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선교

[인터뷰] 레오나르도 보프가 말하는 영적인 혁명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5-02-03 23:43
조회
1470
“여러분은 인류의 3분의 2가 고통당하고, 굶주리고, 빈곤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묵묵히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브라질의 저명한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Leonardo Boff)는 가난한 자들과 이 땅의 울부짖음이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고투하는 모든 신학에게 진정한 도전이라고 믿는다.

신학과 해방을 위한 세계포럼(2005. 1. 21-15, 포르투 알레그레)에 초청받은 보프는 WCC의 미디어사무국 책임자인 독일개신교소속 헨릭 뮐러(Henrik Muller)와 가진 인터뷰에서 사회변화에 기여하는 신학의 필수조건과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신념을 밝혔다.


[물음] 신학과 해방을 위한 세계포럼(World Forum for Theology and Liberation)에서의 성찰은 어느 단일 지역의 상황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상황을 점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해방신학은 라틴아메리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태동되었습니다. 해방을 위한 외침이 정말로 전 세계에 들려지고 있는 걸까요?

고통에 반기를 든 해방신학의 저항은 어느 단일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이 세계의 모든 처소에서 발생하는 온갖 부류의 억압과 가난하고, 짓눌리고 소외된 자들의 모든 울부짖음은 바로 신학에 대한 호소인 것입니다. 이는 물론 그런 울부짖음이 들려지고 있는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지요. 그러나 인류의 3분의 2가 고통당하고 굶주리고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이 안다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인간으로서 존재하려면 우리는 연민을 가져야합니다. 이런 연대감이 진정 우리의 인간성을 규정하는 요소이지요. 그런데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문화 속에서 이는 점차 상실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난한 자들의 울부짖음뿐 아니라 이 땅의 울부짖음도 들어야합니다. 지구와 인류세계 모두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만 합니다. 우리 가운데 일부만을 구원하기 위한 노아의 방주가 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물음] 바꾼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사람들의 근본적인 관심사에 부합하려면 반드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세계는 지금의 모습으로는 대다수 인류에게 생명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지옥만 안겨줄 뿐입니다. 나는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나로서는 이 세계를 이대로 유지시킬 수 있는 하느님은 인정할 수 없으며 오로지 가난한 자들과 고통당하는 자들을 돌보시는 분만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우리에게 저항할 수 있는 강인함과 해방시키는 능력을 주시고, 새로운 길을 인도하십니다. 그 은총은 아주 분명하게 이 세상 속에 드러날 수 있는 것입니다. 살아계신 하느님의 은총은 바로 생명이 보호받고 지켜지는 모든 처소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음] 이 세계는 보다 나는 방향으로 변화되지 못했으며, 해방을 위한 바람은 아직 요원한 가운데 이 세상 너머에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독일과 같은 국가들에서는 해방신학이 지지를 받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점을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해방신학은 오로지 정의의 문제, 가난한 자들과 억압받는 자들의 운명에 대한 문제들이 진정으로 신앙에 도전하게 된 목적에 부응하는 것입니다. 해방신학은 오늘날의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민감하게 대처할 것을 전제로 합니다. 신학이 현실에 대하여 아무런 감흥이 없다고 한다면, 아마도 교회를 위한 일부의 용도로 사용되거나, 아카데믹코스에 관심이 있는 자들과 어떤 지적인 담론을 보장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신학은 역사를 통해 행동하시는 살아계신 하느님과 전혀 무관한 것이며,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거의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물음] 그런 부류의 감수성을 되살릴 수 있을까요?

그런 감수성을 되살리려면, 이 세계가 나아가고 있는 방식을 주시해야만 합니다. 예들 들어 이 세계의 가난과 전쟁과 재앙과 경제위기에 대한 TV영상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우리 세계가 심각한 혼란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에 저항해야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해방신학과 사회의 변화를 위해 전념한 모든 신학은 이런 영적인 혁명(spiritual rebellion)을 전제로 합니다.

[물음] 사회의 변화를 위해 전념한 해방신학과 같은 신학이 유럽에서도 장기간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보십니까?

해방신학은 매우 구체적인 억압의 상황에서 출발합니다. 해방신학은 또한 자체적인 고유한 상황 속에서 발견될 수 있는 것입니다. 독일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그들의 삶이 얼마나 보장되고 있습니까? 그들은 독일국민과 사회보장기구들에게서 어떤 대우를 받고 있습니까? 이는 모든 현실참여신학(engagement theology)에 해당하는 긴급한 문제입니다.

[물음] 당신은 특별히 창조의 보존을 상황신학의 핵심이슈로 강조해왔습니다. 이런 견해는 본래의 해방신학 관심사의 중심인물들에게 향후 입지를 축소시키는 의미가 되지 않을까요?

양쪽상황은 분리될 수 없는 문제로 서로 연결되어있습니다. '정의, 평화, 창조의 보존'(JPIC)이라는 구호로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이 세계의 위대한 이상을 모두 담보해준 상징성을 발견했습니다. 이 세 가지 영역은 분리될 수 없는 것입니다. 정의가 없는 삶을 함께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평화란 다른 사람들과 다른 문화들과 자연, 그리고 하느님과 조화롭고 정의로운 관계를 갖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창조의 보존은 토대입니다. 우리가 창조세계를 파괴한다면 그런 후에는 모든 다른 프로젝트는 불가능한 것이 됩니다. 나는 바로 이 삼중의 확언이야말로 복음서가 말하는 복음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세 가지 확언은 결코 실현될 수 없는 유토피아적 성격을 갖는다 할지라도, 이는 나침판처럼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으며, 우리가 단념하지 않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음] 일년 후에 WCC는 “하느님, 당신의 은총으로 이 세계를 변화시켜주소서”라는 주제로 이곳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제9차 총회를 개최할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에큐메니컬 기구가 총회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어떻게 보십니까?

나로서는 종교가 사람들의 영성을 일깨우고 양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영적 차원의 활동은 이 세상에서 깊은 영적인 경험을 표현하는 것이며, 생명체에 대한 경험과 하느님에 대한 경험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런 영성은 모든 인류의 본질적인 영역이지 조직화된 종교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나는 종교의 과제란 인간의 영성을 위하여 공간을 열어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 과제를 이룰 수만 있다면, 인류사회는 보다 온정적일 것이며, 보다 인간적일 것이며, 그리고 보다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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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프와의 인터뷰기사에 대한 원문과 사진 및 [신학과 해방을 위한 세계포럼] 관련소식은 WCC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옮긴이: 이미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