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나가사키의 종 -VI.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8-05-13 21:39
조회
1509
8. 원자폭탄의 상흔

“선생님, 가스를 마신 것일까요? 몸속이 왠지 상태가 나쁘고, 휘청휘청 거리어 쓰러질 것 같아요.”
“선생님, 폭탄바람을 마셨기 때문이지요? 왠지 메슥거리고 토할 것 같아 머리를 들 수가 없어요.”
“선생님, 산 채 묻히고 말았지만 상처 하나 입지 않았는데도, 오늘은 거의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돌담의 그늘이나 무너진 건물의 구석까지 도망쳐 온 채로 움직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나를 찾아 왔다. 나 자신이 그러했다. 마치 망년회에서 한없이 소동을 부린 다음날 아침, 숙취해 있는 것 같은 불유쾌한 상태다. 술을 마시지 못한 사람은 이 기분을 알 수 없다면, 배 멀미하는 때를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전신권태, 두통, 메스꺼움, 구토, 현기증, 힘 빠짐 등의 싫은 기분이다. 이것은 그러나 내가 이전에 라디움의 실험에 골몰하였을 때 자주 체험했던 감마선에 쐬었을 때 느꼈던 숙취 상태 그대로다. 이것은 가스를 마신 것도 아니고 폭풍과도 관계는 없다. 감마선의 작용이다. 번쩍하고 빛을 본 순간에 동시에 감마선이 몸을 꿰뚫었던 것이다. 그러나 감마선은 목조의 일본 가옥같은 것은 어렵지 않게 관통하며, 콘크리트 벽이라 하더라도 상당히 두꺼운 것도 꿰뚫기 때문에, 집 안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당했던 것이다.
중성자도 딸아 왔기 때문에, 이 장애도 일으켰을 것이다. 이것을 문헌에서 읽었던 일은 있지만 나 자신이 실험한 것은 아니니까, 지금의 상황에서 이것이 중성자 숙취인가 아닌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반드시 중성자 장애가 일어난다. 무어라 하더라도 여기에는 감마선이라는 것보다 생물학적 작용이 강하니까 큰일이다. 그러나 그 증상이 발견되기까지에 장기에 따라 각기 다르지만, 일정한 잠복기간이 있기 때문에, 금후 언제 어떤 증상이 나올까가 정말로 느낌이 좋지 않다. 나는 원자폭탄-중성자-원자병-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무언가 전율을 느꼈다.
오늘은 환자의 수용으로 하루를 보냈다. 하늘은 활짝 개었고 마운(魔雲)은 동쪽으로 사라져, 작열하는 태양은 땅을 덮고 있는 뜨거운 재가 달아오른 그 가운데에 우리들을 가두어 두었고, 우라카미는 흡사 하늘의 불 아궁이와 같다. 어제 화염을 피해, 죽음의 손아귀를 벗어나 무아몽중에 달려 온 사람들이 아, 안심이다 하고 잠시 앉아 쉬었던 장소가 최후의 땅이 되어, 앉아있던 그대로 이 바위 그늘, 나무 그늘에 넘어진 채로 몸 움직임도 가능하지 못하게 되어, 어떤 사람은 어느 때인지 모르게 숨을 거두고, 어떤 사람은 임종의 물을 달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단지 신음만 하고 있다. 도리 없이 목표도 없이 허둥지둥 달리고 있어서, 언제 어디서 넘어져 있으면, 찾을 방도도 서지 않는다. 어-이, 어-이, 불으면 그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간다. 꼰삐라[金比羅] 산에만 해도 수 백 명이 있다고 하기도 하고, 혹은 수천 명이 있다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이 환자다. 현이나 시의 위생과, 의사회, 경찰, 모두 진작부터의 계획대로 솜씨 좋게 구호진을 꾸렸다.
