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폭력극복10년, 화해의 상징적 도시에서 공식출범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1-02-12 19:58
조회
1062
폭력극복10년, 화해의 상징적 도시에서 공식출범

WCC의 폭력극복10년(Decade to Overcome Violence)이 2월 4일 베를린에서 공식 출범됐다. DOV는 "교회들과 에큐메니컬 협력자들이 모든 형태의 폭력을 극복하도록 요청"하는 부르심이며, 교회들은 "지역공동체들과 일반사회운동 및 타종교인들과 더불어 도처에서 평화의 문화를 함께 건설할 준비"가 갖추어졌다는 선언을 뜻한다.

눈 내리는 몹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늦게 동서 베를린을 잇는 브란덴베르크 정문에서 개최된 DOV의 공식출범행사 마무리 촛불기도회는 수백명의 기독교인과 호기심의 구경꾼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WCC의 총무 라이저 박사는 이 문은 거의 30년간 동서베를린을 분단시켰던 상징물로서 "앞으로 10년간 펼치게 될 희망의 상징이자, 분열과 소외의 장벽 및 문들이 평화의 길로 나아가도록 열리게 될 희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독일을 분단시킨 냉전이 종식된 후에도 세계는 여전히 폭력으로 몸살을 앓고있다며 "우리는 현실을 무시하고 평화와 화해에 대한 비현실적 이상주의의 몽상가로서 이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폭력은 개개인의 가슴과 마음으로부터, 교회들의 증언을 통해, 그리고 생명을 존중하는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극복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의 행사는 베를린 중앙에 있는 카이서 윌헬름 기념교회에서 가진 예배로 시작됐다. 2차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으로 대부분이 부서진 형태 그대로가 보존된 예배당에서 음악, 다양한 종교적 전통과 교회들의 의식, 그리고 폭력으로 생명을 잃은 수만명의 어린이들을 기리는 탄원의 기도로서 진행된 이 예배는 생방송으로 TV중계됐다. 예배 후, 세계문화의 집(House of World Cultures)에서는 DOV를 알리는 여러 홍보전시물과 음악, 춤, 연극 프로그램들 및 DOV 관련 강연이 오후 내내 진행됐다. 이 행사의 참가자들을 환영하면서 베를린개신교회의 주교 후버 박사는 이날이 바로 본희퍼 목사의 탄생 95주년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오후 늦게는 DOV를 상징하는 빨강, 노랑, 초록색 컵에 담겨진 봉헌용 초를 들고 브란덴부르크 정문까지 행진했으며, 촛불기도회로서 모든 행사를 마쳤다.

1996년도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인 동티모르의 요세 라모스-호트라는 이날의 강연에서 세계의 교회들에게 "가난한 나라들의 외채청산작업과 무기판매 반대를 위한 캠패인에 대대적인 노력을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가난이야말로 세계적인 폭력의 주요요인 중 하나라며 그는 "우리가 이 세계의 부자나라인 북반구나 가난한 나라인 남반구 어디에 속하든지 간에 가난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민주주의와 인권 및 관용에 관한 우리의 모든 설교와 가르침은 헛될 것"이라며 "북반구의 부자와 무기제조업자들이 가난한 나라들에게 무기판매를 중지하고, 가난한 국가의 지도자들은 무기로서의 정권유지 꿈을 접고 무기에 낭비하는 예산을 교육과 청정한 식수공급 및 자국의 국민들을 위해 집행한다면, 지금부터 10년 안으로 이 세계는 그야말로 훨씬 보다 낳은 모습으로 바뀔 것"이라고 역설했다.

독일의 前국회의장이자 저명한 카톨릭 평신도 리타 수쓰무트 박사는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폭력을 비난하면서 "폭력은 지배와 억압에 기인하며, 우리는 모든 인간이 동일한 존엄성과 가치로서 인정받는 세계와는 동떨어진 사회에 살고있다"고 "오늘날 세계의 여성은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폭력의 희생자로서 구타와 강간 및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부국이나 빈국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한 "개신교와 로마카톨릭을 가르는 것은 지난날의 역사이며, 지금 우리가 하나되는 것이 무엇보다 더욱 소중하다"며 교회들에게 차이점을 염두에 두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번 중앙위원회의 DOV 출범행사는 무력사용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논쟁으로 본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다소 위축된 경향을 띄게됐다. 중앙위원회 의장 카톨리코스 아람 1세는 중앙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된 무력"을 통해 폭력은 "죄악"이지만 "불의와 억압의 상황에서, 비폭력행동의 모든 수단이 동원된 현장"에서 인류의 생명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대안이자 최후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베를린행사의 강연에서도 DOV는 "적극적인 비폭력행위로서 폭력을 극복하겠다"는 약속이지만 "그렇다 할 지라도, 정의와 존엄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극한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무력을 사용한 자들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라모스-호르타 역시 이 행사 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권남용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국제공동체에 의한 무력중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코소보, 캄보디아, 르완다 등에서 벌어진 잔악한 인권유린과 대량학살행위에 대해서는 국제공동체의 무력중재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며 생명을 구하기 위한 무력중재는 정당하다는 논리를 굽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