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료

금기와 침묵, 동성애자 차별하는 군대 (한겨레, 5/16)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21:17
조회
1587
**[필진] 금기와 침묵, 동성애자 차별하는 군대 (한겨레, 5/16)

동성애자에 대한 군내부의 문제

군대 내 동성애자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인권단체연석회의,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은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단’을 조직해 인권 상황을 개선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동성애 문제는 기본적으로 성적정체성의 차이가 가져온 다른 성개념의 문제일 뿐 그것이 추하다거나 변태라거나 하는 따위로 이야기할 사안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들의 생김새가 각양각색이듯이 특성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른지만 유독 그런 것을 무시하고 통일된 개념만을 강조하는 곳이 군대라는 곳이다.

물론 군대의 존재이유가 무력을 통한 국가의 안위를 책임진다는 측면에서 통일된 무언가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데 그 무언가에 개인의 정체성마저 한번에 규정해서 선·악을 나누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국방부령에 따르면 \'군복무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 된다고 판단될 경우 병역의무가 면제되는데 그 상당한 지장에 동성애자의 경우가 따로 규정이 없는 것으로 보아서 우리나라 군대는 동성애자의 군복무가 별로 애로사항없이 잘 진행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가?

동성애자의 경우 군대에서 어떤 대접을 받을지는 보지 않아도 뻔한 것이다. 군대와 같이 통일되고 획일적인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곳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바로 어려움에 직면하는 고속도로라 보면 틀림없다.

동성애자들 역시 국민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같은 국민이고 여타의 이성애자들과 동일하게 존중받는 인권을 가진 우리의 이웃이고 공동체의 일원이다.

그러나 성적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도 모자라서 군대에서 또다시 차별과 조롱을 받는 실정이라면 이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현실에서 동성애자의 군대생활이란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닐 것이다. 동성애에 대해 사회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군대라고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이고, 그 부정적인 시각은 곧장 그들에 대한 모욕과 놀림으로 나타나는 것은 군대가 아니라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소수자의 모습이지만 소수자의 정체성을 보호하고 인권을 적극 옹호해주는 것이 국가의 할일이라고 할때 군대에서의 동성애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가끔 군에서 일어나는 성범죄중에 특히 이들 동성애자들이 겪는 피해사례는 꾸준히 언론을 통해서 보도된 바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세상에 이런 일이...\" 수준의 단순한 호기심으로 웃고 넘기는 그런 모습이 만연한 터에 그들의 인권이 무사히 전역할때까지 보장 받으리란 기대는 어렵다.

게다가 혹간에 동성애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AIDS 라든가 하는 질병의 온상처럼 괴이한 눈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있다.

인간의 몸이 정교하게 이루어진 시스템으로 돌아가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특성이 다른 것은 완벽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고 어쩌면 이 다른 특성의 존재야 말로 인간의 다양하고 창조적인 삶을 유지하고 발전해온 원동력일 수 있다.

그 다양성을 사고라든지 양심에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전적인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동성애자의 권리도 당연히 보호받고 존중될 인간의 고유한 가치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군령이 바라보는 동성애는 군복무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아니다. 물론 타인들이 동성애를 이성애와 동일한 기준으로 인정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실제로는 그와 반대의 경우기 때문에 문제가되는 것이다.

군 인사법 시행규칙에는 ‘변태적 성벽자’일 경우 각군 전역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전역시킬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실제 국방부 ‘병영 내 동성애자 관리지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동성애자 25명이 현역복무 부적합자로 판정돼 전역했다. 그러나 이 문서에는 ‘동성애 사유만으로는 현역복무 부적합 처리 불가’라는 단서가 달려 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전역 조치하면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말인데, 기껏 생각하는 것이 병역기피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으로 동성애자의 현실을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동성애에 대한 군의 인식의 불합리함은 동성애를 처벌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다. 군형법 제92조에는 ‘계간(鷄姦),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계간’이라는 단어는 ‘비역’이라는 의미로 남성 간 동성애를 동물적 행위로 비하하는 표현이다. 거의 닭 수준으로 동성애자들을 비하하는 대목이다.

물론 이것은 동성에 대한 성폭력의 경우에 적용하는 법이라고 하겠지만 백번 그 말이 옳다고해도 부대내에 동성애자가 있다면 우선적으로 그들이 피해대상이 될 것은 뻔한 사실이다.

가끔 남성들이 오해하는 여성에 대한 비상식중에서 자기 혼자의 상상에 빠져서 상대 여성이 자신과의 성행위를 즐거워 할 것이라는 착각속에서 저지르는 성범죄가 많이 있다. 또한 직업이 성매매인 여성은 당연히 남자를 잘 받아들일 것이란 망상에 사로잡혀서 그들을 비하하는 경우가 있는데, 동성애자에 대한 그릇된 인식들이 이와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국가인권기본계획(NAP)을 통해 동성애자에 관한 반인권적 법률을 개정하도록 국방부에 권고한 바 있다. 인권단체들은 이 법률이 “동성애자를 잠정적인 성범죄 가해자로 낙인 찍는 규정”이라고 지적했고,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4일 “군대 내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동성애자 관련 규정을 폐지 또는 개정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곧 개정 방침은 번복됐다. 동성애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 일각의 반발을 의식한 결과다.

다른 것도 아니고 성적인 정체성에 관한 것은 곧장 개인의 인격과 삶의 문제에 직결되는 문제다, 그것을 다른 성적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압도적이란 이유만으로 무시하거나 소홀하게 대항 어떤 이유도 우리에게는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특성도 다르다는 것이지 그것이 나쁘거나 혹은 추한 것이라는 저급한 인식의 한계에서 조속히 탈피하는 것이 백번 옳다는 의미에서 이 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해외 사례

동성애는 전세계적인 문제다. 네덜란드는 2000년 세계 최초로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했고 이후 2003년 벨기에, 2005년 캐나다와 스페인이 동성결혼을 허용했다.

2000년 유럽연합(EU) 의회가 동성부부에게도 이성부부와 같은 권리를 부여하도록 15개 회원국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군대 내 동성애자 문제에 관한 유명한 판결도 있다. 영국에선 군인 2명이 각각 1993년과 1995년 복무 중 동성애자임을 시인한 뒤 강제전역됐다. 이들은 정부를 상대로 강제전역이 유럽인권협약 제8조(사생활과 가족생활을 존중받을 권리)와 제14조(차별금지)에 위반된다며 제소했다.

유럽인권협약 제8조 제2항은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공공의 안전, 타인의 권리와 자유 보호 등을 위하여 사생활의 권리를 일부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를 근거로 “군부대의 단합을 위해서는 끈끈한 신체적 접촉과 공동생활을 해야 하는데 군인들이 동성애자에 대한 적대감이나 불편함을 갖게 되면 이는 군부대의 작전 효율성과 전투력을 떨어뜨린다”고 강변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1999년 9월27일 이 사건 판결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조사는 사생활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며 군부대의 작전 효율성과는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며 “영국정부가 유럽인권협약 제8조와 제14조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동성애자 정책을 수정하는 계기가 됐다. 2000년 1월 영국 국방부는 동성애자 군복무금지 정책을 폐기했다. 현재 영국의 군복무규율에는 동성애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 사병의 성적 지향은 사생활에 속하는 사항으로 인정돼 차별이 허용되지 않지만 성적 행동이나 성희롱은 엄격한 금지 행위로 규제되고 이에 대해서는 행정적 제재가 가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