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탈북 대학생들 고단한 남한살이… 그래도 꿈 향해 간다 ‘아자아자’ (한겨레, 5/16)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13 23:36
조회
607
**탈북 대학생들 고단한 남한살이… 그래도 꿈 향해 간다 ‘아자아자’ (한겨레, 5/16)

대학별곡 /

‘오늘은 시간표 배부 날, 짜여진 시간표를 보니 이번에도 절반은 정치수업이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혁명 역사’ 시간, 교수님 목소리만 빼면 정적 그 자체다. 커플? 연애는 퇴학감이다. 여기는 북한의 김일성종합대학이다.’
탈북해 입학한 남한의 대학은 별천지였다. 모든 것이 새롭고 특이하고 자유롭다.

탈북대학생들의 1, 2학년은 적응기. 새로운 것은 일단 뭐든 해본고 본다. 미팅, 개강·종강 파티, 축제 등등 낯설지만 즐겁다. 남한 대학생들이 술과 탄산음료를 섞어 마시는 것도 모르고 음료인 줄 알고 계속 마시다 엠티 때 쓰러지길 2번, 이젠 술이 좋다.

학기 초에는 수업을 제대로 듣기도 어려웠다. 스스로 수업 시간표를 짜는 것도 낯선데 수강 신청을 컴퓨터로 하다니 앞이 캄캄했다. 강의실에 앉아 있으면 수업이 시작될 줄 알았건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과목마다 강의실이 달랐다.

강의도 그렇다. 남한대학이 말하는 교양수업의 ‘교양’은 북에서 배운 그 ‘교양’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 배운 거지?’라며 넘어가는 교수님이 원망스럽다. 이공계쪽의 원서 수업은 넘기에 너무 힘든 산이다. 학교 차원에서 학점을 ‘관리’해주는 학교는 3∼4곳에 불과하다.(자료:하늘샘터)

더욱 괴로운 것은 영어다. 자신에게 이 과목이 맞지 않는다며 드롭(drop)하겠다는 친구, ‘강의실에서 왜 드럼을 칠까’ 생각했다. 거의 매주 있는 조별모임에서 피피티(ppt)로 발표를 한다는데 무엇인지 모르겠다.

수업 분위기? 적응안된다. 수업 도중 학생이 들어왔다. ‘한바탕 난리 나겠네’ 했는데 교수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수업하신다. 수업 후에는 교수님과 학생들이 서로 장난도 친다. 세상에 이럴 수가, 나는 아직도 교수님께 말을 걸 때면 경직된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남한친구 사귀기다. 북한사람들은 어떻게 살아? 연애는 어떻게 해? 하고 흥미를 보이며 다가오던 친구들도 ‘여기까지만’이라며 보이지 않는 선을 긋는다. 북에 있는 단짝친구가 그립다.

취업도 고민이다. 탈북자들이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 우리들 사이에 경영, 경제학과는 10명 중 6∼7명이 선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래도 취업은 하늘에 별따기다. 높은 토익, 토플 점수는 기본인데다 서류전형에 붙었다하더라도 탈북자라는 것이 알려지면 열에 아홉은 떨어진다. 미국 유학이나 전문직만이 살 길이라며 회계사, 세무사를 준비하는 친구들도 여럿이다.

경제난은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한다. 탈북대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지원금은 등록금과 생활비 30만원, 하지만 방세로 20만원을 내고 나면 10만원으로 한달을 버텨야 한다. 영화 엑스트라, 노가다, 편의점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다 학점에 치이고 경제난에 치여 학교를 등진 친구들도 많다.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탈북자는 430여명(자료: 통일부), 재학생은 거의 절반정도다. 실제 연세대에 2000년 이후 입학한 43명 중 2명이 자퇴, 15명이 제적됐다. 휴학생도 10명이나 돼 재학생은 16명에 불과하다. 한국외대는 2002년 이후 입학한 52명 중 26명, 서강대는 2003년 이후 입학한 21명 중 8명이 제적, 자퇴, 휴학 등으로 학교를 떠났다.(자료:하늘샘터)

얼마 전 탈북대학생 후배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어 탈북대학생 모임 ‘통일교두보’를 찾아갔다. 90여명이 활동하는 이곳은 통일에 대한 토론은 물론 같은 과 학생들끼리 모여 서로 공부도 하고 상담도 한다. 남북대학생 봉사단체인 ‘백두한라회’도 인기다. 연세대는 탈북대학생들끼리 토익, 토플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4학년, 요즘은 사법고시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남한의 법과 북한의 법 다 배워 사람들의 자유와 인권을 지켜주는 법관이 되고 싶다. 탈북친구들은 저마다 꿈이 있다. 북한 생활의 경험을 살려 진정한 통일정책을 만들어 보겠다는 이도, 정치가가 되겠다는 이도 있다.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기까지 웃지 못할 소동도 어려움도 많았지만 지금은 꿈을 향한 돌진만이 있을 뿐이다. 아자아자! (이 기사는 탈북자 출신 대학생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