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선진국 태양·풍력에너지 골몰할때 한국은 원전만 늘렸다 (한겨레, 7/20)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7-26 23:52
조회
670
**선진국 태양·풍력에너지 골몰할때 한국은 원전만 늘렸다 (한겨레, 7/20)

“우리는 지구의 미래와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 시점은 온실가스와 기후변화의 관련이 증명된 뒤가 아니라 사회가 이를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할 때다.”
환경운동가의 주장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존 브라운 회장이 한 말이다.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신재생 에너지에 투자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비피솔라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태양 에너지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그룹 차원에서 2020년까지 전세계 에너지의 5%를 신재생 에너지로 공급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이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은 사회적 책임 때문이 아니다. 석유 매장량의 한계 때문이다. 전세계의 추정 석유 매장량은 1조1477억배럴. 앞으로 40여년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러나 석유 공급량은 조만간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기술적으로 생산이 어려워지고 생산단가가 올라가 2008년을 전후해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 보고 있다. 새 유전 개발로 시점이 늦춰질 수 있지만 생산량 곡선이 꺾이는 순간 원유가격이 요동치면서 세계는 원유 확보전에 휩싸이게 될 것이 분명하다.

“단가 높다고 투자 미루면 에너지 후진국 못 면할것”

국제 원유가격이 상승세를 거듭하면서 각국이 신재생 에너지와 석유 대체 에너지 개발에 발벗고 나섰다. 세계 최대의 석유소비 국가인 미국이 올해부터 바이오에탄올 생산량을 크게 늘렸으며, 2030년까지 전력의 10%를 태양광으로, 차량 연료의 20%를 바이오 연료로 채울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은 2010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12%, 전력의 22%를 대체에너지로 채운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일본 역시 2010년까지 태양광 주택을 160만가구로 늘린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한국도 20여년 동안 석유의존도를 크게 줄여왔다. 석유의존도는 1980년 61.1%, 1990년 53.8%, 2000년 52%에서 2005년 44.3%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석유가 비운 자리를 원자력이 채웠다. 원자력 비중은 80년 2%에서 90년 14.2%, 2005년 16%로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들이 신재생 에너지로 석유를 대체하고 있는 동안에 한국은 열심히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 온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자력이 신재생 에너지에 비해 훨씬 값이 싸기 때문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진석 박사는 “석유의존도를 줄이면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은 신재생 에너지뿐”이라며 “생산단가가 높다고 해서 투자를 게을리 하면 에너지 후진국 대열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에너지 가운데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1%(이하 2003년 기준)에 불과하다. 미국은 4.5%, 프랑스는 6.4%, 독일은 3.8%에 이른다. 신재생 에너지의 선진국인 캐나다(15.7%), 덴마크(13%), 뉴질랜드(27.9%), 스위스(17.8%) 등은 10%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나마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의 대부분은 폐기물과 수력이며, 태양과 풍력 에너지의 비중은 극히 낮은 수준이다.

화석연료 대체에너지 개발 또한 걸음마 단계다. 일본은 바닷속의 ‘타는 얼음’으로 알려진 동해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간신히 사업단은 발족시킨 정도다. 미국과 중국은 캐나다의 오일샌드 확보를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도 캐나다 앨버타주에 있는 2억5천만배럴 규모의 오일샌드 광구를 인수할 예정이지만 주요 광구는 선진국들에 선점된 상태다. 석유공사 이호섭 박사는 “중동보다 수송거리가 가깝고, 지정학적인 영향을 덜 받아 안정된 공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대체에너지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을 위한 시장은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 그 규모도 연간 3천억달러에 이른다. 신재생 에너지는 석유 이후를 준비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 산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