여를 목표로 오는 3월 1일 창당에 들어갔다. 탈북민들이 독자 정당을 만들어 정치세력화에 나서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접적으로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와 탈북인권운동가 지성호 씨가 자유한국당에 영입된 게 계기가 됐다.
신생 정당이 원내에 진출하기 위해선 정당득표율 3% 벽을 넘어야 한다. 미래통합당이 비례용 위성정당으로 미래한국당을 만든 데 이어서 민주당이 진보적 시민단체와의 비례용 선거연합당 참여논의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소수정당이 성공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유권자들은 그 나물에 그 밥식의 기성 정당에 표를 던져야 하는 지겨움에서 벗어나 소수정당을 골라보는 ‘쇼핑’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고, 군소 정당 간 연합 정치의 기초도 마련될 수 있어 그 성공가능성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4. 50%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의석 계산법
4·15 총선이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의 가장 핫한 이슈는 위성정당논란이다. 위성정당은 ‘엄마 정당’이 낳은 ‘새끼 정당’을 말한다. 대표적인 정당이 미래한국당이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의 출현은 사실상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것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해 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에서 처리된 선거제 개편안이 거대정당에게 ‘정당투표’를 할 시 상당한 지지표가 사표가 되는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은 것과 관련되어 있다.
지난해 선거제 개편안의 핵심은 50%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1인 2표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그 정당의 의석을 보장해주는 제도이다. 여기서 1인 2표란 국회의원 선거는 내가 사는 지역의 대표인 국회의원과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 각각 투표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정당득표율이란 유권자들이 ‘정당투표’에서 받은 득표율을 말한다. 연동형 비례제의 원리를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50명 배출한 A당이 정당 득표율은 40%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정당 득표율이 40%라는 얘기는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에 40%(120명)를 A정당이 가져간다는 얘기다. 연동율이 100%라면 120명을 가져간다. 그런데, 연동률이 50%니까 120명의 절반인 60명만 가져가게 된다. A정당에서 국회정원의 40%의 절반, 즉 60명의 국회의원이 나와야 하는 상황인데, 지역구 당선인이 50명밖에 안 되니까, 나머지 10명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몫으로 채워주는 것이다. 이것이 50%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기본 원리이다. 그 기본공식은 [50% 연동형 산출식=(의석할당정당 총의석수 × 정당별 득표비율 – 지역구 당선자수) ÷ 2]이다.
구체적으로 의석배분방식은 2020년 1월 23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홈페이지에 올린 50% 연동형 비례대표제 계산방법을 원용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1대 총선은 기본적으로 지역구 국회의원 253석, 비례대표 의석 47석으로 치러진다. 다만 비례대표 의석 47석은 큰 변화가 생겼다. 50%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 배분방식이 기존 병립형 47석에서 50% 연동형 30석 캡(cap)+ 병립형 17석으로 바뀌었다. 즉, 50%만 반영하는 연동형을 비례대표 47석에 모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 30석에만 적용한다. 캡(cap)을 씌워 상한을 둔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변화된 선거제도인 50% 연동형 캡(cap), 병립형 의석수는 어떻게 계산할까? 다음과 같은 3단계 방식으로 계산한다. 예시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1단계 : 의석할당정당 및 연동배분의석수 확인
1단계 계산식에 들어가지 전에 <표 1>에 나오는 몇 가지 용어설명이 필요하다. 의석할당정당이란 선거참여 정당 중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 받을 자격이 있는 정당으로, 지역구선거에서 5석 이상 얻거나 비례대표 선거에서 3% 이상 득표한 정당을 말한다. 비의석할당정당은 비례의석을 받을 수 없는 의석할당정당에 미달한 정당을 말한다. 연동배분의석이란 총 300석에서 비의석할당정당의 의석수(무소속 지역구 당선자 포함)를 빼고 남은 의석수를 말한다. 정당득표율이란 각 의석할당정당의 득표수를 모든 의석할당정당의 득표수의 합계로 나누어 백분율로 환산한 값을 말한다.
1단계의 결론은 <표 1>의 수식에 따라 나온 정당득표율은 A당(47.64%), B당(37.85%) 등등으로 10%가 채워지며, 연동배분의석수는 271석(300석-지역구 의석수 29석)이 된다.
2) 2단계 : 연동형 캡 30석 계산
(1) 환산의석 확인
2단계는 <표 2>처럼, 환산의석을 계산할 시 정당득표율의 소수점 첫째자리에서 반올림한 정수를 배분한다. 산출 결과값이 1보다 작은 경우는 0으로 처리한다. 2단계의 결론으로 <표 2>처럼, 수식에 따라 나온 연동형 캡 30석의 환산의석은 A당(7석), B당(6석), C당(3석), D당(2석), ㅌ당(6석)으로 최종 24석이 된다. <표 2>와 같이 24석의 환산의석이 나오면 <표 3>처럼 30석에 미달하는 경우의 수로 ‘잔여의석 배분’을 결정한다. 하지만 환산의석이 30석을 초과할 경우에는 <표 4>처럼 ‘조정의석’과 ‘잔여의석’을 배분하는 계산식이 필요하다.
(2) 정당별연동배분의석수의 합계 < 30석
<표 3>의 환산의석 24석은 잔여의석이 6석 발생에 따라 30석 캡 미만이므로 나머지 6석에 대해 잔여의석을 계산해야 한다. 환산의석에다 잔여의석을 더해 배분하면 A당(10석), B당(8석), C당(3석), D당(2석), E당(7석)이 된다.
