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AVP 참여후기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7-04-27 23:27
조회
2376
승주·준_감상문.hwp

아래의 글은 지난 4월 13일부터 15일간 열였던 우태 카스퍼스 초청 AVP 워크숍에 본원 대표자로 참가한 허준. 이승주 서울 심리치료 연구소 상임 연구원의 참여후기입니다.
AVP(폭력대응 대안모델로 인도하는 변혁시키는 힘)를 통하여 만나게 된 웃음과 평화

참가자 : 허준. 이승주 (소울 심리치료연구소 연구원)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아는 만큼 본다고 합니다. 자신의 깨달음 너머의 진실은 알 수 없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 동안 평화란 갈등이 없고 분쟁이 없는 화합의 상태를 칭하는 말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갈등의 연속이기에 평화란 언젠가 도달해야 할 먼 목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갈등이 생길 때마다 해결 방안을 끊임없이 강구해야 했고 그것은 때로 효과적일 때도 있었지만, 힘에 부칠 때는 회피를 하거나 더도 안 될 때는 폭력적인 방법을 통하여 갈등에 대응해 왔습니다. 저희 부부는 심리치료사의 길을 가며 인간의 내면에 쌓인 갈등과 폭력의 그림자가 외부현실로 투사된 다는 것을 깨닫고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안고 어떻게 평화로운 삶을 영위해 갈수 있을 지 고민하던 중 AVP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희 부부에게 AVP는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내면의 힘으로 갈등을 비폭력(무폭력)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AVP는 우리 자신 속에 어떤 상황을 "변혁시키는 힘(Transforming Power)"이 존재 한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자아에 대한 존중’, ’타자에 대한 돌봄’, ‘반응하기 전에 생각하기’, ‘비폭력 해결을 추구하기’, ‘최선의 것을 기대하기’라는 5가지 요소를 터전으로 삼아 일어나는 힘입니다. 워크숍은 참가자들의 감정과 개인의 갈등들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는데 인식적인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강의형태가 아닌 자신이 참여하여 손으로 직접 해보고 그것을 통해서 느낀 것을 나누는 일종의 경험적 프로그램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침묵하며 경청하기’, ‘비폭력 갈등해결 경험나누기’, ‘신문지로 탑 쌓기’, ‘사진을 보며 사실과 추측과 느낌 구분하기’ 등등의 순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각의 순서를 경험한 후 각자가 깨달은 것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워크숍은 진행됩니다. 참가자들은 어떤 것을 느끼고 무엇을 깨달았는지 말하며 우리 속에 폭력성이 얼마나 깊이 뿌리 박혀있는지, 갈등을 해결 하는 것에 있어서 얼마나 폭력적으로 대응해 왔는지 등의 각자의 통찰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습니다. 누구도 가르치거나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거나 상대방의 의견을 묵살하지 않습니다. 자발성을 가지고 참여하고 강요하지 않으며 자율성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타자를 존중하고 그의 이야기를 경청합니다. 프로그램 중간 중간 진행되는 L&L(Light & Lively game)은 자칫 지루하게 흘러 갈 수 있는 프로그램에 활기와 웃음을 주는 가벼운 게임으로 우리 속 에 있는 생기와 유머를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이 게임은 단순한 놀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놀이를 통해서 우리자신의 모습을 한 번 더 생각 할 수 있게 합니다. 우리 안에 웃음이라는 힘과 어찌 보면 우리가 그 동안 갈등이라고 느껴왔던 일들이 실은 우리의 무거움과 생기 없음으로 인한 것은 아니었는지 스스로 자문해 볼 수 있게 해줍니다.

AVP워크숍은 갈등해결을 기술적으로 가르쳐주는 워크숍 이라기보다는 개인 한 사람 한사람이 자신 안의 평화의 힘을 믿고 타자의 존재와 그 안의 평화의 힘을 존중하고 외부 상황에 반응하기 전에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생각과 감정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느껴집니다. 즉 평화적 이념을 바탕으로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인정해 주는, 비폭력적인 방식의 워크숍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체계자체를 통찰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듯합니다.
물론 진정한 평화는 개인적 영역 안에 한정된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개인이 그가 속한가족, 사회, 국가와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그 체계 속의 한 구성요소로서, 또한 개인이라는 고유한 하나의 체계로서 또 다른 체계들과 서로 상호작용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한 개인이 자신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평화적 변혁의 힘은 그저 개인의 문제에만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AVP를 통하여 내일상을 평화롭게 살아 낼 수 있는,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낳는 악순환을 끊고 비폭력의 길을 통해 갈등을 해결해 낼수 있는 힘이 바로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이 힘을 통해 내가 이루어갈 나와 내 일상의 평화가 온 인류의 평화로 뻗어나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두근거림. 평화를 얘기하며 많은 일들을 해 가지만 자신과 자신의 일상은 오히려 폭력으로 가득 차 있는 나와 우리의 모순을 만나게 됨으로써 관념 속에 있는 허상으로서의 평화가 아닌 나의 진실에 맞닿은 진짜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
조금 아쉬웠던 점은 원래 정해진 인원수보다 사람들이 많았기에 시간상 또 다른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지 못하였던 것과 맛보기 워크숍형식으로 진행되어 더 깊이 AVP를 경험할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머지 않아 본격적인 AVP워크숍이 다시 열리게 된다면 꼭 다시 참석하여 더 깊은 경험을 해 보고 싶습니다.

이번 AVP워크숍은 한국에서는 최초로 열린 것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참여 할 수 있는 기회와 더불어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준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배려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그 안목 또한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폭력대응대안모델이 한국에 뿌리를 내려 진정한 평화의 씨앗들이 더 많이 뿌려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