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시사

한미투자협정의 현황과 문제점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1-09-30 23:46
조회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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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투자협정의 현황과 문제점


▣ 요약

현재 한미간에 추진되고 있는 한미투자협정은 아래와 같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는 동시에 우리가 이 협정에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 한미투자협정은 미국 주도하에 '다자간 투자협정'과 '양자간 투자협정(BIT)'이라는 초국적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의 하나의 경과점에 위치한다.

- 북미와 유럽 각국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항의에 직면해 실패로 돌아간 '다자간 투자협정'에 비해, 그 직접적 구속력으로 볼 때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양자간 투자협정'이다. 이것의 기본모델이 한미투자협정의 전범이기도 한 미국의 '1994년 표준안(prototype)'이라 할 수 있다.
- 1994년 미국이 처음 이 협정을 제안했을 때 소극적 반응을 보였던 한국이, IMF이후 소위 "한국측의 필요에 의해" 투자협상을 벌이는 처지에서 협상다운 협상이 될 리 만무하다. 즉 협상 자체가 불평등의 소지를 안고 출발하였다. 그리고 한국의 외교협상력은 과거 한일, 한중 어업협정 등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 한미투자협정을 위한 실무협상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협정문은 미국이 이미 만들어 놓은 상태이고, 협상팀이 할 일이란 협정문의 말미 '부속문서'에 몇가지 유보조항을 채워 넣는 정도에 불과하다.
- 정부측 투자협정 '필요'론의 가장 강력한 근거는 사실 첨예한 외환위기였다. 그러나 IMF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약 40억 달러였고, 현재 그것은 900억달러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적어도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투자협정은 전혀 '필요'치 않다.

2. 2000년 11월 말 현재 미국은 45국과 양자간 투자협정을 체결한 상태이다. 그 구성을 보면 1) 구소·동구권 국가, 2) 제3세계 나아가 3) 이른바 '최저발전국(LDC)'등의 제4세계 국가들이다.

- 80년대 미소체제대결의 와중에서 국제정치적인 이유로 가입된 터어키를 제외하고, 미국과 투자협정을 체결할 의사를 밝힌 유일한 OECD 가입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 미국이 양자간 투자협정을 체결하는 이유는 자국 기업이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경제적으로 저발전된 국가에 투자함으로써 혹 발생할지도 모르는 '돈 떼이는' 사태를 조약이라는 법적 강제력을 통해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런 기준에서라면, 한국은 양자간 투자협정의 대상으로는 부적절하다. 내실이야 어떠하던, 경제규모에 있어 한국은 세계10위권에 속하고, 더군다나 현정부는 남미의 바나나공화국도 아프리카의 부족국가도 아닌 스스로 '국민의 정부부'임을 자부하지 않았는가.

3. 투자협정 필요론자들은 투자협정을 체결하기만 하면, 당장 외국자본이 물밀듯이 들어 올 것이라고 한다. 이 역시 IMF 외환위기 상황에 근거하고 있는 판단이다.

- 그렇지만 과연 투자협정을 체결하면 외국 자본이 그렇게 물밀듯이 몰려올 것인가. 이러한 견해는 관변연구소의 보고서에서조차 부인되고 있다. "이 협정이 외국인 투자유치에 기여하는 정도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투자자의 투자결정에 있어 가장 주요하게 고려되는 사항은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전망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
- 투자유치국이 투자협정을 체결했는지 여부는 전혀 주변적일 따름이다. 수익성만 보장된다면, 투자협정을 체결했던 그렇지 않던, 규제장치를 강화하건 완화하건, 외국자본은 진정 물밀듯이 들어올 것이다.
- '투자협정=외국자본'이라는 가설은 정부내 일부 세계화 물신론자들의 주관적 환상일 뿐이다.

4. 미국 <표준안>은 무엇보다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이 해외 투기성 단기자본의 국내시장에서의 '치고 빠지기' 상황이다.

