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료

[한-미FTA] 정부의 한-미 FTA ‘외눈박이’ 홍보? (한겨레, 7/7)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7-28 21:39
조회
1312
**[한-미FTA] 정부의 한-미 FTA ‘외눈박이’ 홍보? (한겨레, 7/7)

“이념이 사실과 논리보다 앞서서는 곤란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한 말이다. 입장을 먼저 정해 놓으면 합리적인 토론이 안되니 사실과 논리에 근거해서 주장해달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이 주문은 시민·사회단체가 아니라 정부에 먼저 내려져야 할 것 같다. 정부가 FTA 찬성 입장에 매몰돼, 과장되고 비약이 심한 논리를 펴거나 심지어 사실관계까지 왜곡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정홍보처가 정부 각 부처의 FTA 관련 연구보고와 추진현황 자료들을 모아 국민홍보용으로 만든 홍보책자인 ‘한미 FTA를 말한다’, ‘한미 FTA가 뭐길래?’를 꼼꼼히 살펴보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 캐나다·멕시코 경제성장 지표 명백한 오류

특히 우리보다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한 다른 나라들의 사례로 기대효과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경제성장 지표는 명백한 오류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 FTA가 뭐길래?’에서는, 캐나다의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이 미국과 FTA를 체결하기 전 연평균 2.9%에서 체결 후 4.1%로 증가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체결 전 기간은 5년으로 하고, 이후는 10년 단위로 계산됐다. 체결전 기간을 10년으로 할 경우 성장률이 높게 나오는 것을 꺼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유엔 통계를 보면, 미-캐나다 FTA가 발효된 1989년을 기준으로 이전 10년 동안에는 연평균 3% 성장을 하다가 이후 10년 동안에는 2.1%로 오히려 성장률이 떨어졌다.

또 멕시코의 경제성장률과 관련해,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 이전 2.5%에서 이후 평균 3%로 성장률이 높아진 것으로 되어 있다. 이전은 10년 기간으로 연평균 성장률을 계산하고, 이후는 98년까지 5년 동안만 계산했다. 캐나다 성장률을 계산할 때와는 달리 이전 기간은 늘리고 이후 기간은 줄였다. 대미의존도가 높은 멕시코는 98년 이후 미국 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자 성장률이 크게 둔화됐는데, 이 시기를 생략한 것이다. 실제 멕시코 경제성장률은 나프타 발효전 10년 동안 연평균 2.3%, 이후 10년은 연평균 2.5%이다. 나프타 전후 모두 저성장이다. 인구증가를 감안해 보면, 나프타 이후 성장둔화가 더 뚜렷하다. 멕시코 중앙은행 통계를 보면, 94년 이후 2005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증가율이 연평균 1.43%에 불과하다.

◇ 성장과 고용효과는 ‘과장’

성장과 고용효과를 홍보하는 부분은 과장 논란이 있다. 책자는 FTA로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어나고 고용이 확대될 것을 강조하기 위해, “2000년부터 5년 동안 외국인투자를 통해 생겨난 직·간접적인 일자리는 53만개”라는 한 민간연구소의 연구보고서를 인용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일자리 추정은 외국인 투자가 이뤄질 때 투자금액 모두를 국내 설비와 자재로 새 공장 또는 사무실을 짓고 이후 부품소재도 100% 국산을 쓴다는 전제로 나온 것이어서, 학계로부터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미 FTA 불가피성에선 비유나 논리 비약”

한-미 FTA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도 타당하지 못한 비유나 논리 비약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우리나라의 높은 무역의존도(수출+수입/국내총생산)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로는 2003년 기준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61.5%로 29개 회원국 가운데 10위다. 우리보다 의존도가 높은 회원국에서 미국과 FTA를 맺고 있는 나라는 캐나다 한 곳뿐이다.

이 책자에서는 또 “중국, 인도, 일본 등과 대미수출 실적의 악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미국 시장에서 이들 나라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 나라 모두 미국과 FTA를 맺지 않고 있어, 현재 우리나라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고 있다. 대미수출 둔화와 관련해, 산업연구원은 “원화 강세 등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에도 일부 기인하지만 생산활동의 글로벌화라는 구조적 변화가 보다 근본적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즉 정부의 ‘대미수출 악화’ 논리는, 중국을 통한 우회수출이나 현지생산의 확대 등 다른 큰 변화를 무시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 “유리한 결과 얻으려 통계 자의적 해석, 논리 모순도”

안현효 대구대 교수(경제학)는 “한-미 FTA에 대한 정부 홍보책자나 다른 보도자료를 보면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고 통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앞뒤 논리에 모순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서비스업 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면 ‘이미 상당부문 개방이 이뤄졌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한-미 FTA는 서비스업의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이다.

경제적 기대효과를 미리 전제해 놓고 ‘한-미 FTA를 체결하면 이런 효과가 기대된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신범철 경기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내세우는 한-미 FTA의 거시경제적 효과를 보면 결과를 미리 전제해 놓고 있는 경우가 있다”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증대 효과를 들었다. 신 교수는 “어떤 경로와 절차를 거쳐서 경쟁력이 높아지거나 생산성이 증가한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생산성이 늘어나면 생산성이 늘 수 있다’는 이상한 논리여서 경제이론적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 홍보논리의 오류나 조작의혹을 국정홍보처 관계자에게 물어보면 “13개 정부 중앙부처의 담담부서에서 보고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다”며 “각 부처가 내부적으로 시행한 국책연구기관 용역을 기초자료로 했으며 나름대로 엄밀한 검증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원천적으로 국책연구기관들의 연구보고서가 부실했다는 얘기다. 안현효 교수는 “대부분 관련 연구보고서를 보면 경제효과를 일방적으로 선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어떤 문제점이 예상되는지에 대한 객관적 연구가 전혀 없다”면서 “이는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무리하게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