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연리포트12호) 기사연 칼럼


기사연 칼럼


김 상 덕 /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실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는 말처럼 2020년의 봄은 여러모로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의 전지구적 확산으로 인해 한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습니다. 방역 및 확진자 검사와 치료 과정에서 막대한 인력과 재정이 소비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비상시기를 극복하려면 정부와 민간단체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한국교회도 공공의 선을 위하여 힘과 지혜를 모아야겠습니다. 다수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고 있으며, 각자의 모양대로 성금을 모으거나, 마스크를 보내거나, 자원봉사활동을 자처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방역과 의료 서비스로부터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은 없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재난은 유독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합니다. 사회적 차별과 구조적 악은 일상 속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재난재해와 같은 사건이 터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들에게로 향합니다. 마치 영화 <기생충> 속 기택의 반지하 집처럼 말입니다. 평소에는 조금 불편한 정도의 공간으로 보이지만, 폭우가 내려 홍수가 나면 그 불편한 집은 물로 잠겨버리고 마는 것처럼 말입니다. 봉준호 감독을 세계적인 영화감독의 반열에 올려놓은 영화 <기생충>이 그리고 있는 세상은 슬프게도 한국사회의 불평등과 재난재해의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재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은 한국사회에 잘 드러나 있지 않던 반지하 속 사람들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4.15 총선’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이번 <기사연 리포트> 12호는 애초에 ‘4.15 총선’ 특집호로 기획되었습니다. 비록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만, 여전히 선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다음의 글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먼저 채진원 교수가 “숙의 민주주의와 50% 연동형 선거법”이란 제목으로 새롭게 변화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설명과 이와 관련한 정치적 변화들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글은 본 연구원의 이민형 책임연구원이 지난 “2019년 개신교인 인식조사”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비개신교인의 사회인식조사 중 정치적 사안들을 일부 골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위의 두 글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소위 ‘중도’ 혹은 ‘무당층’의 비율이 상당하며 이 그룹의 선택과 투표가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동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김장생 교수는 지난 해 인식조사에서 집계된 개신교인 가운데 보수 혹은 근본주의 성향의 개신교인들의 정체성과 정치 참여 양상에 대하여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향후 더 깊은 논의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판단됩니다.

코로나19 위기로 총선에 대한 토론회나 공명선거를 위한 사회적 운동들이 부쩍 줄었습니다. 오늘 날 선거에서는 충분한 정보나 지식을 갖고 선거하기가 어려운 시대입니다. 주로는 당의 선호도를 가지고 투표를 하거나 정치인의 이미지 정도만을 가지고 호불호를 결정하기 쉽습니다.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총선의 결과에 따라 향후 4년 그리고 그 이상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국민의 신성한 의무이자 책임인 ‘선거’에 참여하길 기대합니다. 한국사회의 훌륭한 면들도 존재하지만, “코로나19”와 영화 <기생충>이 재현하는 한국사회의 취약계층과 사회적 갈등 또한 존재합니다.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아 인지하지 못하던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들에겐 어쩌면 매해 봄이 찾아와도 봄처럼 느껴지지 않는 삶을 살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4.15 총선’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