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시사

사립학교법의 개정취지에 찬성하며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5-12-20 22:43
조회
1907
사립학교법의 개정취지에 찬성하며

“많은 신도들이 다 한마음 한 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고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사용하였다”(사도행전 4장 32절)

최근 국회는 지난 몇 년간 줄기차게 논의되어 온 사립학교법을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에 비해 다소 제한된 요구를 수용하는 선에서 개정한 바 있습니다. 학교법인은 누가 그 주체가 되던 설립과 동시에 공공 재산으로 사회에 봉헌된 것입니다. 때문에 학교는 단체 성격의 본성상 공익법인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그 운영 또한 개방과 공개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사학의 일부 경우는 설립자를 중심으로 한 폐쇄적인 학교 운영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비리의 온상이 되어 많은 문제를 일으켜 왔습니다. 이런 부패사학의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이번에 개정된 사학법의 내용입니다. 개방형 이사제의 도입, 친인척 이사수의 제한, 이사장과 그 배우자와 혈족의 학교장 취임금지 등 개정안은 사립학교가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치를 법안에 반영하였을 뿐입니다.

금번 개정 사학법의 내용을 보면 학생회, 학부모회, 교사회 등 학교자치기구의 법제화를 마련하지 못했고 개방형 이사도 전체 이사의 1/4에 불과하며 그나마 2배수 추천된 인원 중에서 임명되도록 했기에 학교민주화와 투명화에 과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다소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런 최소한의 조치를 수용한 사학법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특정집단이나 단체가 학교 운영권을 장악하려는 음모 또는 시장경제의 부정으로 호도하는 일부 경향은 매우 우려스런 것입니다. 지금까지 학교 운영을 이사장과 그 주변 인사를 중심으로 지극히 패쇄적이며 독단적으로 운영해 온 사학재단들이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한 채 법률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개정 사립학교법의 근본 취지를 왜곡하고 재산을 사회에 봉헌하던 초심을 거스르는 모순입니다. 또한 쟁점이 되고 있는 개방형 이사제도 우리나라 사학재단들이 표본으로 삼는 미국, 일본, 영국 등의 명문사학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임을 생각하면 이를 시장경제의 부정으로 왜곡하는 현실은 매우 부끄럽고 놀라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때문에 우리 교회공동체의 사회주교위원회와 가톨릭학교법인 연합회가 개정 사립학교법에 대하여 불복종을 선언하는 것은 사회 전체보다 교회의 부차적 요소를 먼저 고려한 태도가 아닌가 하여 유감스럽습니다. 여타의 사학단체가 이기주의에 빠질지언정 우리 교회만큼은 학교를 사회에 봉헌한 공익적 재산으로 고백하고 소유의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 구원을 위한 도구로 여겨 공동의 선익을 위하여 다소간의 불편을 감당하는 것도 의연한 신앙인의 자세이며 희생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개정된 사학법의 취지에 찬성하며 더 나아가 국회가 미흡한 개정법을 조속한 시일 내에 보충함으로써 국민들이 사립학교들의 투명하고 성실한 운영에 대하여 존경을 보낼 수 있게 되기를 성원하며 기도드립니다.

“ 하느님,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주십시오.”(요한17,21)

2005년 12월 19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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