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시사

기여외교와 자원외교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8-05-13 22:52
조회
3095
기여외교와 자원외교

“한국이 국제사회를 도울 차례다.”
최근 방한한 딘 허시 국제월드비전(WVI) 총재가 한 말이다.
1950년 한국전쟁의 고아들을 보살피기 시작하면서 만들진 이 단체는, 지금은 아시아·아프리카를 돕는 세계 최대의 기독교 원조·개발 비정부기구다.
한국전쟁 당시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식량원조와 의료원조 등을 받았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도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이만큼의 민주화와 인권, 더 나아가 남북화해를 이룩해 온 것도 우리만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님을 아는 사람은 안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12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하루 1달러 미만의 소득의 절대빈곤층이며 그 절반인 30억 명이 하루 소득 2달라 미만인 빈곤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엔은 세계경제선진국들에게 국민 총생산액의 0.7%를 빈곤국들을 원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원조하는 나라로 돌아섰지만, 공적개발원조(ODA)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개 국가 가운데 최하위인 0.09 %밖에 되지 않는다.
서구 선진국들의 경우 국민 1인당 평균 63달러를 제공하고 있고 가장 낮은 수준인 그리스조차 20달러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5달러 정도에 원조에 그치고 있다.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이 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의 경제규모와 외교역량에 걸맞게 인류 보편의 가치를 구현하는 기여외교를 펴고 ” ODA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가 국익에 바탕을 두는 실용외교로 집약된다고 분석한다. 그들은 우리 정부가 ODA를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나 자원 확보의 미끼로 이용하려는 자원외교에 치중하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기업 진출을 위한 투자의 담보로 원조하겠다면, 규모의 면에서 일본과 중국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주고받는’ 논리라 하더라도, 우리는 이미 많이 받았으니 줄 일만 남았다는 마음으로 도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자국의 발전 모델로 삼고 호의를 갖고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있다. 그들에게 주면서도 경계의 대상이 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 가운데는 우리도 죽겠는데 무슨 외국 원조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스스로 부자라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전 지구적 관점에서 보면 아주 부유한 경우가 많다”는 한 허시 총재의 말에서, 그들도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

1995년인가, 아시아 인권대회가 태국 방콕에서 열린 때였다..
우리나라 인권단체 대표들이 묵고 있던 비좁고 무더운 게스트하우스에 꾀죄죄한 입성을 한 작달만한 한 사람이 찾아 왔다.
동티모르의 호세 라모스 씨였다.
그는 1974년에 동 티모르가 처음 독립하여 외무부 장관이 되었다.
그 후 23일 만에 인도네시아 군의 재침으로 동티모르가 다시 함락되자, 그는 망명하여, 20여 년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동 티모르의 독립을 호소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호소하였다.
“우리는 동 티모르가 독립된다면 한국과 같은 나라로 만들고 싶습니다. 부디 우리를 기억하고 도와주십시오.”
동 티모르는 다시 독립되었고 그는 대통령이 되었다.
반군의 총에 맞아 병상에 누어있을 그가 아직도 우리를 자기나라의 모델로 삼고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의 상록수부대 등 많은 평화유지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내전이 끊이지 않고. 여전히 빈곤에서 허덕이고 있는 그 나라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을까?

(이 글은 4월 11일자 국민일보 토요컬럼'지혜의 아침'에 실린 김경남 원장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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