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09 한일 생명평화역사기행 후기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9-08-31 23:37
조회
2185
옥상텃밭

쓰찌다_다까시_선생님과_통역하시는_이지영_전도사님

넷째날 아침, 신모지에서 출발했던 명문대양호가 오사카(大阪)에 정박했다. 나니아교회에 짐을 풀고, 교토(京都)로 출발. 동지사 대학의 윤동주시인 추모비 앞에서 추도회를 드렸고 정은 형이 그를 기리며 ‘십자가’를 노래했다.

'쓰고 버리는 시대를 생각하는 모임' 사무실은 주거지 안쪽에 자리잡고 있어서 찾기 어려웠다. 이날따라 날씨가 무척 더웠는데, 애 태우시면서 한 시간 넘게 기다려준 쓰찌다 다까시 선생님과 회원분들게 감사.

도시락(밴또)은 호박볶음이 일품이라 국물까지 남김없이 먹었다. 안전농산물공급센터에서 오는 물건이라 맘 놓고 식사. 다른 곳에서 많이 썼던 1회용품도 나무젓가락 말고는 없어서 부담을 덜었다. 선생님이 직접 산야초를 말려 만드신 칠복차와 회원분이 만드신 녹차카스테라도 너무 맛있었다. 생각만 해도 ‘파블로의 개처럼’ 침이.

식사를 마친 후 쓰찌다 선생님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식사했던 옆자리에서 바로 말씀하셨다. 지난 5월의 강연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듣다니 경외감이 샘솟았다. 강의와 이지영 전도사님의 통역을 놓칠세라 받아적기에 정신이 없었다. 친구들은 어떤지 한번 돌아보니 다들 눈이 초롱초롱.

선생님은 김대중 대통령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시고 강의를 시작하셨다.
분쟁과 전쟁이 ‘자원문제’라고 하시며 지금 당장의 편안함 때문에 지하자원을 계속 쓰면 안 된다고 하셨다. 눈에 보이는 자원을 지혜를 모아 나누어 쓰는 것을 해결방안으로 얘기하셨다. '쓰고 버리는 시대를 생각하는 모임(시민단체)'과 '안전농산물공급센터(생협)'는 고민한 내용을 실천해 온 장이다.

이렇게 문제?실패를 함께 생각할 때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다고 하셨다. 문제를 ‘생각하는 소재’라고 명명하시며, 함께 생각하고 지혜를 모아야 함을 강조하셨다.

일정이 늦어져 생산지를 가지 못하고 대신 옥상텃밭을 견학했는데, 노약자에게는 엘리베이터를 타게 하고 본인은 뛰어 올라가셨다.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75세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다음은 강의 전문입니다.(내용이나 번역에 잘못된 것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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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크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돌아가셨는데,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고 존경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1인시위를 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불행한 역사이고, 사이에서 귀한 역할을 하실 분인데 억울한 일을 당해서 1인 시위를 했습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김대중 대통령의 죽음이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이러한 때에 돌아가셔서 무거움을 느낍니다. 남겨진 자들의 평화활동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한국은 이전보다 풍요로워졌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일본도 이전보다 풍요로워졌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풍요로워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전쟁이 없고 평화가 계속된다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그렇지만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물건이 많다고 행복한가?’를 되물어야 합니다. 이런 풍요로움, 넉넉함은 지하자원에서 왔습니다.

(넉넉한 생활→지하자원→분쟁이 생김→나라끼리 불신과 경계→전쟁이 시작. 이런 구도로 얘기하시고..) 일본, 한국의 문제도 자원문제였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자원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분쟁이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자원은 한계가 있고 무리해서 얻고자 하면 싸움이 벌어질 것입니다. 이런 미래에 우리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거대한 유전의 발견은 1960년대에 이미 끝났습니다. 요즘은 기름의 압력이 약해서 물을 넣어서 기름을 빼는 형국입니다. 석유문명은 끝났다고 보는데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왜인가요?

