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불자 교수가 본 예수, 기독자 교수가 본 붓다 (한겨레, 5/16)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13 23:36
조회
701
**불자 교수가 본 예수, 기독자 교수가 본 붓다 (한겨레, 5/16)

2500년 전 석가와 2000년 전 예수는 역사적 인물이었다. 석가는 인도에서, 예수는 팔레스타인 땅에서 먹고 마시고 살았다. 그러나 이들이 한 종교의 교조가 된 이후 삶은 실종되고, 신적인 모습과 이에 대한 절대적 신앙만이 부각되었다. 종교의 위세 때문에 이들을 제대로 조명하려는 학문적 접근은 위축되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19일 서울 광화문 성공회 서울대성당 프란시스홀에서 열린 ‘불자-기독자 교수 공동 학술대회’가 의미가 있다. 특히 상대 종교 교조에 대한 해석과 비교가 흥미롭다.

토론자들이 미리 배포한 원고에서 신학자인 이정배 감신대 교수는 역사적 예수를 회복을 통해 미래 기독교의 길을 제시했다. 그는 “예수가 신화화, 신격화 하는 과정에서 예수 자신과 무관한 수많은 이데올로기가 확대 재생산되었다”고 전제하며 “기독교는 자신들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이웃 종교를 수용하되 자신의 신을 강화시켜 그것 이외의 존재를 부정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다신 중 하나였던 ‘엘’의 하느님이 타종족의 신을 부정하는 ‘야훼’ 하느님으로 발전되었고, 이것이 우주 보편적인 하느님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역사적 예수 연구가들의 분석을 빌려 “예수는 종교적으로 배타적이거나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비전, 곧 자신의 믿음을 가르쳐 나누고자했던 스승의 상을 하고 있었는데, 죽음 이후 신앙공동체 내부자들에 의해 자신들을 위한 주님으로 고백되면서 비로소 실체화, 절대화된 것뿐”이라며, “이 과정에서 역사적 예수가 실종되었고, 기독교를 도케티시즘(신성만을 강조하는 가현설)으로 전락시켰으며, 유일무이한 배타적 종교로 자리매김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적 예수가 초자연적 유신론과 무관하듯이 역사적 붓다에게도 초자연적 특성이 탈각되어 있다”면서 “예수나 붓다 모두 하느님 나라가 ’우리 안에 있다’고 선포한 분들이며, 단지 붓다가 팔정도를 통해 바른 정신활동을 강조했다면 예수는 하느님 나라의 비전에 근거해 사회적 관계를 좀 더 중시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동서양의 우주적 종교들이 추구하는 구경의 목표는 인간 자유혼의 회복이며, 인간해방이건만 종교는 동시에 교리와 의례 등 상징체계를 갖게 마련이어서 위대한 세계적 종교일수록 전통을 우상화하는 자기 모순의 역사를 반복해왔다”면서 “붓다와 예수를 인류의 위대한 스승으로서 존경하는 것은 그들이 인간을 억압해온 우상들 특히 종교적 우상들로 부터 인간을 해방시켜준 때문이 아니던가?”고 물었다.
불자인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예수의 십자가 사건에 대해 “예수님의 보혈은 인간이 아닌 하느님 스스로의 참회의식”이라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구약에 나타난 하느님의 모습으로서의 공의, 정의, 분노 등은 모두 상대를 판단할 때 나타나게 되는 모습인 것처럼 에덴에서 자신의 자식인 인간을 정죄하며 폭력을 행사했던 하느님은 자신 스스로를 못 받은 십자가 사건을 통해 스스로 참회하면서, 폭력을 이기는 길은 오직 이와 같은 사랑이며, 사랑이란 상대를 판단하지 않고 정죄하지 않으며 용서하는 것임을 우리에게 몸소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제의와 거듭남을 통해 하느님 스스로 참회함으로써 태초의 계명을 사랑으로 완성시킴으로서 이를 받아들인 인간에게는 죄 사함이 동시에 이루어진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