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문

정ㆍ보의 시대; 삼애교회 (조재국 교수)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7-08-06 21:47
조회
1687
2007년 8월

정ㆍ보의 시대; 삼애교회
(마태 11:28-30)

조재국 교수 (기획위원)

오늘날, 아마도 우리가 사용하는 말 가운데 가장 빈도가 높은 단어를 하나 고르라면 당연히 “정보”라는 말일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시대를 “정보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과거에는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정보가 곧 힘이고, 돈이 됩니다. 언론을 입법, 행정, 사법에 이어 제4부의 권력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언론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기업도 정보를 움직이는 기업들이 속속 기존의 전통적인 기업들을 누르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구글은 정보를 모아서 나누어주는 것만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습니다. 구글은 10년 전에 당시 스탠포드대학 대학원생이었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좁은 기숙사 방에서 만든 인터넷 검색회사입니다.
성경에도 잘못된 정보 때문에 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를 탈출하여 가나안이라는 옛 조상들이 살았던 고향으로 행군을 하는 가운데 천신만고 끝에 목적지 가까이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중한 모세는 가나안에 들어가는 입구에서 잠시 멈추게 하고, 12명의 정탐꾼, 영어로는 스파이라고 말하는데, 정탐꾼을 파견하여 가나안의 동정을 살피고 돌아오라고 했습니다. 12명의 정탐꾼들은 40일간 가나안 땅의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그곳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두루 살펴보았습니다. 병사의 숫자와 부대의 크기, 무기의 종류와 숫자, 마을과 촌락의 숫자와 인구수 등 데이터가 될 만한 것은 모두 파악하고 돌아왔습니다.
이제, 마지막 한 고비를 남겨두고 있는 백성들은 숨을 죽이고 정탐꾼들의 보고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말입니까? 10명의 정탐꾼들이 손 사례를 치며 “가나안 병사들은 키가 장대와 같이 크고, 수가 많으며 민간인들도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잽도 안 됩니다. 멋도 모르고 쳐들어갔다가는 모두 몰살당할 것입니다. 창피하지만 이집트로 돌아가서 노예로 사는 편이 낫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백성들의 입에서 한 숨이 나오고, 한 숨은 순식간에 분노로 변하여 지도자 모세를 원망하기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곤란한 처지에 서게 된 모세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 때 백성들 앞으로 남은 두 정탐꾼인 여호수아와 갈렙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들이 키가 크고 강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더 강합니다. 왜냐하면 가나안에는 잡다한 민족이 갈라져서 시기하며 서로 싸우고 있지만 우리는 모두가 한 마음으로 젓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향하여 가고 있고, 더욱이 하나님이 지켜 주신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가나안에 대한 수치적 평가와 데이터를 통한 분석, 즉 눈에 보이는 가시적 정보를 통하여 ‘싸우면 진다’는 의견을 내놓은 10명의 정탐꾼들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벌을 받아 광야에서 죽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나안 병사들의 사기, 민간인들의 정신과 생각, 신념과 가치관, 인간관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를 통하여 ‘싸우면 이긴다’는 의견을 내어 놓은 두 명의 정탐꾼은 죽지 않고 가나안 땅을 밟을 수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실, 진정한 정보, 가치 있는 정보, 참 정보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경우가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보이는 정보, 쉽게 데이터화할 수 있는 정보, 가까이서 얻을 수 있는 定量적 정보를 찾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만다면, 우리는 지식인에게 필요한 定性적 정보를 얻는데 실패하고 말 것입니다.