근교의 구호단이 왕성하게 활약을 하고 있다. 오오모리의 해군병원도 타이잔[泰山] 원장의 지휘 하에 일찍부터 구호대를 계속 투입하였다. 쿠루메[久留米-福岡縣의 시]의 육군병원도 도착했다. 구호의 본가라고 자칭하고 있던 우리들의 대학이 피구호자가 되어, 비참하기도 하고, 유감스럽기도 하여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그래도 집을 태우고 가족도 중상인 후루야[古屋] 교수가 학장대리가 되어 활동의 중심역할을 해 주시고 있다. 영식(令息)들을 두 사람이나 잃은 초[調] 교수님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부상자들의 사이를 바쁘게 돌아다니신다. 그 외에 대부분의 직원학생이 가족과 가재(家財)를 잃고도 버티고 서서, 구호와 행발불명자들의 수색과 학교절리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며 힘껏 노력하고 있다. 츠노오[角尾] 학장, 타카키[高木] 의전부장은 떨어지는 방공호 속 누운 상태에서도 역시 지휘를 하고 계셨다. 용태는 점차 악화되는 모양이다. 야마네[山根] 교수도 중상의 몸으로 호 속에 누워 계시는 것이 발견되었다. 부상자들을 차례로 방공호 속에 운반해 놓았다. 적기는 계속하여 내습해 오고 있다. 번쩍 하고 오면, 끝장이니까, 폭음이라도 들리기만 하면, 멀리서도 신경질적으로 모두 방공호 속에 숨고 만다.
우리들은 많은 사망자들을 매장하고 많은 부상자들을 진찰했다. 그리고 점점 원자폭탄 상처에 대한 고찰을 종합할 수 있게 되었다.

상해의 원인은 원자폭탄에 직접적인 것과 그 폭발 현상에 동반한 간접적인 것이 있다. 직접 상해는 폭압, 열, 감마선, 중성자, 비산탄체(飛散彈體) 파편(불덩어리) 등에 의한 것이며, 간접상해는 도괴가옥, 비산물(飛散物) 파편에 의한 것, 화재에 의한 것, 방사선에 의해 변질된 물질에 의한 것 등이다. 또한 충격에 의해 생긴 정신이상도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이 원자 폭탄이 보통의 화약폭탄과 현저히 다른 점은 폭탄파편으로 인한 상처가 없는 것과 방사선 장애를 발하는 것, 그리고 잔류방사능을 지니고 후일 오래 장애 작용이 계속되는 것 등이다.
폭압은 말로 다 할 수 없이 큰 것으로, 폭탄에 대하여 노출되어 있는 사람, 즉 옥외, 옥상, 창가 등에 있는 사람은 내동댕이쳐지고, 불리어 날아갔다. 1키로 이내에서는 즉사, 혹은 수분 후에 죽었다. 5백 미터에서 산모의 다리 가랑이에 끼인 영아가 보였고, 배가 찢어져 장자가 노출된 시체도 있었다. 700미터에 목에서 떨어져 날라 가 있었다. 안구가 날아 간 예도 있었다. 내장파열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새 하얀 시체가 있었으며, 귀구멍에서 출혈이 되고 있는 두개저골절(頭蓋底骨折)도 있었다.
열도 상당히 고온이었다. 5백 미터에서 얼굴이 새까맣게 탄 것이 발견되었다. 1킬로 내외에서 받은 열상은 전혀 특이한 것이었는데, 나는 이것을 특별히 원자폭탄열상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이것은 열상부의 피부박리를 동반한 것으로 즉시 발생한 것이었다. 열상을 받은 부분만이 피하조직에서 박리되어, 1센티미터 정도의 폭으로 가늘고 길게 찢어져, 그 중도, 또는 가장자리에서 절단된 것도 있어, 오그라들어 조금 안쪽으로 감겨들어 가 대롱대롱 누더기나 먼지떨이 같이 늘어져 있다. 그 색은 자갈색이다. 박리부의 피하에서는 가벼운 출혈이 있다. 상처를 입은 때의 감각은 열감(熱感)이 아니고 순간적으로 격한 통감(痛感)으로, 그 후 두드러진 한냉감과 동통(疼痛)을 호소했다. 박리된 피부는 취약하여, 쉽게 잘라 제거하였다. 이런 종류의 열상을 받은 자들의 거의 대부분은 빨리 사망했다. 나는 이 원자폭탄열상의 발생동기를 이렇게 생각한다, 열폭사(熱輻射)에 의해 대탄노출부(對彈露出部)가 열상을 받아, 조직이 열변화를 일으켜 약해져, 피하조직과의 결체섬유(結締纖維)도 약해진다. 열폭사는 초속 30만 킬로미터이므로 폭발과 동시에 도달하여, 먼저 이 변화를 입힌다. 비노출부는 피하와의 결체섬유도 건재하다. 뒤이어, 상당히 늦게 폭압이 와, 그 뒤가 진공이 되어, 신체의 주위에 음압이 일어난다. 그 결과, 신체피부는 바깥쪽으로 강하게 당겨진다. 건강한 피부는 그대로 남아 있으나, 열상부만이 박리된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경우에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1킬로미터 이상 3킬로미터 정도까지는 보통 화상이라고 할 수 있는 피부변화를 보인다. 상처를 받은 때의 열감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작열동통감(灼熱疼痛感)이 있고, 피부는 빠르게 발적(發赤)하여, 1시간 내지 수 시간 후에 수포가 나타난다. 그런데 이것도 보통 화상과 아주 다른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 감마선, 중성자를 동시에 받고 있다는 점이다. 장래에 이것은 어떤 경과로 진행될 것인지?
