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연리포트13호) 기사연 칼럼

기사연 칼럼

 

이 민 형 /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책임연구원

 

 

모든 것이 코로나19로 나뉘고 있습니다. BC/AC (Before Corona/After Corona)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코로나19의 유행이 지속되는 오늘의 사회는 소위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여전히 과거의 삶의 모습을 그리워하며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빠르게 태세를 전환하여 새로운 세상에 누구보다 먼저 적응하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슴 속에 두려움과 절망, 희망과 꿈을 꾸역꾸역 눌러놓은 채, 오늘도 하루를 살아갑니다.

 

언제 이 상황이 종결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 질문 안에 담긴 회복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또 다른 희망 고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탓이겠지요. 소위 전문가라는 분들의 목소리에도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습니다. 그들은 서로 경쟁하듯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분석하며, 미래를 내다봅니다. 하지만, 그들의 말인들 변칙적으로 돌변하는 바이러스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담아낼 수 있을까요? 차라리 “예측할 수 없다”와 같은 솔직한 문장에 눈이 갑니다. 동지의식마저 생겨나는 것을 보면 근 반 해가 되도록 시달린 우리네 마음이 어느 정도 체념한 듯 느껴집니다.

 

본래 2020년 2분기 <기사연 리포트>는 코로나19 상황 이후의 한국 정치, 경제, 그리고 문화를 내다보는 글을 담기로 기획이 되었었습니다. 하지만, 함부로 “포스트 (post)”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된 요즈음, 미래를 내다보기 보다는 잠시 멈추어서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여 <기사연 리포트>를 기획하는 분들과 함께 논의 후, 이번 호는 “코로나19의 상황에서 멈추어 주변을 보기”를 테마로 삼아 두 편의 글을 싣기로 결정했습니다. 먼저 본 연구원의 연구실장 김상덕 박사는 “대중문화로 살펴본 언택트 시대 사회적 관계”라는 글을 통해 코로나19의 상황에서 강조되고 있는 사람 간의 “거리”와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정부의 방침들이 사회의 마땅한 규칙으로 자리 잡고는 있지만, 이미 오랜 시간 서로 부대끼며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일상이 굳어져 가는 것이 마뜩치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해져야만 한다면, 코로나19가 오기 전부터 인간이 가진 상상력을 통해 나름의 “언택트” 세계관을 구축한 대중문화 콘텐츠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일상화 된 거리두기의 사회”를 이미지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에서 준비해 보았습니다.

 

이어지는 글은 경동교회 채수일 목사의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과 한국교회의 미래”입니다. 제목으로만 예상하면, 이미 다수의 목사들과 신학자들이 서둘러 발표한 글들과 유사한 논지가 진행될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공통적인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멈춤”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 글을 읽게 되면 그동안 해결 방안, 혹은 새로운 대안, 찾기에만 급급했던 사람들의 모습 속에 결여된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물론, 인류는 이 상황에서도 나아가야겠지요.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그 방향은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한 것입니다. 특히나 합리적 판단과 과학 기술로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상황이기에, 종교적 언어를 통해 사회를 돌아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이 글을 싣게 되었습니다.

 

섣불리 안도를 꿈꾸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코로나19의 상황이 한동안 지속되리라 예견합니다. 이 예견 역시 코로나19의 유행을 예견하지 못한 것처럼 틀리기를 바라마지않습니다만, 그러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기 전까지 우리는 우리의 삶을 더욱 돌아보고, 주위를 둘러보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한국 사회에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시민으로서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이번 <기사연 리포트>를 통해 함께 이바지하는 사회를 생각해보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