정보라는 말의 뜻은 영어와 한문이 전혀 다른 것 같습니다. 한문으로 정보라는 말은 마음을 뜻하는 情(마음 심자와 푸를 청)자와, 나눈다는 뜻의 報자가 합쳐서 만든 것입니다. 情자는 감정이나 감각을 뜻하는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정보는 “서로 정, 즉 마음을 나눈다”는 뜻이고, 쉽게 풀어보면 “남의 마음을 헤아려 알리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진정한 의미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상대의 “마음의 상태”가 어떤 것인지를 살피고 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정보의 시대는 데이터의 시대가 아니라, 마음의 시대라는 것입니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정보의 시대, 즉 마음의 시대가 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오랜 만에 [부의 미래]라는 책을 써서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토플러는 이 책에서 미래학자 답게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롭게 출현할 부의 창출시스템이 어떤 것인지를 밝히려고 했습니다. 그는 머지않은 미래에 부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습니다. 부의 혁명적 변화는 산업혁명과 유사하지만 파급력의 측면에서는 훨씬 더 크고 광범위한 대격변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토플러에 의하면 앞으로의 경제는 보이지 않는 경제(invisible economy), 즉 비화폐경제의 시대가 온다는 것입니다. 미래의 경제는 비화폐경제, 보이지 않는 경제에 의하여 이끌어져 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수치와 데이터에 의하여 평가되던 계량경제는 점점 축소될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이미 가시적 경제가 50조 달러라면 비가시적 경제가 50조 달러에 달하고 있다고 합니다.
토플러에 의하면 이를테면 어머니들이의 가사처럼 보수를 받지 않고 하는 노동생산과 소비는 모두 보이지 않는 경제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부의 혁명을 맛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시장외부에 존재하는 판매되지 않는 가치(unpaid value)에 주목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문화, 종교, 도덕적 가치와 같은 것들입니다.
저는 보이는 정보는 오히려 저급정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급정보는 데이터나 수치로 환원할 수 있지만, 고급정보는 마음으로 느끼고 감지할 수 있을 뿐입니다. 저급정보는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고, 때로 그런 것을 통하여 실적을 올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인생의 행복을 찾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찾아야 할 고급정보는 얼굴을 맞대고, 가슴을 열고, 함께 일하는 관계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웃고 울고, 화내고, 즐거워하고, 안타까워하고 만족해하는 인간의 모습, 인간애를 나눔으로서만 우리는 마음을 나눌 수 있음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일본에서 ‘교세라’라는 기업을 일으킨 이나모리 가즈오라는 사람은 ‘일본이 지난 10년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경제의 불량채권”은 어느 정도 해결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일본사회를 좀먹는 “마음의 불량채권”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그 증거로 일본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자살문제를 들고 있습니다. 15년 동안 계속된 베트남전쟁에서 사망한 미국군이 6만 4천명이라고 하는데, 태평성대를 누리는 일본에서 2년간에 그만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 것입니다.
사실, 자살문제는 일본 보다 한국이 더 큰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자살증가율에서 세계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36명정도가 자살한다고 합니다. 어떤 통계에 의하면, 봄에 태어난 사람의 자살률이 가을에 태어난 자살률 보다 17%나 높다고 합니다. 참고로 저의 생일은 가을입니다. 저는 학교에 갈 때 한남대교를 건너가는데, 다리 위에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으면 걱정이 됩니다. 지난번에는 한 아주머니가 다리위에 올라가 강으로 떨어지려는 것을 경찰이 발견하고, 아주머니를 설득하여 집으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어떻게 어린 아이를 둘이나 두고 떠날 수 있느냐고 하면서, 그래도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설득하니 눈물을 흘리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순진한 경찰 아저씨는 안심하고 돌아갔는데 그 아주머니는 두 시간 후에 다른 다리로 가서 투신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집에는 돌아왔으나 여전히 빚쟁이는 전화해 대고, 애들은 먹을 것 달라고 울고, 남편은 술이나 먹고 있는 비참한 현실은 아무 것도 변한 게 없고, 여자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짐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수고하며 무거운 짐진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마도 이는 무거운 인생의 멍에를 메고 살아가는 우리를 향하여 그 마음을 위로하기 위하여 정을 나누자는 말씀일 것입니다. 