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기자메모] ‘북한 인권’ 어정쩡한 한국 (경향, 5/1)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21:14
조회
1439
** [기자메모] ‘북한 인권’ 어정쩡한 한국 (경향, 5/1)

지난 28일 백악관에서 있었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탈북자의 만남은 북한인권을 둘러싼 한·미·일 3국의 입장이 어떠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탈북소녀 김한미양 가족과 일본인 납치피해자 요코타 메구미의 가족 등이었다. 여기에 미국의 인권특사와 인권단체 관계자, 그리고 주미 일본대사가 배석했다. 이태식 한국대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한국대사관측의 해명은 이렇다. 이번 행사는 기본적으로 메구미 가족을 위한 자리다. 북한의 납치문제를 부각시키려 일본 정부가 노력을 많이 했다. 한미양 가족은 합석한 셈이다. 그래서 일본 대사가 배석했다. 이날 취재에 일본 기자들만 초청되고 한국 기자들은 배제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백악관측이 한국대사를 초청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초청않는 배려’를 해줬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만약 한국 대사가 백악관의 초청을 받았다면 북한 인권을 비판하고 성토하는 그 자리에 참석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묘한 상황에 빠지기 때문이다. 대사관측도 “여러 고려 끝에” 참석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백악관측이 한국 기자들을 안부른 것도 한국 정부의 입장을 덜 난처하게 해주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

이날 의사당 앞에서 열린 북한자유의 날 행사에도 미국과 일본측에선 고위관리와 의원들이 참석했으나 한국측은 민간인뿐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양국 관계자들은 물론 재미교포들도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북한을 평화의 길로 유도하는 데 있어 접근법이 다를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대북 인권공세에는 정치적 목적도 있다. 그러나 인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분과 가치를 갖고 있다. 세계 앞에 한국이 고립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