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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준비없이 쫓기듯 ‘이대론 안된다’ (경향, 7/5) 기사연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7-12 21:39
조회
1314
**한·미 FTA 준비없이 쫓기듯 ‘이대론 안된다’ (경향, 7/5)
  
한·미 양국이 지난달 워싱턴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1차 협상을 한 데 이어 오는 10일 서울에서 2차 협상을 연다. 협상은 이미 본궤도에 접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한·미 FTA를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서울 2차 협상을 앞두고 농민·노동·시민단체와 학계는 한·미 FTA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침묵을 지켜오던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정부 방침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갈 길을 가겠다는 자세다. 따라서 정부가 지금처럼 밀어붙이기 식으로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한다면, 자칫 국론분열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미 정부가 두 차례 마련한 한·미 FTA 공청회는 시민·농민단체의 거센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한·미 FTA란 무엇이고, 왜 찬반 논란이 그치지 않는 것일까. 정부 주장에는 어떤 문제가 있기에 농민·시민단체 등이 수긍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들 문제를 8회에 걸친 기획시리즈로 알아본다.

◇왜 한·미 FTA인가(정부 주장)=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하려는 것은 미국시장을 경쟁국들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미국은 우리나라 총수출의 15%를 차지하는 무역 상대국인 데다 전세계 수입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시장이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이런 미국시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산 제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1995년 3.3%에서 10년 뒤인 지난해에는 2.6%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은 6.6%에서 14.6%로 크게 높아졌다. 이처럼 미국시장에서 중국, 인도 등 신흥경제대국의 점유율은 우리나라를 빠른 속도로 추월하거나 쫓아오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더 늦기 전에 FTA를 통해 지금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또 한·미 FTA를 체결하면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는 국내 금융·법률·의료 등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한차원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서비스산업 분야에서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는 미국 업체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국내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이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박병원 차관은 “태생적으로 해외 업체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 항공·해운산업은 우리가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이는 서비스산업의 개방 필요성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미 FTA, 무엇이 문제인가=먼저 다소 급작스럽고 졸속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정부의 추진 과정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정부는 2003년부터 동시다발적인 FTA 추진을 통상 목표로 설정하고, 당시 협상을 진행 중이던 싱가포르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중국, 미국, EU 등과도 FTA 체결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올해 초 미국과의 협상 개시를 ‘전격’ 선언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미 양국간 FTA 체결을 위한 별다른 진전 상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고작 지난해 초 양국간 FTA 추진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사전실무점검협의가 세 차례 있었을 뿐이다. 당시 한·미 FTA는 요원한 과제로 여겨지던 분위기였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결정하고, 스크린쿼터를 축소키로 함과 동시에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게다가 미국의 협상 시한에 맞춰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미 FTA가 가져올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은 물론 한·미 FTA에 대한 국민설득이나 여론수렴 과정도 없었다. 국민의 눈에는 미국의 협상 시한에 쫓긴 나머지 정부가 졸속으로 협상에 나서는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노무현 대통령의 재임 중 업적으로 남기기 위해 한건주의식 발상에서 한·미 FTA를 추진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주장하지만,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해줄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것도 문제다. 현재 한·미 FTA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에 대한 전망·분석은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내놓은 보고서가 있을 뿐이다. 이것도 경제 효과를 조작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신뢰를 크게 잃은 상태다. 노동계는 서비스산업이 개방되면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정부의 전망과 달리 국내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한·미 FTA를 서둘러 추진하다 보니 국민을 설득하고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는 과정도 없었다. 정부가 협상 개시 선언 후 뒤늦게 가진 공청회도 무산됐다. 그러나 정부는 “요건은 갖췄다”고 강변하고 있다. 또 스크린쿼터 축소는 이미 2000년부터 추진해온 사안이며, 광우병으로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도 위생상의 문제가 없다는 과학적인 검증 결과에 따라 예정돼 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FTA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양보한 것이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이 한·미 FTA 협상 개시 선언시점과 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정부의 설명은 국민의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은 정부가 주장하는 한·미 FTA의 타당성에 대해 신뢰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장밋빛 전망만 일방적으로 내세워 한·미 FTA를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국민의 강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태욱 한림대 교수는 “개방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속도와 순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면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과 함께 한·미 FTA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에 대한 치밀한 고민과 준비 없이 조급하게 진행하는 데 큰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