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료

[아시아 아시아인] 일본 임신부들 아이 낳을 곳이 없다 (한겨레, 6/26)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7-12 21:23
조회
1323
**[아시아 아시아인] 일본 임신부들 아이 낳을 곳이 없다 (한겨레, 6/26)

일본 수도권 가나가와현의 미나미아시가라시에 사는 한 주부(26)는 둘째 아이를 출산할 병원을 알아보느라 지난 몇달 동안 마음을 졸여야 했다. 올해 초 임신한 그는 먼저 첫애를 낳았던 병원을 찾았으나, 4월 이후 분만 예약은 받지 않는다는 대답만 들었다. 주변의 시립병원과 개인 산부인과는 이미 만원이었다. 지난 1일에야 자동차로 40분 남짓 걸리는 개인병원에 예약을 했다.
일본에선 최근 몇년 사이 종합병원 산과의 폐지와 개인 산부인과의 폐업이 잇따르면서, 임신부들이 아이를 낳을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출산난민’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극심한 저출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아이낳기 운동을 벌이는 나라에서 정작 출산할 곳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잇따르는 분만환자 거절=도쿄 북서쪽 사이타마현에선 연간 600건의 분만을 맡아왔던 소가시립병원이 지난 3월부터 산과 휴진에 들어갔다. 산부인과 의사 5명이 차례로 그만뒀기 때문이다. 이 병원의 휴진으로 인구 23만명의 도시에 출산 가능한 진료소는 한 곳밖에 남지 않게 됐다. 수도권이나 오사카, 고베 등 다른 도시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벽지의 상황은 한층 열악하다. 시마네현의 오키섬은 산부인과 의사를 찾으려면 육지로 가야 한다. 그동안 섬의 유일한 병원이 현립 중앙병원으로부터 의사를 파견받아 왔으나 최근 두달째 중단됐다. 겨우 구한 후임 의사도 가정 사정을 이유로 오지 않았다. 섬 주민과 간호사 등 400여명이 지난 4월 출산 환경을 만들어달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후쿠시마·이시카와·이와테·니가타·후쿠이·시가·야마구치 등이 대표적인 의사 부족 지역으로 꼽힌다.

일본 산과부인과학회가 지난해 말 조사해 14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분만이 가능한 의료시설은 전국적으로 3063곳이다. 이는 2002년 후생노동성 조사에서 파악된 산과·산부인과의 수 6398곳에서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의 수도 2004년의 1만594명에서 75%인 7985명으로 줄었다. 개인 산부인과는 아예 문을 닫거나 분만을 중단하고, 임산부 검진, 부인과 진료, 불임치료 전문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산과 외면하는 의사들=장시간 노동과 잦은 당직 등 격무에다 다른 진료과에 비해 소송 제기도 많은 탓에, 젊은 의사들은 산과를 기피하고 있다. 후생노동성 연구반이 지난해 10~12월 전국 473개 의료시설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에서, 산과 의사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법정근로시간인 40시간을 훨씬 넘는 61시간으로 나타났다. 당직은 한달에 17차례에 이르며, 휴가는 연간 50일에 지나지 않았다. 격무에 지친 의사 한 사람이 그만두면 남은 의사에게 부담이 고스란히 넘어가 사직 도미노를 일으키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선 일단 부족한 산과 의사들을 중소도시 중핵병원에 집결시켜 격무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때문에 시골에서 아이낳기가 더욱 힘들어지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산과의 진료보수를 높이고, 산과·소아과 의대생에 한해 장학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영국·뉴질랜드와 같이 정상분만은 조산사, 이상분만은 의사로 역할 분담을 해 산과의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 병원 안에 조산소를 두거나 조산사가 병원시설 등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오픈 시스템’도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