비산탄체편(飛散彈體片)이 불덩어리가 되어 내린다. 크기는 손가락 끝 크기에서 어린아이 머리 정도까지, 푸르스름한 광휘를 발하며, 쉿 하고 떨어져, 피부에 괴사(壞死)를 일으킬 정도의 화상을 입혔다. 도괴물(倒壞物)에 깔리고, 유리 등의 비산물편(飛散物片)에 의한 창상, 화재에 의한 소사(燒死) 등은 보통 공습에서도 볼 수 있는 것과 동일하지만, 같은 시각에 광범위하게 발생한 것이 특수한 점일 것이다.
감마선이나 중성자에 의한 장해로 조기에 발현한 것은 이전에 말했던 원자폭탄 숙취외의 요량감소(尿量減少), 타액분비감소, 성욕상실 등이었다.
좁은 방공호 속에서, 몸 움직이기도 가능치 않을 정도로, 사자도 부상자도, 건강한 자도 바짝 붙어 누어있다. 부상자의 신음소리가 사라지면, 죽은 것이다. 원자이론도 사상자의 분류도 아침부터 논의가 계속되어, 밤이 되니 모두가 지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입 다물고 있으니 어제부터의 무서운 정경이 하나 둘 눈앞에 떠올라 와,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불안의 지경에서 마음이 방황한다. 방공호의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기분 나쁘게 시간을 새기고 있다. 한 밤중쯤인가, 나를 간호하고 있던 여성부장님이 꾸벅꾸벅 하면서 꿈꾼 것처럼 보이다가, 갑자기 나를 흔들며, “오오야나기[大柳] 씨, 오오야나기 씨” 하고, 어제 죽은 간호부의 이름을 불렀다.

8월 11일. 새벽의 시원한 공기 속에서, 환자들을 육군병원으로 옮기는 일을 마치고, 몸이 가벼워져 한숨을 놓았다. 살아 있는 자들의 수용은 끝나고, 오늘은 시체를 찾아 화장을 했다. 이곳저곳에서 빨간 슬픈 화염이 오른다. 두 셋이 그 둘레에 우두커니 서 있다. 우리들도 야마시타[山下] 군 등 5인을 묻었다. 귀한 생명을 이렇게 간단히 처리되고 말아도 좋은 것인가? 판 조각에 연필로 작은 묘표를 써 세웠다. 묘에 바쳐진 꽃은 없다.
이변을 듣고 달려 온 학생이나 간호부들의 부형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불탄 자리를 헤매며 다니고, 닮은 뒷모습을 발견하면, 쫒아가고, 살아남은 동급자를 발견해내고는 울음을 터뜨린다. 정말로 애처롭다고 말하는 것마저 어리석은 일. 같이 따라 울면서 함께 찾아 나선다. 많은 사람들은 시체를 찾지 못하고, 이 교실에서 죽었을 것이라고 듣고, 그곳에 나란히 있는 검은 뼈들을 수습해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할 뿐. 때때로 발견한 것은 얼굴이 눈으로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려, 겨우 의복자락의 자수의 이름을 확인해, 우는 것도 잊고, 의연하게 옆에 말뚝마냥 서 있을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