눈 앞의 편안함, 안일함 때문입니다. 이것이 일본의 현실입니다. 한국도 비슷하지 않나요? 잘못된 사회는 벌을 받습니다. 이미 벌을 받고 있습니다. 병이 따라다니고, 이것이 국민경제 파산의 이유가 되는데, 건강보험제도는 파산 직전입니다. 암이 늘어나고, 알 수 없는 병↑, 마음의 병↑, 이지메?자살?왕따↑, 가정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이미 벌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더 넓게 봐서 전쟁이 계속 일어나고 사회부패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왜인가요?
돈으로 세상이 돌아가면서 그렇습니다. 식품도 돈에 의해서 굴러갑니다. 식품은 생명입니다. 변질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식품첨가물을 넣어서 더 위험하게 만듭니다. 돈 때문에 농업이 망가졌습니다. 농업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먹거리를 나누는 것입니다. 생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진짜 가능한가요? 돈 때문에 농촌은 피폐해졌고 농민도 농업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농촌에는 시집가는 사람이 없고,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성경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습니다.
‘하나님과 돈을 함께 섬길 수 없다’는 이야기.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이야기.
‘하나님을 버리고 돈을 쫓아가는 것’은 농촌을 버리고 돈을 쫓는 것과 비슷합니다.

일본은 현재 돈으로 곡물을 사고 있습니다. 식량자급율은 40%이고, 곡물자급율은 30%입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누군가 대답했다) 25% 정도 됩니다. 한국과 일본이 똑같습니다. 곡물 수입의 문제는 곡물을 더 이상 수입하기 힘든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사람은 빵으로만 살 수 없습니다. 예수는 사탄에게 ‘돌을 빵으로 바꾸어보라’는 시험을 받았습니다. 예수는 거절하면서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일본은 현재 돌(석탄, 석유)을 빵(밥)으로 바꾸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잘못 되었고, 사람은 주어진 자연에 따라서 살아야 합니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요?
태양→그리고 초록의 기운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인간도 생물의 하나입니다. 특정한 생물이 지나치게 많아질 때 병적 상태가 됩니다. 결핵의 원인은 결핵균이 지나치게 많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적당하게 있으면 병이 아닙니다. 지금 여기에도 결핵균이 있습니다. 결핵균이 막 번식하도록 만든 상황을 봐야 합니다.

인간만이 모든 것을 누려야 한다는 것에 지구의 병이 있습니다. 태양의 빛은 무한하지만, 식물의 세계는 유한합니다. 제한된 것을 나누는 것, 그것이 ‘공생공빈(共生共貧)’입니다. 한자로 빈(貧)을 풀이하면 조개(貝)를 나누는(分) 것입니다. 생(生)의 재료를 나누는 것입니다.

반대로 ‘탐욕’의 탐(貪)은 지금(今)의 조개(貝)입니다. 지금 당장만 생각할 때가 탐욕입니다. 공업의 원리는 자기 눈앞만 생각하는 것입니다. 대량 식품생산이 전반적으로 잘못은 아닙니다. 많이 생산하고 없는 곳에 나누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돈을 위해서 생산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식품을 둘러싼 분쟁이 심합니다. 10억의 인구는 굶주려서 죽고 10억의 인구는 너무 많이 먹어서 병들고 있습니다. 10억 인구가 굶주리는 것은 그 사회가 자립성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제국주의 국가에 의해 식민지들은 건전한 생산체계를 빼앗겼습니다. 이것은 자원에 대한 싸움입니다. 폭력적인 정치가 10억의 인구를 굶주리게 합니다. ‘FTA'를 통해서 이런 일들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일들을 전체적으로 보고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자원이란 무엇인가요? 원래 지하자원은 자원으로 활용하면 안 됩니다. 우리가 다 쓰면 미래에는 못 씁니다. 본래 안 써야 하는데, 눈앞의 풍요로움을 위해서 쓰고 있습니다. 자원을 뜻하는 resources는 지혜와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원을 인간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주어진 자연에 지혜를 불어넣고, 지혜롭게 쓰고,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돈으로 살면서 지혜를 쓰지 않습니다. 소름끼치는 일입니다.