- 여기에 대안으로 나온 것이 심지어 '다자간 투자협정'에서 조차도 일반적 규범으로 인정되고 있는 세이프가드(safeguard)제이다. 말하자면 외환위기시 투기자본의 급격한 이동을 일시 제한할 안전장치인 셈이다. 물론 이 세이프가드라는 것도 사실 '위기용'에 불과하다. 그런 탓에 협정에는 '평상시' 투기자본의 진퇴를 규제할 하등의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 협정 '때문에' 제2, 제3의 외환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5. <표준안> 제6조에는 '이행의무의 금지원칙'이란 것이 있다. 즉 해당국 정부가 투자의 인허가조건으로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 이에 따라 스크린쿼터제와 국산잎담배 사용의무 등은 마땅히 철폐되어야 하고, 이 경우 해당 산업의 궤멸적 타격이 우려된다.
- 이행의무금지와 관련 인수합병된 해당 국내 기업의 실업증가 및 노동조건이 특히 문제이다. 국내기업을 인수한 외국자본은 이 조항에 따라 '고용승계의무', '현지인 일정비율고용', '노동기본권 보장'등의 의무로부터 사실상 자유롭다.
- 해당국은 또한 외국투자자들에게 가뜩이나 열악한 국내 환경기준조차 요구하기도 어렵다.

6. 양자간 투자협정을 포함한 최근 신자유주의적 국제협정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가운데 하나는 투자분쟁 발생시 처리방법이다.

- 한미투자협정에 따르면, 해당국 정부의 어떤 조치로 인해 투자자에게 손실이 발생했을 때, 투자자 개인 또는 사기업은 해당국 정부를 국외의 중재기관에 즉각 제소할 수 있다.
- 국제관계사에 있어 이는 가히 '신자유주의 혁명'이라 부를 만하다. 현행 국제법은 인권관련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개인이나 사기업에게 국가를 제소할 권한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투자협정은 투자자로서의 개인에게 국가와 맞먹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는 주권의 공동화를 초래할 위험을 안고 있다.

7. <표준안> 2조를 보면 체약국은 공기업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도 '내국민 및 최혜국대우'를 부여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포철, 한국통신, 한국전력, 담배인삼공사와 같은 고 수익성 외국인 주식소유 한도설정 공기업들이다. 시장성이 아니라 공공성을 목표로 하는 공기업이 외국자본에 인수될 때 그 사회적 역기능은 자명한 일이다.

8. 한미투자협정은 한마디로 '투자자의, 투자자에 의한, 투자자를 위한' 협정이다.
- 국가의 주권은 광범위하게 침식, 공동화되는 반면, 투자자는 자신의 반사회적, 반노동적, 반인권적, 반환경적인 맹목적 이윤본능을 추구 할 권리만을 향유할 뿐, 의무는 없다.
- 정부는 지금 이 시점이 더 이상 투자협정=외자유치라는 가설의 전제였던 첨예한 외환위기 상황이 아닌 만큼, 협정의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재검토해 보아야 한다. 투자협정 체결로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와 그로 인해 초래될 정치적, 사회적 비용간의 함수관계를 객관적으로 타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 마찬가지로 시민사회 역시 한미 투자협정이 한국사회에 미칠 파탄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에 주목하면서 여기에 대한 항의와 반대를 공론화하고 또 조직화할 것을 긴급히 요구받고 있다.

9. 본보고서는 다음 3가지를 정책대안으로 권고하고자 한다.

(1) 한미투자협정 협상을 전면 중단하는 안
(2) 지금까지의 협상결과를 공개하고 한국안을 마련해 재협상하는 안
(3) 그자체로 바람직 하진 않지만 그래도 투자협정이 불가피하다면, 우선 한미투자협정을 지연시킨 다음 향후 재개될 '다자간 투자협정' 협상틀에 접속해 재논의하는 안


** 이글은 6월 30일 대안연대회의 제2회 대안정책포럼에서 이해영 선생님께서 발표하신 글입니다.
내용문의: 이해영 (한신대, 대안연대회의 정책위원 gilha@hucc.hanshin.ac.kr)
김명섭 (한신대, 대안연대회의 정책위원 mskim@hucc.hanshin.ac.kr)
배포문의: 대안연대회의 사무국 (http://position21.jinbo.net Tel: 723-9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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