정보의 시대에는 무엇보다도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한 사람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우리 삼애교회 는 서로 마음을 보듬어 주고, 짐을 함께 지는 사랑의 공동체를 지향하여야 합니다. 기독교는 구습과 미신에 억매인 우리민족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하여 한 세기 이상을 한결 같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주신 섬김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것은 우리 기독교인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서로 멍에를 함께 지고 마음을 나누는 넉넉한 사랑을 실천하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 연세의료원의 파업사태를 통하여 정말 많은 것들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특별한 이슈도 없으면서 2천명이상의 직원 선생님들이 환우들을 외면하고 로비를 점거하여 구호를 외치는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귀족노조라고 불일 정도로 대우도 좋고, 정년이 보장되어 있는데도 위급한 환자들을 버려두고 몰려다니는 게 기분이 나빳습니다. 어느 교수님이 말씀하셨듯이 입사한지 몇 년도 안 된 어린직원들이 소리를 지르며 데모하는 모습을 기분 좋게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노조직원들에게 왜 파업하느냐고 물어보니까 기분 나빠서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노동조합에서 주장하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자기들은 한번 어른들에게 큰 소리 한번 쳐보고 싶어서 나왔다고 하는 것입니다. 정말 말도 안 되고, 기가 막히는 말입니다. 어떻게 그런 이유 때문에 하루에 수십억원씩 손해를 보게 하고, 다급한 환자를 내 팽개칠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기가 막혔습니다. 마치 장난삼아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는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던지는 아니는 심심풀이로 던지고 있지만 개구리에게는 생명의 위험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의료원 구성원들 간에는 큰 벽이 있어서 서로 소통이 어려웠다는 말이 됩니다. 마음과 마음이 잘 통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고급정보의 소통이 없는 조직은 금방 경화되기 쉽습니다. 구성원 간에 마음이 서로 통하지 않으면 사는 게 즐거울 수 없고, 일할 맛이 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지난 달 의료원장님에게 신입사원들에 대한 신앙지도를 잘 할 수 있도록 원목실에 신상자료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왜냐하면 비연대출신 간호사들이 적응하기 어렵고, 인간관계가 힘드니까 쪼르륵 노조에 가입하여 도움을 받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어렵고 힘들 때 찾을 수 있는 피난처 같은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러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마도 예수님은 사막과도 같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 응어리진 마음을 위로하고자 하였을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모습을 따라 “온유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어, 이웃들에게 마음의 쉼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삼애교회는 마음의 쉼을 얻기 위하여 멍에와 짐을 함께 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과거에 목표를 향하여 달려가는 출애굽 광야시대를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가나안의 신명기 정착시대입니다. 광야시대에는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앞 만보고 달려가면 되었지만, 정착시대에는 순간, 순간에 의미를 찾고 현재를 즐기는 의미 지향적 삶을 살아야 합니다. 오늘, 내가 한 일은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일입니다. 오늘의 만남이 정말 소중하고 귀중한 만남입니다. 오늘, 들은 말씀은 다시 들을 수 없는 귀중한 인생의 양식입니다. 읽어가는 성경의 말씀마다, 듣는 설교 말씀마다, 만나는 사건마다 참으로 귀중하고 아름다운 나만을 위한 하나님의 음성입니다.
저는 지난번 연세대학교 삼애교회에 방문하여 함께 예배를 드리고, 두 분의 간증을 들으면서 어른들이 많이 계셔서 잘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연세대학교 삼애교회의 첫 열매인 여러분들은 정착시대인, 정보의 시대에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가춘 분들입니다. 사람을 보되 겉만 보는 게 아니고, 그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고급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이야기를 듣되 스토리만 듣는 게 아니고, 그 속에 숨겨져 있는 감정의 실타래를 분석할 수 있는 분들입니다. 또한 유난히도 어려운 시대에 험난한 인생을 살아오시면서 피땀으로 얻은 지혜와 인내, 사랑과 정감을 담뿍 마음에 담고 사시는 분들입니다. 나누어도, 나누어도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많은 고급정보, 참 정보를 소유하신 삼애교회 교우들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