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문헌, '종교간의 대화와 교회일치정신에 위배'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0-10-11 19:48
조회
788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문헌, '종교간의 대화와 교회일치정신에 위배'
- 개신교·카톨릭, "실망"과 "유감" 표명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장관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지난 9월 5일 발표한 '예수그리스도와 교회의 유일성 및 구원 보편성'에 관한 선언 "주 예수(Dominus Iesus)"가 개신교교회들과 세계에큐메니컬단체들 및 일부 카톨릭 진영으로부터 적지 않은 충격과 함께 커다란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문헌은 "합법적 사도계승권과 성례전적 신비의 참되고 온전한 본질을 보존하고 있지 않은 교회공동체는 진정한 의미에서 교회가 아니다"라는 선언과 함께 오늘날 종교적 다원주의와 상대주의가 급속하게 확산된 가운데 모든 종교가 동등하게 구원에 이르는 길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며, "베드로의 후계자 및 그와 친교를 이루는 주교들이 다스리며 카톨릭교회 안에 머무는 하나의 그리스도 교회만이 있을 뿐"이라고 교회의 유일성과 구원 보편성을 강조함으로써 교회 내의 종교다원주의에 대해 경고했다.

지난달 이탈리아의 한 잡지에 출간된 신앙교리성의 또다른 문헌에서는 주교들로 하여금 개신교교회들에 대해 "자매교회"란 용어 대신 "교회적 공동체"로 지칭하도록 하달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대해 주요한 세계적 에큐메니컬 단체들과 여러 교회지도자들 및 종교지도자들은 'Dominus Iesus'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발전돼온 종교간의 대화와 에큐메니컬적 관계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면서 이에 대한 공식적 비판을 제기했다. 최근 들어 카톨릭과 에큐메니컬적 진일보를 이루어온 루터교회와 성공회는 특히 이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WCC의 총무 콘라드 라이저 박사를 비롯한 여러 평론가들은 'Dominus Iesus'선언이 199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회일치의 실현을 위해 밝혔던 '하나가 될 지어다(Ut Unum Sint)'라는 선언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카톨릭교회 내부에서조차 이에 대한 반응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앙교리성의 라칭거 추기경과 연계된 보수진영에서는 이 선언을 옹호한 반면, 일부 신학자들과 추기경들은 뜻을 달리했다.

바티칸의 교회일치평의회 의장 캐시디 추기경은 교황이 'Ut Unum Sint'에는 직접 서명했지만 'Dominus Iesus'에는 직접 서명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1일 교황은 주일의 정기강론에서 Dominus Iesus는 "특별한 형태로 자신이 인준한" 문헌으로서 "다른 교회들 및 에큐메니컬 공동체들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에큐메니컬적 열정이 담겨진 Ut Unum Sint에 기초한 내용"이라며 이에 대한 해석이 현재 잘못 전달되고 있다고 이를 옹호하고 나섰다.

로마의 평론가들은 교황이 직접 서명하지 않은 문헌에 대해 중재를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논평했다. 이에 대해 밀라노의 한 대표적 일간지는 바티칸의 양 축인 진보와 보수진영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교황의 노력인 것으로, 이는 바티칸의 고위층들간에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이 심화된 점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교계에서 여전히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라이저 박사는 프랑스의 주요 일간지인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Dominus Iesus선언의 가장 심각한 면은 지난 40년간 에큐메니컬 대화를 이루어온 발전양상에 대해 전적으로 부응하지 못한 점에 있다"며 "교황칙서 Ut Unum Sint는 '종교의 대화'를 증진시키려는 긍정적 평가에 기초하여 작성됐던 반면, 최근에 발표된 신앙교리성의 문헌은 전혀 다른 입장에 기초한 것"이라고,
"로마의 권력층인 보수집단들이 끊임없이 카톨릭주의의 보편성을 주장하면서 로마카톨릭이 WCC의 정회원으로 활동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이것이 유효하단 말인가? 만약 이것이 종교적 다원주의나 교회의 본질에 대한 신학적 논의 자체를 저지하기 위한 방안이라면, 카톨릭신도들 스스로가 이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역적 차원에서 전개된 카톨릭과 比카톨릭간의 관계형성에 있어서 로마의 교칙선언을 그대로 반영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이들 공동체들은 교리의 엄격성보다는 목회적 입장을 선호하는 주교들의 축복과 함께 거의 자발적인 역동성으로 접촉을 시도하며 서로의 관계를 발전시켜왔다"며 "나는 Dominus Iesus선언이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에큐메니즘을 결코 중단시킬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