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연 리포트19호 전문 – “기독교와 정치: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권두언) 평화와 정의, 창조질서의 보전을 위한 한국기독교인의 선택은?

김 영 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

지금 한국민들의 눈은 대통령선거에 쏠려있다. 한국사회의 주요 분기점이 될 수도 있는 5년을 이끌고 갈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의 한 복판을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기독교인들도 그럴 것이다. 나 역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국민이자, 기독교인으로 이번 대통령선거에 관심이 많다. 선거 과정이 공명정대하여 그 결과도 모두 수긍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종교 사회인 한국에서 기독교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 기독교인이나 기독교 단체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한 인사들의 처신이나 입장표명이 기독교 전체의 것으로 오인되기도 하고 이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각 정파가 경쟁하고 서로 충돌하고 있는 선거철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인이나 기독교 단체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선거라는 중요한 시기를 지나면서 중립적 자세를 취하거나 평론가적 입장에 머무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그 올곧은 선택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크고 작은 배려심을 바탕으로 출발해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미래를 열어갈 정치 사회 문화 교육 등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기사연은 오늘을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이 ‘그 통찰력’을 가지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생각으로 이번 기사연 리포트 19호를 꾸려 보았다. 물론 적은 지면으로 꾸려지는 기사연 리포트가 가진 한계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독교인들이 생각의 단초를 열어가는 것에 도움이 되길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필자들에게 “어떻게 교회가 현실 정치 속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교회의 선교적 소명을 실천할 것인가” 라는 관점의 원고를 부탁드렸다. 이에 대해, 세명의 신학자가 각각 1) 민중신학, 2) 공공신학, 3) 재세례파(혹은 평화교회)의 관점에서 생각을 나누어 주었다. 현 상황에서, 신중히 새겨 들어야 할 성찰이다.

이는 한국교회가 그 통찰력을 기독교 신학과 역사에서 얻을 수 있으며, 한국교회에서 출발한 민중신학, 현재 미주교회를 중심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공공신학, 그리고 재세례파의 평화운동이 오늘의 한국교회가 주목해야 할 깊은 통찰력을 담지하고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요청을 기꺼이 받아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선거철이 되면 늘 느끼는 일이지만, 후보들은 제각각 온 세상을 바꿀만한 큼직한 공약을 내세우지만, 막상 선출된 권력은 그 공약을 잊어버리거나, 여러 제약을 핑계로 폐기하는 경우를 보곤 했다. 이번 대통령 후보들이 제시하고 있는 공약에는 여러 면에서 걱정스러운 모습이 보여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신중한 선택이 중요하다. 냉철한 이성과 뜨거운 가슴으로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여러 면에서 전문가적 식견을 갖추고 있지 못한 채, 후보들을 평가하기에는 벅찬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기독교인들이 꼭 잊지 말아야 할 원칙이 있다. 즉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이다. 이 원칙하에 세워진 정책공약인가 그렇지 않은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약자와 소수자들을 배려하고, 정의와 공의가 입 맞추고, 평화가 강같이 흐르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할 사명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분단이 원죄와 같이 우리 사회를 옥죄고 있는 이 시대, 평화와 통일을 위해 일할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