100년 전에는 살기 위해서 지혜를 썼습니다. 지상에 주어진 물건에 지혜를 넣어 감사하면서 썼습니다. 지금은 지하자원을 빼내어 쓰는 삶을 삽니다. 보이지 않는 지하자원에 따라 사는 것보다 보이는 자원에 지혜를 넣어서 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교토대학 공학부에서 가르치면서 ‘이것이 바른 일인가?’(주:공업사회를 살찌우는 일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내보내는 것에 대한 회의) 그래서 ‘쓰고 버리는 시대를 생각하는 모임’을 시작했고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삶을 바꾸려면 먹는 것을 바꾸어야 한다고 느꼈고, 동시에 농산품이 농약으로 오염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안전한 농산물을 찾게 되었습니다.

소비자가 정말로 안전한 농산물을 원한다면 생산자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소비자는 생산자가 만든 것을 기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생산?소비가 돈에 의해 나누어지면 안 되고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생산?소비의 일체를 꿈꾸며 ‘안전농산물공급센터’를 시작했습니다.

소비자는 안전한 농산물을 소비할 책임이 있고
생산자는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할 책임이 있습니다.
기쁘게 생산하고 기쁘게 소비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생산자회와 소비자회가 공동으로 출자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회원으로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주식회사라 배당을 해야 하지만 흑자가 나오더라도 배당을 하지 않습니다. 돈 때문에 움직이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11명의 직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교토시, 우지시 근처 1700여 회원 가정이 있다)

1977년부터 회원들 농장을 만들었습니다. 직접 땀을 흘리면서 소비자들이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생산의 현실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병충해로 인해 생산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을 보았습니다. 생산지 현장에 참여하지 않는 일반 소비자는 이것을 모르니 항의를 합니다. 다른 곳에서는 생산자가 부담해야 할 현실이지만 모임에서는 같이 책임을 집니다.

문제?실패를 함께 생각할 때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세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함께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문제들을 유통을 하면서 깨닫게 되고 ‘생각하는 소재’가 되었습니다. ‘생각하는 소재’는 구체적입니다. 구체적이라 본질적으로 우리의 생활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점심 때 먹었던 미소된장국의 된장은 교육을 통해 만든 것입니다. 1973년부터 손으로 된장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우리 스스로 만들자’는 것이 우리 모임의 방침입니다. 지금 먹는 칠복차(일명 럭키세븐차)도 직접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자연에 주어져 있는데도 돈으로 사는 것에 안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백미 식사는 낭비입니다. 혀끝만 맛있게 하고, 혀끝으로 사는 삶으로 이끕니다. 현미식을 하면 하늘에서 내려준 것을 기운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풍부한 영양분 때문입니다. 혀 끝에 좋다고 좋아하는 것만 먹으면 그 좋은 것이 우리를 해칩니다. 작은 일을 실천할 때 건강에 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현미식으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현미에 우리의 지혜를 넣고 더 많은 지혜를 창출할 수 있었습니다.

1700여 회원이 있는데, 모든 회원들에게 일률적으로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분법적이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좋은 것을 권하고 회원들과 한발한발 나아갈 때 의미가 있습니다. 토마토를 같이 생산한지 3년 되었는데, 소비자가 밭에서 토마토모종을 직접 심었습니다. 올해도 120여 소비자가 1시간 거리의 토마토 생산지에 참여했습니다. 작년에는 크기나 상처 등으로 출하되지 못하는 토마토 문제가 생겨, 논의 후 올해 토마토가공공장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함께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실은 어렵습니다.
과제가 있습니다.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