(3) 정당별연동배분의석수의 합계 > 30석
<표 4>처럼, 환산의석이 35석이 되는 경우에는 50%연동형 캡 30석을 초과하여 조정의석과 잔여의석 배분은 6석에 대해 가. 나. 다 방식으로 계산해야 한다. 조정의석에다 잔여의석을 더해 배분하면 가당(0석), 나당(0석), 다당(25석), 라당(5석)이 된다.
3) 3단계 : 병립형 17석 계산
3단계인 병립형 17석에 대한 계산법은 <표 5>와 같다. 17석에다 각 정당의 정당득표율을 곱하면 된다. 계산식에 따라 환산의식과 잔여의석을 더하면 A당(8석), B당(6석), C당(1석), D당(1석), E당(1석)이 된다.
5. 숙의민주주의에서 선거 의미와 ‘숙의투표’ 중요성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숙의민주주의로 보완하겠다는 생각은 조셉 베세트(Joseph M. Bessette)에서 기원한다. 그는 1980년에 저술한 『숙의민주주의: 공화 정부에서 주요 원칙(Deliberative Democracy: The Majority Principle in Republican Government)』에서 숙의민주주의를 사용했다. 그가 제기한 숙의민주주의의 핵심적 요지는, ‘선호, 이익, 정체성이 고정되어 있다’는 통념적 가정을 더 이상 수용하지 말고, 고정된 선호를 열린 학습과정으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숙의민주주의는 ‘의사결정의 핵심적 과정으로 폭 넓고 개방된 공적 논의를 취하는 민주주의의 형식’으로 정의된다.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이론에서 보자면, 진정한 토론은 토론 참여자들 사이에 대화를 통해 상호 설득하고 이해해 나아가는 의사소통과정이며 이러한 숙의의 과정은 자기 자신의 이익보다는 상대방의 입장과 공공선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봄으로써 진정한 합의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숙의민주주의 이론에 의하면 설사 토론 과정을 거쳐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설득하고 설득 당하는 관계 속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구축할 수 있고 나아가 정치체제에 대한 일반적인 신뢰심을 고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숙의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는 정치과정은, 선거과정과 선거후 국정과정이 “숙의투표”(deliberative voting)를 매개로 양쪽으로 선순환하면서 환류(feed back)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선거과정은 단순히 후보자가 일방적으로 공약하고 유권자를 동원하여 정권을 잡고, 자기가 공약한 대로 국정을 좌우하는 과정이 아니다. 숙의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는 선거과정은 투표하기 이전에 토론과 숙의를 통해 즉, 후보자와 정당이 다음 정권의 국정운영과 주요 정책에 대해 유권자와 야당과 소통하고 조정하여 합의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선거 이후 국정운영과정은 선거과정에서 미진했거나 재확인하고자 하는 주요정책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와 이익관점에서 숙의를 통해 이익과 선호 및 정체성을 변형하고 조정하여 합의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대의민주주의 정치과정은 크게 선거과정과 국정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국민의 직접투표에 의해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이지만, 일단 선출된 이후에는 국민이 다음 선거 때까지 집권세력의 국정과정에 모든 것을 위임할 수밖에 없다는 특성과 한계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선거과정에서 충분한 대의적 정통성과 정책에 대한 국민적 토론과 합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심화시킬 가능성을 항상 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선거과정과 국정과정의 부조화에서 기인하는 대의민주주의의 위기상황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선거과정에서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토론 및 숙의를 활성화하여 공공선에 도달하려는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에 입각한 ‘숙의투표’(deliberative voting)가 정책적 이상형으로 설정되고, 그것을 구체화하는 정치권과 유권자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통 숙의투표(deliberative voting)란 유권자가 투표하기 전에 정책현안의 주요쟁점에 대해 충분한 정보와 비교 속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할 뿐 아니라 후보자와 유권자간 그리고 후보자와 후보자간 상호적 숙의라는 의사소통의 시간을 가진 후 이를 바탕으로 투표하는 적극적 행위를 말한다.
숙의투표를 실시하고 그 효과를 연구한 앤더슨과 한센(Andersen, V. N. and K. M. Hansen)에 의하면 숙의투표가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촉진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여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에 대한 책임감을 향상시킨다고 밝혔다. 선거는 단지 자신이 주관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뽑는 인기투표의 장이 아니다. 충분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비판과 쓴 소리가 나오면서 토론하고 합의하는 것이 숙의민주주의에서 선거과정이다. 마찬가지로 후보자 유권자들이 공약과 정책에 대해 그리고 국정운영에 대해 충분하게 토론하고 합의하고 약속하는 신뢰형성의 과정이 숙의민주주의에서 선거과정이다. 선거와 투표가 이런 신뢰형성의 과정이 될 때, 선거의 효능감이 커질 것이고, 투표에 대한 참여율이 커질 것이다. 정당과 언론 및 시민단체들, 유권자들과 국민들이 토론과 공론장이 있는 질 좋은 정책토론회와 더불어 참여하는 선거운동문화를 만드는데 많은 앞장서야 한다.
우리주변에 가난한 사람들이 많다. 여러 이유로 고통 받는 사람들도 많다. 대학생들이 비정규직 임금차별과 좋은 일자리의 부족으로 취직도 못하고, 연애도 포기하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N포세대들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여성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성차별, 성희롱, 성폭력으로 고통 받고 있다. 고통 받고 있는 청년들과 여성들에게 좋은 사회를 물려주는 일은 시급한 문제가 되었다. 이런 문제를 가장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정당과 선거에 참여하여 좋은 선택을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